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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덮고 한참 동안, 눈을 감고 그렇게 있었다. 동구의 아름다운 정원, 3층집의 그 정원만이 아니라 동구 마음 속의 선생님과 동생과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까지 참 따뜻하게 그려졌다.
책은 별로 읽지도 않으면서 이 시대 국어교육에 잘 길들어 있는 나는 늘 책을 덮으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느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내가 느껴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찾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그 느낌을 꼭 간직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동구는 내 또래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동구가 3학년 때, 내가 5학년 때 서거하셨다. 동구가 탱크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설 때, 나는 내가 탱크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나는 광주에 살았던지라, 그로부터 몇 개월 후에 탱크를 봤었다.
지금 동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쩌면 아직도 동구 할머니는 고향마을에 살고 계실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쯤은 동구 어머니와의 갈등도 다소 풀리고, 동구와 동구 처와, 어쩌면 동구의 자식들은 명절 즈음해서 찾아뵙곤 하겠지. 동구에게는 동생을 꼭 닮은 예쁜 딸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서른 다섯을 넘긴 동구의 마음 속에서 동구의 아름다운 정원은 첫번째로 할머니가 꼽힐지도 모르겠다.
사족 1. 솔직히 말하자면, 꽤 긴 리뷰를 며칠 전에 썼다. 다소 감상적인 리뷰였는데, ... 상품 검색 후 올라가지 않는 걸 올리려다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책은 이미 친구에게 빌려줬고... 그래서 리뷰가 부실모드가 되었다.
사족 2. 이 책,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읽고, 단 한 사람도 실망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꽂이에서 반년쯤 살았는데, 다 읽고 나니 내가 왜 이 책을 그리 멀리했을까 싶어졌다. 저자 사인본을 위해 마태우스님 이벤트에 열심히 참여할 걸... 하는 후회가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