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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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은 편리한 장르이다. 작품에 대한 몰이해도 ‘해석’의 한 부분으로 인정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당황스러웠던 기억들을 다행스러운 책 읽기의 기억으로 왜곡하련다. 이 책은 이해하기가 무지 까다롭다. 상황은 우리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과론적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컷’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이 없다. 마치 소통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듯이 자기 말만 하고 닫아 버린다. 작가도 좀 미안한지 책 뒷부분에 힌트를 던져 놓았는데, 그걸 보면 그럴 듯 하다.

어찌 됐던 해석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지게 되니, 소설 속의 세상도 무한히 팽창한다. 저자의 정신세계가 이렇구나! 정말 특이한 동네다. 팀 버튼의 ‘화성침공’에 나오는 개 몸뚱이에 사람 머리가 달려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동네다. 콜라주처럼 얼키설키 엮어 탄생한 인류의 열 가지 몽타주는 10차원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럼 나머지 11번째 차원은 어디로 사라졌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일 것이다. 이 세상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들이 이 책 안에 있는 작은 차원들인 것이다.

역시 소설은 인간 세상을 놓지 않는다.

여기 나오는 인간상들은 소시민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나이 좀 되면 퇴직해야 할 너구리가 되고, 이 대륙 저 대륙으로 철새처럼 날아다녀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솟구치는 집값의 대안인 고시원에 기거하는 사람들. ‘산수’의 욕망은 목만 늘어난 가녀린 기린이 되고, KS가 찍힌 공산품에 쓰러져가는 농촌의 모습. 세상의 이치가 탁~ 막힌, 그래서 멸종과 변비를 감내해야만 하는 도도와 현대인들.

쿠르트가 꿈꾸는 세상, 막힘 없이 세상의 순리가 잘 돌아가는 세상이 저들을 감싸주겠지? 부패한 세상으로부터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 그리고 안 좋은 것들을 세상으로부터 격리 시키기 위해서 냉장고를 활용하자. 그렇게 탄생한 카스테라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따위의 유머가 달콤하면서도 약간은 목이 메이는 소설이다.

카스테라를 먹었으니,
냉수 한잔 들이키게

ps. 난무하는 상징과 은유는 흡사 한 편의 시 같다. 잘 보면 음율, 추임새까지 있다. 울리불리, 불리울리, 허~, 빙고 링고. 눈으로 읽지 말고, 성대를 사용하면 유아용 책마냥 ‘말의 맛’이 살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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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싶다 2005-08-2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비와 야쿠르트. 비유가 너무 재미있고 참신해요. 자일리톨과 충치도 재미있었죠.

라주미힌 2005-08-2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발함이 너무 매력적이에용.. 통통 튀는 것이.. ㅎㅎ

릴케 현상 2005-08-2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게 읽으셨네요

라주미힌 2005-08-2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뭔 소린지 잘 몰라도 분위기에 적응하니 그런데로 재미있던데요.

가넷 2005-11-06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지만 뭔소린지 모르겠더군요. 웬지 바보같은 느낌이..- -;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