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라는 말이 딱 내 몸에 적용된지가 3개월...
멋 모르고 내 시간과 인생에 투자하겠다고 사수와 티격태격 하던 때에
'U선배처럼 살지 않겠다'며 내가 뱉어냈던 말들이 쿡쿡 내게 박힌다.
어느덧 나의 존재감은 코너에서 가드를 올린 앙상한 복서가 되어,
다음 라운드의 종소리만을 기다리며 심장에 끊임없이 펌프질이나 하고 있다.
버티는 게임인가... 링을 떠나야만이 끝나는 게임인가...
풉.
아무래도 이건 오기지.
의욕없는 삶에 무슨 영화를 바라겠다고 이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심겠는가.
밟힌 후로 더이상 바닥은 없다라는 말로 넘기려 했지만,
예상외로 이 헛헛한 자존감만이 억세게 자라났다.
공기 중으로 모든 수분을 빼앗긴 잎사귀가 되어 누군가의 피부가 닿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베어버리겠어.
남은 것은 이 건조한 잎사귀에 피를 바르는 일 뿐이야...
날 길들이려는거지?
... 이건 내가 스스로 강해지려는거야 라고 구라를 치지만,
아니지... 바짝 예열한 팬에 기름을 떨어뜨릴 때의 반응을 기대하는건가..
가던 길, 오는 길....
매일 나는 전기와 바퀴와 기름으로 굴러가는 세계에서 이게 뭔짓인가를 반추하며
다음 6시 30분을 멍하니 기다린다.
정치적인 곳에서 중립은 치열한 전투 속에 있어
현재는 과거로 미래로 마구 흩어지고 .. 나의 시선은 자꾸 그곳을 향한다.
무기력해 보였던 사수는 그가 짊어진 책임감에 짓눌리면서도 그 안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세월이 할퀸 자국이 남긴 문자, 아낌없는 조언...
이젠 누군가에 돌려줘야 하는데...
아직은 기다림이 더 남았나 보다...
누군가의 치부를 보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느꼈고,
예정된 미래를 관망하며, 확인만 하는 일들의 과정 속에서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조각에 미련조차 희미해진다.
고갈된 체력에 정신도 말라가니... 세상도 어둡다.
긴 밤의 시작인지 끝인지...
발 끝은 역시나 뭣도 모르고 앞을 향하는구나...
당분간이다... 이 모든 것은 당분간이다..
아무래도 가벼운 시집 한권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빈 손의 무게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그 무게감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