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켓, 편의점서도 산다
[필름 2.0 2006-04-19 15:50]
이제 가까운 편의점에서도 영화 티켓을 살 수 있게 됐다. CGV(주)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1,500여 개 GS25에서 CGV 영화 티켓 구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관객들이 얻는 혜택은 현장 판매나 인터넷 예매를 통해 티켓을 구입하는 것과 비슷하다. CGV 제휴 신용카드와 이동통신회사 카드의 중복 할인 혜택이 가능하고, 영화 시작 한 시간 전까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환불은 전국의 CGV에서 할 수 있다.

서비스 런칭과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도 제공된다. 5월 14일까지 편의점 영화 티켓 발권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객들에게는 무료 커피 시음권과 예매 수수료 면제 혜택을 비롯해 영화관람권을 증정하는 경품 행사도 열린다.

CGV는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영화관에서 티켓 발권을 위해 기다리는 불편 없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손쉽고 편하게 영화티켓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고 "매표소의 혼잡이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보다 쾌적한 영화관람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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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2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gv가 공룡이긴 공룡이구나. 여하튼 대단하단 말밖에는..

하늘바람 2006-04-2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편의점에 붙어있는 광고 봤어요
 

터키 파묵칼레·카파도키아를 가다
[서울신문 2006-04-20 08:57]

[서울신문]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아직도 하얀 모자를 눌러 쓴 채 위엄있는 눈초리로 내려다 보고 있는 거대한 산,

인간의 유한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 천년을 넘게 버티고 있는 신전의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푸른 밀밭위에 한가로이 거니는 목동과 양떼들…

동·서양 문명이 교차하고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랫동안 공존해온 터키.6·25 참전, 또 2002년 월드컵때 한국과 3,4위전을 치르며 ‘형제의 국가’로 인식되는 친숙한 나라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파묵칼레’와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카파도키아’로 떠나 보자.

글 터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석회질 사이로 생명수 꿈틀꿈틀화산 폭발과 지진이 많았던 터키는 전국에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온천이 산재해 있는 화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발전했던 목욕 문화가 이어져 역사 깊고 물 좋은 온천들이 많다.

고대시대에는 온천이 휴양보다는 치료의 개념으로 쓰여 유명하다는 온천에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남서부에 있는 휴양도시 데니즈리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묵칼레’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온천과 유서 깊은 고대도시 유적이 어우러진 곳이다.

# 신이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10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파묵칼레. 갑자기 하얀 눈으로 뒤덮인 듯한 야트막한 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나라의 봄처럼 따뜻한데 눈이 쌓여있다니 말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제일 먼저 산이 보이는 곳을 달려갔다. 산 밑에는 하얀 산을 그대로 담고 쪽빛 호수와 퍼런 물이 밸 듯한 하늘이 자리잡고 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여행의 고단함이 말끔히 사라진다.

도대체 저 산의 정체는 무엇일까 너무 궁금했다.

수 천년 동안 지하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온천수가 산의 경사면을 따라 흐르면서 지표면에 수많은 물웅덩이와 종유석, 석회동굴 등을 만들었으며 물에 포함되어 있는 미네랄 성분이 지표면을 부드러운 백색 석회질로 덮어 버려 이렇게 특이하고 아름다운 지형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또한 멀리서 보면 꼭 목화에 덮인 산 같다고 해서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란 뜻의 파묵칼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도 믿기지 않아 버스를 타고 파묵칼레의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거대한 하얀 산을 내려보았다. 마치 고행을 떠나는 수도자 행렬처럼 맨발의 여행객들이 줄을 지어 하얀 산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 그들과 함께 했다.

발바닥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진다. 정말 온천수가 흐르고 있다. 아니 딱딱하게 굳어 버린 하얀색의 석회질 사이로 파묵칼레의 생명수가 수 천년을 이어 아직도 그 숨을 쉬며 이어졌다. 여기에 온천이 생긴 것이 문헌상 B.C 2세기이니까 족히 2000년을 넘어 흐르고 있는 셈이다.

수 천년 동안 고대 로마시대의 황제들과 클레오파트라 등 수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그 곳에, 그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시대를 넘어선 감흥이 가슴을 벅차 오르게 한다. 이런 파묵칼레의 모습은 낯선 이방인에게 아름다움을 가르쳐 준다. 너무도 신비하다, 자연의 힘이. 그리고 그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80년 후반까지 수영복을 입고 신이 만든 온천에서 직접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하는데 1988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보존때문에 목욕을 금지시키고 신발도 벗고 걷게 만들었다.

# 터키에서 맛보는 터키의 목욕탕

우리나라에서 80년대 퇴폐 문화의 상징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 터키탕이 정말 터키에 있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의 궁금해 할 것 같아 ‘터키탕’을 찾아 보았다.

결론은 중국에 자장면이 없고, 인도에 카레가 없듯 터키에도 터키탕은 없었다. 다만 ‘하맘’이란 공중목욕탕이 있다. 목욕 문화가 발달한 로마를 거쳐 오스만제국에 이르러 절정에 맞았다는 터키의 하맘은 우리의 목욕 문화와는 좀 달랐다.

일단 대리석 벽돌로 웅장하게 지어진 건물 내부에는 탈의실과 넓은 휴게실까지 갖추고 있었다. 우리나라 목욕탕과는 격이 달랐다.

‘옷을 다 벗고 나가야 하나.’며 터키인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노라니 그들은 커다란 수건을 몸에 두른다. 나도 재빨리 따라하며 하맘으로 들어서려 하자 터키말로 뭐라 뭐라 하며 제지를 한다. 뭐 여자들이 하는 시간이라고 하는 것 같다. 목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라 시간을 정해서 남·여가 돌려쓰는 것 같았다.

10여분 흐르고야 들어섰다. 그런데 ‘에이 이게 뭐야.’ 겉모습은 무엇인가 근사한 시설이 있을 것 같았는데 정작 내부에 들어서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목욕탕에 몸을 담글 수 있는 ‘탕’이 없고 대신 대리석으로 50㎝정도 쌓아 올려 만든 4∼5평 정도의 평상 같은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거기서 누워 땀을 낸다. 샤워기도 몇 개 되지 않고 말이다.

나도 중요 부위는 가리고 누웠다. 우리 찜질방처럼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신기하네.


갑자기 건장한 청년이 들어오더니 옆에 누워 있는 터키인의 때를 민다. 마치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짧은 영어로 그를 불러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

재미(fun)와 기술(technology)을 모두 잡은 ‘퍼놀로지(funology)’는 떨쳐버리기 힘든 문화 코드다. 재미를 추구하는 감성에 딱 들어맞으면서 기능을 놓치지 않는 상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봄 햇살이 짱짱하게 내리쬐는 상쾌한 날에는 더욱 경쾌하게, 황사가 불어와 하늘이 뿌옇게 되면 마음이라도 신나게, 재미있는 소품으로 패션에 즐거움을 더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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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헙.. 터키에서도 때를 미는구나.. -_-;;;

비연 2006-04-2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가본 곳인데, 참 좋습니다.
좋다는 표현 이상이죠...^^
 

호텔과 리조트가 똑똑해졌다
[세계일보 2006-04-20 16:54]    

봄빛이 짙어지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늘었다. 호텔과 2005∼06 시즌을 마무리한 스키리조트들이 다양한 이벤트와 인근 지역 나들이를 묶어 패키지 상품으로 내놨다. 호텔과 리조트들의 똑똑해진 패키지 상품을 소개한다.

#갯벌 체험하러 가요!

하얏트 리젠시 인천(www.hyattregencyincheon.com)은 갯벌 체험을 포함한 패키지를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 72홀 골프장,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난 신도·시도·모도·장봉도 등 크고 작은 섬들, 서해안의 낙조와 조개구이 등 매력적인 주말여행지가 호텔 주변에 밀집해 있다. 조개잡이가 진행되는 마시란 해변은 호텔에서 승용차로 10여분 거리. 바구니를 주고 조개 캐는 호미도 호텔에서 무료로 빌려준다. 패키지 상품에는 일반객실 1박, 레스토랑 ‘8(eight)’에서 건강식 세트메뉴(주중)나 뷔페 디너(주말)가 포함된다. 헬스클럽, 실내 수영장, 사우나가 딸린 클럽 올림퍼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2인 1실 기준 23만5000원부터.

이와 함께 ‘비(Vy)’에서는 29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복고 파티를 진행한다. 나팔바지, 꽃무늬 스카프, 검정 교복 등을 차려입고 디스코 고고 등 1970, 80년대 유행했던 음악에 맞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호텔에서 발행하는 티켓을 제시하면 무료 음료도 준다. 무료 숙박권, 레스토랑 이용권 등 경품도 제공된다. (032)745-1234

◇현대 성우 리조트의 소달구지 체험

#시골로 놀러가요 !

현대성우리조트(www.hdsungwoo.co.kr)는 30일까지 매주 일요일 진행하는 시골체험 상품을 내놨다. 리조트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인 산채마을에서 새집 만들기, 곤드래 나물밥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마을에서는 디딜방아 달구지 등 아이들에게 시골 풍경을 체험시킬 만한 시설물을 마련했다. 아이의 이름을 새겨 직접 만든 새집을 나무에 날아주기도 하고, 곤드래(고려엉겅퀴)나물밥의 유래를 알아보고 온 가족이 곤드래나물밥을 만들어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감자 심기 체험. 씨감자 만드는 법과 심는 요령을 알아보고, 직접 심은 감자 이랑에 자신의 팻말을 세워놓고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수확할 수 있다. 참가비는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이고, 1인 추가 시 1만원만 더 내면 된다.

7월 13일까지 17평 콘도 1박과 한식당 2인 1식, 수영장과 사우나 무료 이용 등을 묶은 객실 패키지를 주중 6만5000원, 주말(금·토·공휴일) 8만9000원에 판매한다. (033)340-3115

◇현대 성우 리조트의 감자캐기 체험

#문화체험 행사도 풍성

용평리조트(www.yongpyong.co.kr)는 5월 한 달 동안 ‘레인보우 어린이 사생대회’(5월 21·28일)를 진행한다. 참가비는 6000원이며, 그림도구와 곤돌라 탑승권을 준다. 이은결 등 국내 마술사들이 펼치는 매직페스티벌(관람료 무료)이 13일과 20일 오후 7시30분부터 드래곤밸리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펼쳐지고, 20일과 27일 오후 2시에는 잔디광장에서 모형 비행기와 헬리콥터 등 다양한 비행시범이 진행된다. 21일과 28일 오전 9시에는 발왕산 정상 주변에서 ‘용평 산나물축제’ 열린다. 전문가와 함께 고사리, 취, 참나물, 두릅, 산마늘, 곤드래, 딱죽(잔대의 정선 사투리) 등 각종 산나물을 살펴보고, 점심 식사로 산나물바비큐가 제공된다. 참가비는 2만3000원으로, 곤돌라 왕복탑승권도 주어진다. 27일 오후 7시30분부터는 어느덧 중년이 된 팬들에게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게 하는 ‘7080 콘서트’가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옥슨 80, 라이너스, 블랙테트라, 로커스트 등 그 시절 멤버들이 나와 히트곡을 부른다. 관람은 무료. 호텔 또는 타워콘도 1박에 웰빙 특선메뉴 2인 1식, 부대시설 할인권 등을 묶은 웰니스 패키지는 2인 기준으로 9만9000원. (02)3270-1131

◇서울 프라자 호텔

#도심 나들이, 벚꽃 축제와 뮤지컬도 즐기고

5월 7일까지 벚꽃 축제를 진행하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www.walkerhill.co.kr)의 가야금홀에서는 4월 22·23일 이틀 동안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를 공연한다. 아차산을 물들인 벚꽃, 철쭉 등을 즐길 수 있는 워커힐은 올해 창사 43주년을 맞아 다양한 경품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4월 한 달 동안 응모권 행사와 워커힐 추억 사연 공모전, 63년 4월에 태어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등을 통해 1500만원 상당의 애스톤 하우스 숙박권, W호텔 숙박권 등 경품을 준다. (02)455-5000

서울프라자호텔(www.seoulplaza.co.kr)은 6월 30일까지 네 가지의 스프링 팔레트 패키지를 판매한다. 퍼포먼스 뮤지컬인 ‘점프’ 공연권 2장(레드), 덕수궁 미술관 입장권 2장과 시티투어버스 이용권 2장(그린), 프라자펍의 피자와 생맥주 2잔(옐로우), 와인과 초콜릿 세트(핑크) 등 도심 나들이나 공연을 패키지 상품으로 묶었다. 모든 패키지는 딜럭스 룸 1박, 호텔 내 레스토랑 10% 할인, 체크아웃 시간 연장 및 프라자보너스클럽(가입비 3만원) 무료가입 혜택이 주어진다. 주중 19만원, 주말(금·토·일) 16만원. (02)310-7710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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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좋겠네요
 

[해외단신] <ABC> 인터넷에 <로스트> 등 인기 드라마 무료제공 外
2006.04.17 09:00
<로스트>

미 <ABC> 인터넷에 <로스트> 등 인기 드라마 무료제공

디즈니 계열사인 미국 <ABC>가 자사 인기 드라마 <로스트>와 <위기의 주부들> 등을 인터넷으로 무료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황금시간대 시청률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에 대응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보겠다는 의도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5월부터 2개월간 방영한 지 하루가 지난 에피소드를 ABC.com에서 마음껏 볼 수 있다. 이번 무료 시범 서비스가 방송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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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2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싸아~ ㅋㅋ

해적오리 2006-04-2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맛 당기는군요.

이리스 2006-04-2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 / 그쵸 그쵸? ㅎㅎ
 

라면 끓이는 일본남자 ‘나옥희’

아버지는 日, 아들은 한국에서 라면집 운영
기발한 엽기 블로그로 ‘언니들’ 시선집중
글=김미리기자 블로그
miri@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허재성기자 블로그
heophoto@chosun.com
입력 : 2006.04.19 14:39 02'

누렇게 뒤덮인 황사로 ‘만사 귀차니즘’이 초절정에 이른 어느 토요일. 강력접착제로 딱 붙여놓은 것 같은 침대를 억지로 떼내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거의 한 달 만에 열어본 미니홈피. 후배 M(여·백수)이 흔적을 남겼다. “나오키씨가 이대 앞에 라면가게 열었어요. 맛있더라구요. 사실 나오키씨가 너무 잘생겨서 정신 못 차린 게 더 컸지만.”

나오키? 뭐지? 그녀와 나의 ‘공동저장구역’엔 없는 단어다. 그런데도 다짜고짜 그렇게 적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이미 세간에 알려진 존재? 얼리 어답터는 못 돼도 뒷북은 죽어도 싫은 나, M에게 전화하는 대신 N사이트 지식인을 호출했다.

나오키+이대앞+라면집=? 많지 않지만 그에 대한 정보가 나왔다. 본명 스즈키 나오키. 쌍칠(77)년생 일본 청년. 털보 남동생과 지난달 이대 앞에 라면 가게 ‘아지바코(味籍,www.ajibako.com)’ 오픈. 그리고 손님 열에 아홉은 일본 라면보다 꽃미남 ‘나옥희’(스스로 붙인 애칭)씨의 명성을 듣고 가게를 찾아간다는 사실. ‘찬(讚)나오키가(歌)’가 줄을 잇는다. 하기야 마흔 언저리 언니 S는 홍대 근처에서 라면집을 하는 일본출신 꽃미남 넷에 푹 빠진 적도 있는 걸 뭐. 이른바 홍대 ‘F4’(대만 꽃미남 그룹). S는 F4에 일주일 동안 15만원을 바쳤다.

인터넷에서 건진 대어는 나오키의 블로그(www.naokis.net)였다. 1999년 뉴질랜드 유학시절 안뇽(안녕), 노무 있포요(너무 예뻐요) 등 달랑 5개 문장만 외운 채 공짜 비행기표로 한 엽기발랄 한국 여행기와 4년 전 한국에 정착한 뒤에 겪은 좌충우돌 적응기…. 만화적 상상력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그래픽과 엉뚱함으로 빚은 텍스트의 압박 사이, 철학적 메시지가 떡 하니 고개 내밀고 있다. 3년 전부터 알음알음 알려진 이 ‘나오키 월드’는 확실히 중독성이 강했고, 결국 나오키네 라면집에 전화를 걸었다.

▲ 닮은 듯 안 닮은 듯 "한국의 일본 라면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가오로 이대 앞에 라면집을 연 나오키(왼쪽)와 동생 싱고
인터뷰 섭외를 위한 세 번의 전화. 외출 중이라는 ‘알바생’의 짧은 대답. 네 번째 전화, 드디어 나오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여기서 잠깐. 이후 나오키는 블로그에 내 전화가 장난전화인 줄 알고 없는 척 했다고 고백했다. 이럴 수가!). 가게 문을 닫는 오후 2시30분~4시30분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인터뷰에 동행한 후배 M. 헉,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등장하시다! 물론 나오키를 위한 것. 약속 시간 30분 전 이대앞 작은 골목길 아담하게 자리잡은 나오키네 가게에 들어섰다. 일단 잠복취재. 신분을 밝히지 않고 여느 손님처럼 라면을 시킨다.

블로그에서 만난 ‘엽기 소년’ 나오키는 없었다. 두건을 쓴 짙은 눈썹의 무표정한 일본 청년. 봄바람에 폴폴 날리는 가냘픈 꽃미남은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강한 ‘니뽄필(일본느낌)’을 풍긴다. 가게 안 손님 열 셋 중 남자는 1명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면발과 나오키에 번갈아 시선을 주는 ‘언니들’.

‘죄송합니다. 시오(소금)가 다 떨어졌습니다.’ 메뉴판 옆에 붙은 칠판에 적힌 메모를 보고 옆 테이블 여학생이 까르르 웃는다. “저것 봐. 장사할 의지가 있는 거야? 귀여워. 호호.”

“저, 면접 또 떨어졌거든요. 엄마가 아무래도 안되겠다구 쌍꺼풀 수술하재요. 진짜 할까봐요.” 면발을 후루룩 마시며 쌍꺼풀 타령인 M. 그러나 나오키의 일거수일투족에 꽂힌 나에게 그녀의 고민은 귓바퀴만 맴돌 뿐이다. 6000원짜리 소유라면과 2000원짜리 검은 깨 아이스크림은 대만족. 주인장 감상에 실패하더라도 본전은 너끈히 뽑고 갈만한 맛.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한 뒤 나오키에게 신분을 밝혔다. 약간의 놀람을 기대했던 나, 그의 덤덤한 반응에 도리어 놀랐다. 식당 한 켠에 앉아 본격적인 탐색에 들어갔다. 커다란 눈망울이 그물그물한다. “3시간인가, 4시간인가 잤어요. 면 뽑느라.”

▲ 한글로 쓴 자신의 이름이 너무너무 귀여워 대만족이라는 나오키.호빵맨,키티로도 변신 가능(?)한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오키의 아버지는 가나가와현에서 20년째 ‘미스즈’라는 라면집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간장 냄새, 삶은 면발에 둘러싸여 산 ‘라면집 아들’은 한국에서 ‘이거다 싶은’ 라면을 맛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의 일본 라면 역사를 바꿔버리겠다”는 당찬 각오로 한국어 한 마디 못하는 동생 ‘싱고’와 함께 작은 라면집을 냈다. ‘자아찾기’라는 명목으로 현실도피중인 남동생은 전직 디스플레이 전문가. 가게 이름(‘맛 상자’라는 뜻)에 걸맞게 상자 테마로 가게를 직접 꾸몄다. 당분간 일손 거들어주려 여동생도 원정 와 있다. 아들 실력이 못내 못미더워 두 번이나 다녀간 아버지. “이만하면 됐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고.

나오키가 한국에 정착한 건 2002년 봄. 월드컵 직전이었다. 뉴질랜드에서 ‘비즈니스 컴퓨팅’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 한국에서도 일본어 강사가 첫 직업이었다. 한국어 학원은 딱 한 달 다녔다는 그의 한국어 실력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일본어 교재를 한국어로 하나씩 번역했어요. 학생들 이해 못하면 한국어로 설명해주려고요. 그렇게 몇 번했더니 한글이 절로 익혀졌어요.”

신림동에서 살던 그가 굳이 이대 앞에 라면집을 연 이유는? 블로그에 슬쩍 내비친 것처럼 “이대생이 돼 이대 언니와 오뎅에 간장을 ‘쉐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그건 농담이고요, 강남, 종로, 명동 사람 많이 모이는데 가봤는데 너무 비쌌어요. 그래서 이대쪽으로 결정했어요.”

자신의 말대로라면 나오키는 ‘무기력남, 무계획남’이다.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많은 ‘귀차니스트’ 언니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번듯한 라면집까지 냈는데 무계획이라고? “저는 인생의 조그만 점(点)은 보이는데, 선(線)을 못 봐요. 선을 보는 능력까지 있으면 좋겠지만, 그거 안되니 보이는 ‘점’대로 사는 거죠. 이거다 싶으면 이렇게 살고 저거다 싶으면 저렇게 살고. 그러다 보면 ‘선’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오호라, 바로 이것. 나오키의 산만한 블로그 글에서 종종 발견하게 되는 ‘나오키표 인생철학’ 아닌가.

‘물론’ 라면집도 평생 할 생각은 없단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하고 있어요. 일본 라면 맛을 많은 사람이 알고 나면 가게 문 닫고 또 다른 일 해야죠. 행복하게, 다른 사람한테 도움되면 그렇게 살고. 어, 이렇게 ‘예쁜’ 이야기는 아닌데….” 머쓱하게 웃는 나오키. ‘점’밖에 못 본다는 이대 앞 ‘나옥희’는 이미 인생의 굵은 ‘선’을 아로새기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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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20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데 한 번 가볼까? 흠흠... 근데 매체에 너무 많이 소개되어 어째.. 바글거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