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아버지의 친구야"



나이는 더블스코어, 관계는 친구의 딸, 
게다가 이 낡은 총각은 사리가 광맥으로 출토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최상급의 숫총각.
그에게 아이가 여자가 되어 다가온다면.
이 멜로코미디 영화의 소재는 때깔부터 다른 유쾌함과 섹시함을 자랑한다.
게다가 국민아저씨 '안성기 옹'께서 당당히 주인공이시라니...
오랫동안 아저씨 연기만을 고집해오시던 분의 변칙멜로로의 거대한 전환은
관객으로써 대단한 감흥을 얻을 수 있었다.

대다수 관객의 평...
'완전 귀엽다'
나도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성기 형... 귀여워 ㅠㅠ..

"오빠라고 불러" 
"오빠아~"
"(수근수근) 저 말 정말 듣기 싫죠?"

 

"사랑은 국경, 인종, 나이를 초월할까?" 
"그럼요.. 외계인도 가능하죠. 단 이뻐야죠."
"외계인도 된답니다."
"그래? (전력질주)"

횡경막을 찌르는 대사들이 압권이다.
알록달록한 달달함도 기름진 육즙도 이 영화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낡은 총각의 사랑은 최초의 사랑이 주는 설레임과
그 사랑에 눈을 뜬 아담의 심장소리와
사랑 후에 느끼는 절망의 음성을 통해 전해지는 신선한 성장통을 겪는다.
아저씨의 성장을 살피며 응원과 공감의 영역을 들락거리게 만든다.
감정의 흐름을 쫓다보면 그것은 특정인의 특정한 감정이 아닌,
공정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갔던 감정의 일면들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내가 했던, 들었던, 느꼈던, 하고자 했던 것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성은
각자가 느꼈을 만한 특수성을 해체한다. 
'당신도 이랬지?' 묻는 것만 같다.

가만히 있던, 잘 살아왔던 한 남자의 정체된 삶은 얼마나 기계적이었던가.
관계만 알면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고칠 수 있다던 삶의 기반이 무너졌을 때
그는 재탄생되어야만 했다.
아이가 되어 다시 성인이 되길 요구한다. 

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고,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나는 늙어가고 죽어가는데, 당신은 나의 탄생을 촉구한다.
재활용은 안될까. 떠나지는 말아달라는 칭얼거림에 나이를 따질 수 있으랴...

확률은 50:50...
사느냐 죽느냐, 사랑이냐 이별이냐 멈추느냐 움직이느냐...
쉰을 넘기고 그가 경험한 사랑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들의 발걸음 속에서 살아 숨을 쉴 것이다.
그것은 나이에 걸맞는 행위와 감정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과정의 연속성에서 자각하는 일. 그리고 움직이는 것.
맛을 보았으니 이제 멈출 수 없는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이다.
사랑을 찾아서.. 그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보았을 때.
그의 환상은 많은 의미를 건넨다.
그는 그렇게 다시 태어나길 희망하고 있는 것일까.
그게 시작인지 끝인지...
알수 없는 결말은 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다들 어렵게 살고 있구나...
다들 어렵게 사랑하고 있구나...
이제 그는 사랑을 해 본 남자가 되었다.  

재미와 메세지, 무엇보다 안성기씨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 최고의 미덕이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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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2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다들 이렇게 어렵게 사는구나 라는 통곡 장면이 인상깊었어요..

라주미힌 2010-01-25 13:54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ㅋ.. 안성기에 막 몰입됨 -_-;;

다락방 2010-01-25 17:52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이 영화 괜찮았어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1-25 19:0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나 너무 좋았어요~ 간질~~간질~~

순오기 2010-01-2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후기 보니까 정말 보고 싶네요.
아빠의 친구에 나이는 더블이고~ 나는 용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 패쓰할려고 했는데...
그런데 우리동네 영화관에선 안 하네요.ㅜㅜ

라주미힌 2010-01-25 13:53   좋아요 0 | URL
상영관 수가 적더라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