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과 홍정욱



'가짜 진보' 노무현 정권의 가장 큰 죄악은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서 '가치에의 추구'를 앗아가 버렸다는 것일 게다. 이명박 씨는 5년 전만 같아도 대통령 후보로서 파멸하기 충분한 도덕적 결함들을 가졌다. 그러나 그 결함들은 노무현 정권 5년을 통해 더 이상 결함이 아니게 되었다. 2007년의 한국인들은 이명박을 도덕적으로 용서한 게 아니라 이명박의 도덕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 같은 곳의 후보가 당선되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테면 노회찬과 홍정욱을 생각해보자. 노원구의 누구도 노회찬이 홍정욱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도 노회찬이 홍정욱보다 경제적으로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노회찬의 승리는 애당초 어려웠던 셈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서민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마련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정책들이 서민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먼저 현재의 프레임을 깨트려야 한다. 프레임을 깨트리지 않는 한 어떤 '서민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들'도 소용이 없다. 서민대중들이 아예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현재의 프레임에 매몰된 가장 바보스러운 사례는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씨가 내건 '서민의 지갑을 채워드립니다'였다.) 프레임을 깨트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오늘 한국인들이 경제적 유능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걸 개탄할 게 아니라 현실로 인정하되 그놈의 경제적 유능함이 계급으로 전혀 다르게 갈린다는 사실을 되새겨주는 것이다. 부자들에겐 홍정욱이 노회찬보다 경제적으로 유능한 게 사실이지만, 서민대중들에겐 노회찬이 홍정욱보다 훨씬 더 유능하다는 사실(주장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을 깨우쳐주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계급의식의 빈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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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4-1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예리하다...

가시장미 2008-04-1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계급의식의 빈곤이라..
진보신당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보다는 대중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말해주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해요.

라주미힌 2008-04-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이 원하는 거라... 경제성장? (이명박, 노무현, 그리고 그들의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으로 봐서는 ㅎㅎ)
우리나라 경제규모로 볼때 4~5%씩 경제성장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건데, 왜 국민들의 빈곤은 늘어만 갈까... 진보신당의 역할은 대중의 '지금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어떤 목소리를 내야하는가를 자각하게 하고 연대하는 것이라 생각함. 대중이 해야할 몫도 분명히 있는데 그 몫을 정치인들에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봄. 진보신당의 정치기반이 약한 것은 그만큼 대중의 정치의식도 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빈곤이 늘어가는 것은 대중의 정치의식의 빈곤함 때문이라는 너무나 명백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대의민주주의 체제 속에 살고 있다는 거 잊어버렸나.
(근데 문체가 왜 저럴까 ㅋㅋㅋㅋ)

엄청나게 많다던 비정규직과 농어민들은 다 뭐하고 있는건지. 최소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FTA 밀어붙이는 체제와 정치꾼들을 지지해서는 안되지.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하고 냉소에 차 있다고 하더라도 '민폐'를 끼치지는 말아야 하는거 아닌가. 정치만 생각하면 짜증이 나... 오메~~
남 밥그릇 챙기는건 고사하고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면서 살면서도 자기 밥그릇도 제대로 못챙겨요.. 이그..

가시장미 2008-04-16 17:3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걸 알려줘야 한다는 거죠.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지각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익이나 발전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솔깃하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그 이익과 발전이 대부분의 서민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을 짚어주는 게 필요하겠죠. 그리고 더 나아가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아니라도 내가 속해 있는 위치(부유하지 않은 서민)에 이득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잖아요. 전 위의 글도 그렇게 해석했어요 ^^

내가 당신들을 대변해야 하는 이유보다는 당신들이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거죠.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런 부분에서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약한면이 있지 않나해요.

라주미힌 2008-04-16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유권자는 그 반대야 되야 정치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능력을 보고 정치인을 고르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당 홈피에 가서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와 정책을 살펴보는 정도의 적극성은 보여야 본인들이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거 아닌가. 유권자들이 정치 좀 바꿔봤으면 좋겄구만. 기껏 뉴타운 부동산 정책(?)에 '속았다'고 억울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시가 한 말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두 번 속았다면 그것은 네 탓이다."

가시장미 2008-04-17 09:16   좋아요 0 | URL
으흐 그래요. 그래서 공부를 계속하고,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유권자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게죠 :)

Jade 2008-04-19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았다고 억울해한다....뉴타운에 한나라당을 찍은 유권자들은 그야말로 속고 싶어서 속은게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