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시에는 엄청 심각했던 이별도 사랑도 추억이 되면 '피식' 웃음을 주게 될까..
꾹꾹 눌러짠 감정의 무게를 세월이 덜어줘서?
기억의 파편은 '형상기억합금'처럼 아름다움의 원형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아마도 70년 전 히치콕 감독이 만든 스릴러 '39계단'에서 스릴, 서스펜스~!를 쑥 들어가도록 '피식' 거릴 수 있는 것도 '세월'이 보여준 힘이 아닐까...
그것은 영화의 화려한 기술이나 기법이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심형래 영화가 아무리 돈칠을 해도 심형래표 영화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캐릭터들을 한발작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어서이다.
갈등과 불안에서조차 느껴지는 허술함, 인간의 감수성이 세월과 시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반증할 뿐이다.
과거는 우습고 현재는 진지하고 미래는 발걸음을 떼기 조차 힘든 이 선형의 무게감은 어찌됐던
이 연극이 차용한 중요한 요소이다.
코믹! 스릴러~
스릴을 코믹하게 화학적 변질을 일으킨 중요한 또 다른 장치는 '공간'이다.
소품의 배치와 사용만으로 비좁은 무대를 200% 활용하는 뛰어난 무대 연출은
관객의 상상력을 마구 뽑아 먹는다.
무대는 연극이면서 관객의 머릿속이다.
시각과 인식의 매듭을 교묘하게 엇지르는 이 유쾌한 상상은
대중매체의 값싼 비쥬얼과는 비교할 수 없다.
러닝타임이 꽤 긴 연극이지만, 재치와 상상력이 조화로워서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연극이었다.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면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