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출장 일정중에 현지에서 만나기로 한 박사님과 살짝 일정이 어긋나서 반나절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근처의 아웃렛에 들러 잠시 쇼핑을 했는데 규모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아웃렛과 비교가 안되지만 일부 브랜드의 경우는 품목수가 그리 다양하지는 않았다.

폴로 셔츠 몇 장과 스니커즈 한 개를 사고 나는 페라가모샵에서 한참 머물렀다. 페라가모 구두나 발리 구두를 꼭 한 번 사고 싶었는데 너무나 비싸서 엄두를 못내고 있던 차에.. 아웃렛이라 그런지 가격이 많이 저렴했다. 물론 그래도 비싸긴 하다. 망설이던 끝에 나는 190불 짜리 브라운 구두를 하나 구입했다. 가격으로 치자면 내가 가지고 있는 구두들에 비해 2배 정도 비쌌지만 신어보니 너무나도 편했다. 7cm 정도의 굽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편했다.

오늘 처음으로 그 구두를 신고 나왔다. 발이 까지거나 아프기는 커녕 사뿐사뿐 즐겁게 걸음을 걸었다. 그동안 불편한 구두 때문에 힘들었던 내 발에게 이제는 좀 위신이 선다.

요 명품구두, 얼마나 신을 수 있을까? 오래오래 잘 신어서 진정한 내 낡은구두로 만들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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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panda78 2005-11-0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용컷-!

마태우스 2005-11-09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센티라...으음.....대단하십니다.

이리스 2005-11-09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
판다님 / ㅎㅎ 노력해보겠슴돠!
마태님 / 음, 다시 정확히 재어보니 6cm 이네요. ㅎㅎ
 

 

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 박해석

하염없이 부는 바람 속에서
대지에 입맞추는 추운 햇살 속에서
언제나 죄를 짓고
어머니 어머니 부르는 나날의 곤고 속에서
방울방울 눈물은 저를 키워가는 것인가

해거름녘 눈물 그렁그렁하는 내 눈물 동무
언제나 나 혼자 눈물짓게 한 것은 무엇일까
가시나무에 찔린 내 눈에서 흘린 피를 보았을까
언제나 돌아서서 눈물바람하던 어머니

우리를 어루만지던 눈물도 이제는 바다에 다다랐나
옥토에 떨구던 그 한 점의 세례도
이제는 불 속에서 꺼멓게 타버렸나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웅크린 채 우는 사람들이여
너희들 단단히 가슴속에는
사리 같은 견고한 눈물이 쌓여 있는가
쌓여 무너져내리는가

메마른 육신의 어느 한쪽이 저절로 열리면서
거기 샘솟는 아, 기쁨의 우물
슬픔의 두레박도 있으려니
눈물은 이제 어디만큼 와서 제 옷을 벗고 있는지
어머니, 당신의 목소리에 아직 제 눈물은 남아 있는지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웅크린 채 우는 사람들이여.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띵하며 정신이 맑지 못하다. 아직 사무실이다. 냉수 한 컵을 들이키고도 몸에 미열이 내리지 않아 연거푸 두컵째 마시고 있다.

11월이고, 가을의 정점이다. 어쩌면 이미 내리막길인지도. 11월엔 무엇이 있나. 11월 11일은 지난 사랑의 생일, 그것은 빼빼로데이라는 요상스런 이름도 함께 달고 있다. 집을 나서는데 길가 팬시점에 요란한 각종 선물 용품이 쌓여 있더니 그게 바로 요상스러운 날을 위한 상품들이었다.

맑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거리를 걸으면서 나는 살아있음에 새삼 다시 감사했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감사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에 감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살고 싶어졌다. 뜨겁게, 간절하게.

로밍을 하지 않았던 내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있었고, 전원이 살아나자 무수한 부재중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한참 울렸다. 휙휙넘기던 내 손은 어느 한 번호에서 오래도록 멈추어 있었다. 꽤 오랬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어느 한사람의 번호, 몇번을 다시 보아도 분명히 그 번호였다. 왜, 왜 다시 연락한것일까.

덕분에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아파했다. 여전히 이렇게 어리석다, 나는.

시간들아, 나를 뒤흔들지 말아주렴,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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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편1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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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11-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구두님이 안 좋은 일 있는 줄 알고 놀랐다는...>.<;; 정말 그렇겠지요?

마태우스 2005-11-0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텔라님같은 생각에 쪼르르... 많이 피곤하신데 푹 쉬세요.

이리스 2005-11-08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 네. 그럴거라고 믿어요. ^^
마태님 /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푹 쉬고 싶긴 한데 아직도 사무실이네요. --;
 

출장중 어느 하루 늦은밤, 나는 망설이다가 룸서비스 버튼을 눌렀다.

단지,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마셔보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302호, 와인 한병을 주문했다. 글라스는 하나면 된다고 덧붙이고 난뒤 몇 분이 지나자

와인이 내 방 탁자위에 놓여 있었다.

때마침 텔레비젼에서는 <사이드 웨이>가 방송되고 있었다.

엘에이 공항이 내려다보이는 쉐라톤 호텔 302호에서 나는,

새벽 3시가 되도록 홀로 와인을 마시며 와인에 대한 영화를 보며 조금 울다가 잠이 들었다.

엘에이와 서울의 시차는 17시간이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일상에 복귀한 지금, 마치 17년 차이를 극복하고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그런 기분이 든다.

아직도 머리가 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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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셨군요^^ 반가워요~

날개 2005-11-0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병 다 드신거여요? ^^

이리스 2005-11-0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헤헷, 네.. 돌아왔어요. ^^
날개님 / 아니요.. 반 조금 못되게 먹고 쓰러져서 잠이 들었어요. -.-
 

저녁 8시경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몸이 정말 말이 아니네요. 내일 9시 출근은 힘들듯하여 미리 좀 늦게 가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10시간 넘는 이코노미석 비행은 정말 고문이라는 생각이 다시.. -_-;;

 잠도 거의 못자고 지금 완전 시체상태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오자마자 바로 또 마감이라서 이거 원...

제가 없는 동안에도 서재에 들러주신 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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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11-0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은 어떠신지 ..
오늘은 푹쉬세요,,

panda78 2005-11-0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힘드시겠어요. 출장 다녀온 다음날은 쉬게 해 주면 좋겠네요.
고생하셨습니다, 푹 쉬시고 체력 회복하시기를.. ^^

이매지 2005-11-0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이래저래 피곤한 생활을 하고 계신 구두님 .
푹 쉬고 어여어여 체력 회복하셔요 ! ^-^

비연 2005-11-0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잘 다녀오셨지요? 푸우우욱 쉬세요~~

야클 2005-11-0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도 길바닥에 다니엘헤니 같은 넘들이 넘치던가요?
반갑습니다. ^^

2005-11-08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5-11-0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웰컴^^

이리스 2005-11-0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 머리가 멍해요. -.-
판다님 /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오자마자 마감이라 그럴수도 없네요.
이매지님 / 넵, 그럴게요. ^^
비연님 / 헷, 저도 반갑습니다~
야클님 / 아니요.. 넘치지는 않고 조금 있더라구요. ㅎㅎ
속삭이신님 / 아니 왜 폐인모드?
라이카님 / 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