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맨스가 노망이라 불리우면 매우 억울하겠다.
사랑이 어찌 한 때의 전유물이 될 수 있을까.
육신은 늙어도 낡지 않은 것이 있음을, 그 어느 한 부분도 잃지 않았음을,
강풀의 만화는 매우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본적 없음;;)
그것을 영화화 했다니, 잘해야 본전일 거라 생각하고 봤다.
본전은 챙긴 것 같다.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인간 감성의 급소를 제대로 건들고 있으니 말이다.
원작에 충실한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감독의 재능(?) 때문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노(老)배우들의 연기에 자신의 삶이 녹아 든 것 처럼 울림이 있었다.
어찌나 강풀 만화 캐릭터 다운 모습인지. 주름살조차 생생했다.
연기에 그치지 않았을거라는 느낌이 든다.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에게 다가섬과 물러섬, 긴 세월의 단막과 단막 사이의 휴식에서나 느낄 수 있는 한 때의 추억과 미련, 아쉬움과 미안함, 격렬함과 설레임 등의 온갖 장르의 감정의 리듬을 타게 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찰할 때 보이는 강풀의 강점, 섬세함이 아닐런지.
무엇이 우릴 행복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드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늙어 죽었다고 호사"라 수근대는 사람들에게 노인은 벼락같은 호령을 내린다.
인간 소외는 바로 디테일하지 못한 눈에 있다는것을 강풀이 대신 말하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어디에도 큰 것은 보이지 않는다.
작고 작은 일상의 틈 속에서 영원의 교감이 흐른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던, 느껴봤던 그것들.
때는 늦으리...
늦기 전에 다시 한번 그대를 보길...
좀 더 가까이서...
원로배우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보고 싶다면 이런 영화만한 게 없을 것 같다.
ps. 요즘 개봉된 영화들 중에서 상영관이 적은 것은
좋은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근거자료가 되는 것 같다 -_-;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하여간 고르기는 쉬워졌다.
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