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을 때 정말 짜증이 밀려오던 소설이었는데,
그 짜증이 그대로 담겨있다... (나름 영화화 잘 한듯..)

짜증의 원천은 바닥의 끝에서 건져올린
추레한 군상들의 패키지 풀 셋트를 봐야만 한다는 것이었고,
증폭된 욕망, 잘게 저민 도덕성에서 풍기는 악취가
쉽게 가시지 않는 것에 있었다.
그것은 인류가 안고 있었던 부끄러운 역사의 일면일 수도 있고,
각 개인이 지닌 지옥의 모습일 수 있다. 
감춰진 그것들, 아니 숨기고 싶었던 그것들을 꺼내놓고 지켜본다는 것은 고되다... 
차라리 눈먼 세계가 온 풍경 속으로 눈알을 던져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보이지 않게 되자 그 세계가 드러났다..
그리고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진정한 비극의 시작은 바로 그 순간인 것이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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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판의 몇몇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낙태반대'는 굥황청의 공식 입장입니다. 그건 추기경 개인이 선택할 견해의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이게 답답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황우석 사태 때 우리 사회에서 카톨릭이 거의 유일하게 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지요. 그 역시 교황청의 공식 입장입니다. 신부들 개개인이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요. 이런 측면이 있는가 하면, 저런 측면도 있고, 원래 종교란 그런 겁니다. 그들은 인간의 생과 사를 주관하는 것은 오로지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근데 그것도 문제 삼아야 하나요? 

좌파라면 종교에 반대해야 한다고요?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단히 많이 덜 떨어진 좌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무슨 칼 맑스가 살던 시대입니까? 종교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유한성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답하는 방식 중의 하나지요. 죽음 앞에서는 과학도 무력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알량한 정치의식이 그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다고 믿으세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도, 심지어 과학자들까지도 BC 4년의 기술 수준으로 이스라엘에서 최초로 처녀생식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거죠. 

비판할 것은 하자구요? 비판은 심심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는 화용론적 맥락이 있어야 합니다. 추기경이 살아계셨을 뭔가 잘못된 언행을 했다면, 그때 비판을 했어야 합니다. 그것도 그의 발언이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크게 오도한다고 판단될 경우에 말이지요. 지금 돌아가신 분이 또 뭘 할 수 있다고 비판을 합니까? 93년 이후의 발언들이 맘에 안 든다구요? 비판은 그저 맘에 안 든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그의 견해에 반대한다면, 반대하는 근거를 들고 그 견해만 반박하면 그만입니다. 그것도 그 견해가 표명된 바로 그 시점에서 말이지요. 

결국 님들이 하는 비판은 무슨 화용론적 맥락이나 사회적 유의미성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닙니다. 한 마디로 그냥 인물평이지요. 그 인물평일랑은 일단 장례부터 치르고나서 전기 작가들에게 맡겨두십시요. 그의 인생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신문기사 쪼가리 몇 개 들어 그의 인생을 통채로 평하겠다는 겁니까? 그러는 당신 인물은 얼마나 잘 났습니까? 굳이 인물평을 하겠다면, 천세를 누리다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여러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시면서 하셔도 안 늦겠네요. 그러는 여러분은 김 추기경만큼 살 자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분만큼 살 자신 없습니다. 

도대체 김수환 추기경이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해서 추모를 해야 할 시기에 비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까? 70년대 80년대 그 엄혹한 시절에 운동권 끌어안아준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박정희한테 짓밟힐 때, 전두환한테 짖밟힐 때, 그나마 우리에게 보호막이 되어준 것이 김 추기경과 카톨릭 교회 아니었나요? 그때 저도 카톨릭으로 개종을 해서 영세를 받았습니다. 명동 성당에서 정부 비판하는 마당극 하고 나서 신부님들이 보호해주는 가운데 두 줄로 늘어선 형사들 사이를 빠져나오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 대한 감사를 벌써 잊어야 하나요?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그저 자신들의 이념에 100% 드러맞지 않는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정말 소름끼치네요. 국가보안법 존치에 찬성하는 사람의 삶이라고 가치가 없는 게 아닙니다. 설사 입에 조중동의 논리를 물고 다니는 사람이라 해서 그 사람의 삶 전체가 가볍게 취급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늘나라에 있다는 영혼저울의 한쪽에 허접한 이념 서적 몇 권 읽고 형성된 머리와 입을, 다른 한쪽에는 김추기경이 몸으로 살아온 인생을 올려놓는다면,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웬만큼 머리가 안 도는 사람도 알 것이라 믿습니다.

ps.

그러고 보니 제정구씨 생각나네요. 학생 시절 카톨릭 학생회 행사에 그 분이 연사로 오셨었지요. 그때 우리들은  대학3학년의 설익은 이념으로 그를 마구 질타했습니다. 변혁의 전망이나 혁명의 전략도 없이 그저 빈민을 돕는다는 알량한 휴머니즘 뒤로 숨어버린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얄팍한 개량주의자일 뿐이다....  철 들고 나서 얼마나 미안하던지. 다시 만나면 꼭 사과를 드리려고 했는데, 그만 돌아가셨지요. 내가 죽고 나서 행여 다시 뵙게 되면, 꼭 사과를 드릴 겁니다. 
 

http://www.n-jinbo.org/board/view.php?id=discussion&page=3&no=25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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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2-1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다
 

갈증 난다... 

참 오랜만이다....   

손을 놓고, 머리를 비우고 

버릴건 버리자... 싸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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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9-02-1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새벽 1시에 너는 쓰고 나는 읽게 되는구나 ㅎ

라주미힌 2009-02-18 01:06   좋아요 0 | URL
지각 좀 하지마라 ㅋㅋ ...

승주나무 2009-02-18 01:56   좋아요 0 | URL
여기 회사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1694 

 

 “용산 철거민 최루액으로 질식 탈출 못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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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워낭소리를 보러 갔다고 합니다. 조중동에서는 이걸로 각하 미화에 여념이 없더군요. 영부인께서는 손수건까지 준비하고 가셨다지요? 영화 한 편을 봐도 미리 눈물 대비책까지 마련해 놓는 이 철저한 준비성은 국민의 귀감이 될만 합니다.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씻는 것은 비위생적이지요. 아무튼 이렇게 몰래 영화 보러 다니는 것은 노무현씨가 잘 하던 건데, MB 각하께서 노무현 벤치마킹을 하려 했던 모양입니다. 거기 가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지요? 

(1) "제작비가 얼마 들었느냐."
(2) “지금까지 관객이 얼마나 들어왔느냐”
(3) “촬영기간은 얼마나 걸렸느냐”
(4) “이전까지 관객이 가장 많았던 독립영화는 얼마나 들어왔었나”

역시 영화 한 편을 봐도 각하의 시각은 과연 남다르십니다. 

(1) 각하께서는 코스트를 궁금해 하고 계십니다. 
(2) 각하께서는 코스트 대비 매출액에 관심을 보이십니다. 
(3) 영화 제작에서도 중요한 것은 역시 공기단축이지요.
(4) 전기 대비 성장률을 계산하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각하께서 보셔야 할 영화는 '워낭소리'가 아니죠. 아무래도 각하는 미국산 다우너소와 미국 도축업자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다룬 그런 영상을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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