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비만]한국男 비만비율 亞 최고 수준
《#사례1. 키가 170cm인 대
기업 기술직 K(32) 씨는 2교대 근무를 하는 탓에 근무시간에 따라 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된다. 야근을 하면 밤늦게 폭식을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K 씨는 입사 4년 만에 몸무게가 95kg이 됐다. 체질량지수(BMI)는 32.9로 고도비만이다. K 씨는 72.3kg 이상이면 비만이다. 회사 종합검진에서 고혈압과 지방간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3개월 전부터 비만클리닉을 찾아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사례2. L(35·여) 씨는 3년 전까지 키 155cm, 몸무게 63kg, BMI 26.2인 약간 뚱뚱한 주부였다. L 씨는 몸무게가 60.1kg 이상이면 비만이다. 그는 3년 전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피아노학원 강사로 일했고 학부모를 상대하면서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됐다. 밤에는 가사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늘었고 귀가하기 전 몸매 관리를 위해 헬스클럽에 다녔다. 밤에 자기 전에는 다이어트 비디오를 봤다. 지금 L 씨는 몸무게 55kg, BMI 22.9로 날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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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들은 ‘몸짱’ 열풍에 힘입어서인지 일부 비만 관련 수치가 줄고 있으나 한국 남성은 크게 늘고 있다.
▽성인 남성들 큰일=질병관리본부 이진희(李振姬) 연구원이 보건복지부의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만과 관련된 모든 수치가 성인 여성은 호전되거나 정체 상태인 반면 성인 남성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허리둘레(남자 90cm, 여자 80cm 기준)를 측정해 복부 비만 인구의 비율을 살펴본 결과 성인 여성은 1998년 39.6%에서 지난해 37.5%로 줄어들었지만 성인 남성은 19.6%에서 23.7%로 크게 늘었다.
대사증후군에 접어든 성인 여성의 비율은 24.5%에서 22.4%로 줄었지만 기준치 이상이어서 대사증후군에 접어든 성인 남성의 비율은 20.7%에서 23.6%로 늘어났다.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성인 남녀의 생활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인 남자는 직장에서 각종 회식과 음주, 스트레스로 인한 흡연 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성은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운동량이 늘어나고 외모와 몸매에 신경 쓰며 체형 관리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
가톨릭대 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金慶洙)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다 보니 회식 등으로 술자리가 잦아져 중성 지방과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에 시달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도 남자 비만=15일 열리는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 겸 아시아 비만 전문가 미팅에 참가할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5개국 전문가들은 “최근 비만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비상이 걸렸다”고 입을 모았다.
2004년 실시된 일본 국립 보건영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27.8%, 여성의 22.2%가 BMI가 25 이상인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가 시작된 1976년부터 모든 연령대의 남성은 BMI가 증가하고 있지만 20∼40대 여성은 BMI가 감소하고 있다.
일본 보건영양학회 노부오 요시케 교수는 “농촌 중년 남자의 비만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도시에 사는 20, 30대 여성의 체중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최근 도시지역 젊은 여성들이 ‘몸짱’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홍콩비만학회 게리 코 부회장은 “홍콩 남성의 26%, 여성의 27%가 복부비만”이라며 “홍콩 여성의 복부비만 비율은 지난 10년간 27%대에 머물고 있는 데 반해 남성의 복부비만 비율은 1990년 12%에서 2002년 26%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중국 비만학회 첸춘밍 연구원과 국립대만대 병원 가정보건학과 황궈친 교수는 “중국과 대만에선 비만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비만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비만이 더 심각=남녀를 합친 한국의 비만 인구 비율은 32%다. 1995년 20.5%에서 10년 새 11.5%포인트 늘었다. 전문가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의 비만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람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지방질 섭취가 많이 늘어났으며 밥 중심의 탄수화물 섭취도 많아 이중으로 비만이 될 요인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안철우(安澈雨) 교수는 “한국인에게 이중 비만 요인이 있기 때문에 서구 국가에 비해 비만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힘들 수 있다”면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한국보다 적게 먹는 일본은 비만 인구의 비율이 한국보다 크게 낮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심경원(沈京源) 교수는 “한국인은 ‘저량유전자 형질’(경제적 빈곤을 경험한 국가의 국민에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적은 열량을 섭취해도 지방이 많이 축적되는 유전적 성향)이 있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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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