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커뮤니케이션(원청사용사업주) 물류센터에서 일하지만 나는 파견회사 (주)인트잡에 소속된 노동자다. 알라딘물류센터에는 주야 포함해서 150명 정도가 일을 한다. 거기에 알라딘 소속의 노동자들은 부서장, 장기근속자(계약직 포함) 등 적은 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파견회사 소속이다."  김종호씨 글

알라딘의 서비스가 몇 년전에 비해 엄청나게 좋아졌다. 특히 총알배송에 깔끔한 포장상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누군가가 밤낮이 바뀐 일을 하고, 남들과 다른 식사시간을 갖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시간과 계절에 영향을 받는 물류를 담당하고 계신분들의 노고는 보이지 않아도 가장 피부에 와닿는다. 

노동자를 물건처럼 사용하고 버린다는 항변에 대한 답변으로 '노력하고 있다'와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하고 있다라고 하는데, 계절 특수가 지났다고 밥술을 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도덕적 잣대로 평할 수 없는 기업활동에 정규직화하라고만 요구하는 것은 능력 밖이다.
현실적인 타협안은 오로지 사용자의 변화에 의해서만 이뤄진다는 거...
제도적 지원은 당분간.. 아니면 꽤 오랫동안 기대할 수 없으니 제껴두자.

그렇다면 알라딘만이 사용자인가?

김종호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이 나라에서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우리의 모든 소비활동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며,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암묵적인 타협과 동조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매는 소비자 권력의 정치적 표현임과 동시에 대단히 반경제적인 행위로 대단히 가치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의 일관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그동안 받았던 혜택, 지출액만큼 받았던 소비자의 이득만을 놓고 본다면 알라딘이 굴러가는 매커니즘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이슈화 되었을 경우에만 문제시 되는 사안이던가?
알라딘 불매는 누구의 말마따나 기간과 목적을 명시하지 않은 투쟁은 대단히 소모적일 수 밖에 없을 뿐더러, 참여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내 삶의 자취를 따라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과 앞으로 짊어져야 할 행보에 대한 무게감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개인운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중적 동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신의 양심을 달래는 일 따위로 김종호씨의 일을 이용해 먹을 수는 없는 노롯이다.

과연 알라딘은 그것에 합당한 곳인가?
별반 다를것 없이 페이퍼를 쓰고, 그렇게 구입했던 책들을 읽으며 생활하는 공간을 포기하지 않으며 남는 시간에 불매를 외치는 것이 운동인가? 자신의 어떤 것도 내놓지 않고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솔직히 나의 불매 불참은 내 생활 속의 수많은 타협점의 하나일뿐이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과 삶이 너무 밀착되어서 떨어질 수가 없다. 알라딘의 답변이 도돌이표가 되어서 돌아오는 것은 알라딘에는 결정권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에게도 나에게도 없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일회용품으로 취급받고, 끝내는 쓰레기로 폐기해 버리는 기업은 사회에서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 불매운동으로부터 시작하자. 이유는 비정규노동자에게 다시 피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고,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김종호씨 글 

다만 내가 현재 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말은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 뿐이다.
뭘까?  똑같은 말을 더 자세히 듣고자 하는 거? 
언제 어디서든 동의없이 또는 동의하에 소비자이고 사용자가 나도 모르게 되어있는데?
알라딘은 나쁜 기업인가? 좋은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먼저 움직인다고 지지도 당연히 따라오는 시대인가?

나같은 사람도 고민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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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1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매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가장 뼈아픈 것은.
내 마음이 먼저 울지 않고,
이제 내 입장에 서서 남을 바라보는
못난 어른이 되었음을 뼈져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락방 2009-12-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잘 읽었습니다. 왠지 이 말을 꼭 하고 싶군요.

2009-12-15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5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