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 많은 눈을 맞으며 출근해 보기는 처음이다.
(서울 경기지방) 

계단도 안보이고, 철로도 안보이고, 방지턱도 안보이고...
익숙한 곳인데도 예상치 못한 깊이에 발이 푹푹 빠져버리니 앞 사람을 쫓아간다.
가다보니 버스와 나란히 걷고 있다. 
(아무나 쫓아가다간 목숨이 날아갈 듯 -_-;) 

출발할 때까지는 좋았다.
옆에 가던 버스가 문을 열길레 그냥 타고 전철역까지 금방 도착.. 
좋았던 건 딱 거기까지...  

부평역... 그 넓은 곳이 신도림 곱하기 2의 인파로 드글드글...
50여개의 계단을 오르는데.. 20분 걸렸다.
낮은 포복으로 올라가도 훨씬 빠르겠다.
꾸역꾸역 올라가보니... 승강장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인간들이 시커멓게 서 있다.
용산행은 중단되고, 인천에서 서울로 통하는 경인선 철도 하나만 10여분 간격으로 도착한다.

3개 정도를 보내는 동안 들이치는 눈발을 우산으로 막는데, 손이 시리다...

문제는 승강장에 있는 많은 인간들 때매 전철에서 내리려는 사람들이 내리질 못하게 되었다 -_-;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상황..
바로 시청광장에서 전경과 대치중이었던 시민들... ㅡ..ㅡ;
전철 안의 사람들은 '내릴게요~! 내렸다 탑시다~!' 승강장의 시민은 묵묵부답...
방송에서 '곧 문닫습니다' 하니까 앞으로 우~~~ 하고 내리려던 사람까지도 태우려고 한다..

미끄러운데다 앞뒤로 비명과 교성이 들리니 피난길마냥 난리다.
이럴때는 아줌마들 옆에 있는게 여러모로 좋다.
틈새를 놓치지 않는 민첩함, 파고드는 추진력, 움직이는 전동차도 세울 수 있는 과감성..
묻어가기만 하면 된다.

하여간 탔다...
행복했다...
행복하단 메세지를 친구에게 보내고 시간을 보니.. 9시 -_-;;
7시 20분에 나왔는데.. 아직도 인천이다.

역마다 시커멓다... 어찌하여 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전철 노선이 달랑 하나인지..
문이 열릴때마다 교성이 오간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는 30분째 대정부 비판중이시다.
'시민을 헌 짚신처럼 여기고... 
뭐라뭐라 뭐라.. '     무한 반복... 

이젠 승강장 시민이 전경이고, 안에 탄 사람은 촛불시민이다 -_-;
내립시다(지나갑시다)와 묵묵히 밀고들어오는 전경같은 사람들... 

신도림은 안봐도 비디오...
신도림은 그래도 살 것 같았다.
눈은 안 맞으니까;;;;  부평은 너무 춥다;;;

출발~ 하자마자 10~15분 정차한다. 아직도 대림은 멀리 있다.
전철도 나름 열심히 가는데... 서울대입구에서 내리란다. 고장났다고;;;
다음거 또 타고.. 전진...  

오늘은 생각보다 안늦었다.. 3시간 40분 정도 걸린 듯...
도착하고.. 컴터 부팅시키고.. 물 좀 마시고...  대설 사태에 대해 좀 떠드니 점심시간이다..

낼도 이 정도 걸릴라나;;;  

전쟁이 일어나거나 아니 한달 정도 단수만 일어나도... 발생할 혼란이 눈에 선명하다. 

뭉치면 살던 시대는 저물어간다.
흩어져야 산다;;;;

 퇴근은 우찌 하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스탕 2010-01-0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흩어져야 산다... ^^;;
고생하셨습니다. 울 신랑도 그렇게 출근했겠죠? 두 번을 갈아타야 하는데.. 다행스런건 두 번 다 지하라는 점. 손은 덜 시렵겠네요.
조심해서 퇴근하세요~

2010-01-04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10-01-0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들 수고가 많으셨어요.^^
퇴근길엔 좀 수월할거 같아요.^^

L.SHIN 2010-01-0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엄청 고생하셨네요. 정말 오늘 같은 날은 '흩어져야 산다'..
근데, 어디로 흩어져야...( -_-)

무해한모리군 2010-01-0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모든걸 뚫고 출근하는 스스로가 대견했다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