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르를 벗겨라
베흐야트 모알리 지음, 이승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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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결혼하지 않는 자는 내게 속한 자가 아니다. 알라여!"

문화의 다양성과 특수성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개를 먹건, 벌레를 먹건, 벗고 다니건, 목에 쇠스랑을 끼고 다니건 간에 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나름대로의 전통과 존중 받아야 할 가치를 가지고 있다. 지역적 특수성, 역사적 정통성은 외부의 시선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에 관해서는 문제가 다르다. 인간의 생명, 존엄, 평등 등의 기본적인 정신은 최소한 불변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것의 보존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누구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이지 않은가..

이 책은 이란의 두 여성의 삶을 통하여 차별과 억압의 실태를 고발한다. 마치 한 여성이 거울 보고 말하듯 두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양지와 음지처럼 양극의 상황 대비가 묘한 호소력과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저자는 비교적 개방적인 가정에서 풍요로움의 혜택을 받고 성장한다. 고등교육을 받아 변호사가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빈곤한 가정에 태어나 이슬람 근본주의에 돌돌 말아진 것 같은 삶을 비틀어 짜듯이 살아가는 ‘타라’는 극단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이 두 여성은 국선변호사와 피의자라는 관계를 초월하여 ‘여성’이라는 공감대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해한다. 그러나 그 한계 또한 인지하고, 도전한다. 과연 둘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았을까?

이 책은 호소문에 가깝다. 저자의 글은 절박한 인권의 낭떠러지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SOS를 세계에 알린다.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말하려고 한다. 인종, 성, 젠더, 민족, 국가, 계층 간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억압은 먼 곳의 얘기가 아니라고 한다. 중심에서 주변으로 주변에서 딴 세상의 이야기처럼 치부하고 있을 뿐이다.

두려움, 공포에 치를 떨게 하는 그들의 폭력적인 정치적 의도에 질려 버린다. 왜 제목이 ‘벗어라’가 아니라 ‘벗겨라’일까. 그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기다리는 것은 구경꾼의 시선처럼 가혹해서가 아닐까?

“나는 이란을 떠나온 이후로 한 번도 되돌아간 적이 없다. 나는 여전히 두렵다. 여성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는 권력의 손아귀에 잡힐까봐서이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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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9-2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권의 문제라고 이해하면 참 좋은데 아직도 명예살인 등을 문화상대주의라는 이유로, 방관시 하는 분위기가 있어 참 씁쓰름 합니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문제인데 말이죠

라주미힌 2006-09-2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죠...

나그네 2006-10-2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관을 넘어서 옹호하기까지하니 문제죠
무조건 서구의행동은 나쁘고 소위제3세계의행동은 옹호되야한다는 그런 경직된사고가 화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