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읽었다고 올해의 책을 선정하겠는가...
시간을 쪼개서 읽었던 몇 권의 책 중에서 올해의 잔상을 기록하노라.

내 생애 단 한번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장영희씨의 수필집....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사랑을 언어로 느낄 수 있다.
글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
발을 담그고 있으면 서서히 물이 드는 매력적인 문장과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러브레터 쓸 때 도움 되는 것들이 좀 있음 ^^;;;)

만들어진 신
종교논쟁 만큼 피곤한 일은 없다.
그러나 화끈한 재미도 있을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책은
신과의 K-1 그랑프리 결승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니킥, 하이킥... 고고씽~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풍요와 빈곤이 양면 테이프처럼 붙어 있는 이 모순된 세상.
그것에 대한 인류의 고민을 친절하게 담았다.
이 책을 읽고 밥 남길 수 있는자 ... 나오너라...
(이 책에 의하면 식량이 남는다고 했지만, 이젠 식량이 모자라는 세계다.
왜? 식량을 심어야 할 땅에 에너지원으로 쓸 작물을 심어야 하고, 먹어야 할 곡물로 기름을 짜네고 있기 때문...)
누군가의 편안함을 위해 누군가는 굶주리는 세계... 아 끔찍하다.

중국 민족주의의 신화
중국의 민족주의의 허구성을 인종, 신체, 젠더를 통하여 깨뜨린다.
통합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태생적으로 차별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
그것이 여성의 성과 인종적 차별과 신체의 억압을 표출시켰다.
근대화 사상의 연쇄성을 주목할 것을 요구하는데, 과연 그것이 당대만의 논리였을까.
지금 주위에 떠돌고 있는 세계화의 논리에 숨어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한다.
특히 민족주의가 징그럽게도 장한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소금꽃나무
노동자로 살아가는 요즘 세상의 현실은 외로운 투쟁의 전장으로 변했다.
억압의 역사, 투쟁의 기록, 끝나지 않은 노동현장의 리얼리티에 땀과 눈물과 피 냄새가 진동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 출간 됐다.
수출, 개방, 자유무역주의, 규제완화 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왜 나쁜 놈들인가를
까발리는 책.
경쟁이 치열할 수록 우리는 경쟁에 노출되면 안된다.
당연한거 아닌가.... 왜 이 논리가 통하지 않는걸까.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진짜 적'이다.

88만원 세대
대부분은 자기 운명을 알고 있다.
그래서 무섭다. 더 무서운 것은 비상구가 없다는 것이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사회.
아직도 살기 힘든 이유가 당신의 무능이라 생각한다면... 이 책 좀 읽으셔야겠습니다.

노동하는 섹슈얼러티
이 책을 읽고 뒷통수를 탁 맞은 느낌이 들었다.
성매매 종사자가 성노예인가? 성노동자인가?
섹스, 여성, 쾌락, 자본주의, 성상품화...
내가 보였던 차별적 시선에 죽비소리가 날라온다.
우리 주변 곳곳에 스며든 차별의 독버섯을 콕콕 짚어내는 아주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만날 수 있다.
흥미롭고 당차다. (물론 100% 수용하기 힘들지만, 인식의 확장과 변화의 기쁨을 크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