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들에겐 ‘이미 결혼한 사람’과 ‘이미 산 물건’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라는 격언이 있다. 상대에게 행복감을 주는 거짓말이라면 진실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우절’이 존재하는 걸까?
이민규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처를 주는 진실보다 행복을 주는 거짓말이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며 “예쁘지 않은 사람에게 ‘예쁘다’, 무능력한 사람에게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격려를 할 수 있는 만우절은 ‘행복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라고 말했다.
문제는 거짓말도 센스 있게 해야 복(福)을 부른다는 점이다. 인터넷 각 포털 사이트들이 앞다퉈 조사한 설문결과를 종합하면, “나 로또 1등 먹었어!” 식의 금전 거짓말, “남편이랑 이혼했어!” 식의 폭탄선언 거짓말, “너, 큰일 났다. 선생님(부장님)한테 빨리 가 봐” 식의 협박성 거짓말이 ‘악성 거짓말’에 꼽혔다.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거짓말도 상대를 불쾌하게 한다. 여성 사업가 박진희(57·가명)씨는 동료 남자 기업인이 “박 사장은 언제 봐도 싱글 같다”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데다 내일모레면 환갑인 박씨에겐 순간 ‘과부 같다는 말인가?’ 하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전적 탈모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이진우(41·가명)씨는 직장 후배의 ‘새하얀 거짓말’을 듣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과장님은 동안(童顔)이라 숱이 적어도 흉해 보이지 않아요.” 100% 진심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대머리 때문에 더 이상 주눅 들지 않는다.
‘화이트 라이로 상대방 마음부터 열어라’를 펴낸 대화컨설턴트 이정숙씨는 “선의의 거짓말도 진실에서 너무 멀어지면 상대를 언짢게 한다”고 충고했다.
●화를 부르는 거짓말
▲비만·성인병으로 고민하는 상사에게 “딱 보기 좋아요. 특히 그 뱃살, 지체 있어 보여요.”
▲“부장님, 남대문 열렸어요. 호호호!” 교양 없는 부하로 찍힌다.
▲키 작아 고민하는 사춘기 딸 비위 맞춘다고, “우리 딸, 미스코리아 감이야.”
▲며느리 음식을 탓하는 어머니에게 “원래 이 여자가 센스가 없잖아요.” 아내에겐 치욕.
▲승진시험에 떨어진 남편에게 “내가 포장마차 해도 실컷 살 수 있어.” 남편 자존심, 구겨진다.
●복을 부르는 거짓말
▲“여보, 나 쭈그렁 할머니 다 됐지?” 하는 아내에게, “당신은 나이 들수록 품위 있어 보이는 얼굴이야.”
▲옷차림이 촌스러운 여직원에게 “어머, 클래식한 분위기네요.”
(김윤덕기자 [ sion.chosun.com] )
(류정기자 [ wel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