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대담 시리즈 1
도정일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혼란이란 논증이나 추론이 하나의 경험 세계로부터 다른 경험 세계로 전달될 경우에 일어나는 실수들 중에 가장 치명적인 실수이다     <프란시스 베이컨>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란스럽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으로부터 이끌어낸 정보와 지식을 무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단편화 되고 있는 지식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들의 범람은 오히려 몰이해와 편견을 낳는다. 자신의 전문성을 내세우지만, 결국에는 무지를 드러내고야 만다. 인간과 자연, 현상과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이고 총체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행하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한 맹신과 자기기만 뿐이다.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학문의 경계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 학문의 구획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실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우리 인간이 그때그때 편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다. 진리는 때로 직선으로 또 때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학문의 경계를 관통하거나 넘나드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한 부분만을 붙들고 평생 씨름하고 있다. <통섭의 서문 중에서>


 


여기 도정일, 최재천 두 교수의 대담은 몽매한 전문가 의식을 벗어나려는 대담(bold)한 대담(conversation)을 시도하고 있다. 지식의 대통합, 통섭은 아닐지라도 소통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점이 무척이나 대단하고 소중한 일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인문학자와 생물학자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식의 확장, 내 안의 울타리를 걷어들여야 한다는 당위적 책임감이 든다. 어쩌면 일종의 의무 일수도 있다.


 


그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경계가 굳건할수록 우리는 그 구속력에 노예가 되어 혼란과 치열한 경쟁으로 서로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도정일 교수가 말하는 인문학적 소양,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을 우리는 선택 조건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두터운 세계는 바로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여 다양성, 다수성, 다원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서로가 존중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이면서 합일점이라고 볼 수 있는 최재천 교수의 공생하는 인간,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생물학적 성찰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번식하면서 진화의 최고점에 서 있다라고 착각을 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을 것이다. 서로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갖는 자라는 책임 윤리가 아쉬운 요즘에 대담은 우리의 현실에 꼭 필요한 담론이 될 것이다.


 


2005년을 현란하게 장식했던 생명 복제와 비양심적인 학자가 만들어낸 사회적 논란으로 얻은 것은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것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보다 근본적이고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시의 적절하게 출판된 이 책은 인문학적 상상과 열린 감각, 과학적 접근 방식과 보편성, 이 둘의 절묘한 만남으로 1+1 = ? 이란 공식을 남기기에 충분한 질문과 해답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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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1-02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했어요. 무진장 기대하고 있어요..;;

라주미힌 2006-01-03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당 ^^
이 책의 하이라이트를 빼먹었넹.. 맨 뒤에 보면 논쟁의 주제를 찾아보기 형식으로 정리해 놨는데, 보면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걸 실감하게 되더라구욤..

승주나무 2006-01-03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내 눈길이 가는 곳에 라주미힌 님이 밟히는 군요. 저도 곧 뱉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