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신을 만나기위해 글을 쓴다”
한국측 소설가 함정임, 프랑스측 조엘 에글로프 이메일 인터뷰
독자를 위한 소설인가, 소설을 위한 소설인가
▲ 함정임 소설가 | |
‘2006 서울, 젊은 작가들’의 한국측 참여 작가인 소설가 함정임(동아대 문예창작과 교수)씨가 기획위원 겸 초청자 입장에서 프랑스의 젊은 소설가 조엘 에글로프(36)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주제는 ‘문학으로 독자와 소통하기’였다.
▲함정임=몇 년 전 당신의 소설 ‘장의사 강그리옹’을 아껴가며 읽은 기억이 난다. 최근 출간된 문학에세이 ‘문학에서의 새로움은 가능한가?’ 또한 깊게 공감하며 읽었다. 그런데 당신은 ‘독자를 위한 소설’을 쓰는가, 아니면 ‘소설을 위한 소설’을 쓰는가?
▲에글로프=문학과 관련된 것일 때, 공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독자를 겨냥하고 쓰기는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나는 내가 모르는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고 애쓰기보다,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글쓰기, 그것은 거울 앞에 행동하는 것, 스스로의 만족, 자아와의 만남을 위한 것이다. 만약 자기 목소리를 찾는데 성공한다면, 독자와의 만남은 훨씬 더 진지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함=당신의 소설 ‘해를 본 사람들’이나 최근작 ‘현기증’은 누보로망의 일면을 연상시키는 ‘서술의 시학’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글로프=나는 이야기를 작품의 중심에 두는 소설가는 아니다. 이야기를 치밀하게 구상하거나 복잡하게 얽기보다는 시적인 산문을 쓰는데 주력한다.
▲ 조엘 에글로프·소설가 | |
▲함=내면으로 치닫는 자아의 글쓰기를 즐긴다는 얘긴가?
▲에글로프=나는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말한다. 우선 작가로서 성찰이 있고, 그 다음에 독자들과의 풍요롭고 진지한 만남이 있다. 작가의 성찰과 독자의 호응 사이에 대립적인 것은 없다. 다만 두 양상의 공존이 꽤 드물 뿐이다.
▲함=과거와 다른 젊은 작가로서 당신은 소설가가 무엇을 써야 한다고 보는가?
▲에글로프=나는 혼란스러운 정신을 어느 정도 정돈하기 위해 글을 쓴다. 소설 쓰기의 개인적인 지향점을 밝히자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서지기 쉽고 주변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쓴다. 그들은 흔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적대적인 곳에 놓여 있다. 나는 부조리한 상황들, 등장인물의 방황, 의미를 찾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 등을 묘사한다.
▲함=새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가?
▲에글로프=새 작품을 쓰기 위한 정리된 계획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로지 희미한 느낌들, 상황들, 몇몇 서술의 지표들, 분위기 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낯선 것’의 느낌에 대해 쓰려 한다. 한 인물의 방황이 주제가 될 것이고, 그가 ‘그가 아닌 다른 어떤 사람’으로 간주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질 것이다.
▲함=문학이 세상과 좀 더 잘 소통하기 위해 변모해야 한다면, 미래의 소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에글로프= ‘소설은 바다에 떠 있는 빈 병’이다. 물결이 흐르는 대로 그들 스스로 여정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것을 어떻게 취급하든 그것들은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해 목표를 이룬다. 그것은 우연, 또는 운명의 결실이다. 그래도 내게 하나의 방법이 있다면 그건 우리를 인간으로 남도록 돕는 책들, 우리를 인간의 길로 인도하는 책들을 써야 한다는 믿음이다.
정리=김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