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과 홍정욱
'가짜 진보' 노무현 정권의 가장 큰 죄악은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서 '가치에의 추구'를 앗아가 버렸다는 것일 게다. 이명박 씨는 5년 전만 같아도 대통령 후보로서 파멸하기 충분한 도덕적 결함들을 가졌다. 그러나 그 결함들은 노무현 정권 5년을 통해 더 이상 결함이 아니게 되었다. 2007년의 한국인들은 이명박을 도덕적으로 용서한 게 아니라 이명박의 도덕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 같은 곳의 후보가 당선되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테면 노회찬과 홍정욱을 생각해보자. 노원구의 누구도 노회찬이 홍정욱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도 노회찬이 홍정욱보다 경제적으로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노회찬의 승리는 애당초 어려웠던 셈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서민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마련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정책들이 서민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먼저 현재의 프레임을 깨트려야 한다. 프레임을 깨트리지 않는 한 어떤 '서민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들'도 소용이 없다. 서민대중들이 아예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현재의 프레임에 매몰된 가장 바보스러운 사례는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씨가 내건 '서민의 지갑을 채워드립니다'였다.) 프레임을 깨트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오늘 한국인들이 경제적 유능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걸 개탄할 게 아니라 현실로 인정하되 그놈의 경제적 유능함이 계급으로 전혀 다르게 갈린다는 사실을 되새겨주는 것이다. 부자들에겐 홍정욱이 노회찬보다 경제적으로 유능한 게 사실이지만, 서민대중들에겐 노회찬이 홍정욱보다 훨씬 더 유능하다는 사실(주장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을 깨우쳐주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계급의식의 빈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