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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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왠만한 사람은 다 읽었는데 나는 안 읽은 책

내게는 하루키의 책들이 그렇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얼마나 굉장한 유행을 일으켰는가말이다.

그런데 왜 안읽었냐고?

그냥 별로 안땡겨서라는 말 외에는 이유도 없다.

살짝 유행에 편승해본다.

1권짜리인데다 내용도 뭐 그리 무거울것 같지도 않고.....첫 책으로 고르기에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다.

 

하루키에 대한 첫 느낌은?
뭔가 있을듯한 묘한 분위기로 독자를 현혹시키는데 아주 재능이 있는 작가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심심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럼에도 책이 심심하지 않다 느껴지는 것은 추리소설의 기법들을 절묘하게 배치한 덕분인듯...

완벽한 공감의 공동체를 만들었던 고등학교 친구들의 느닷없는 절교

공감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철저하게 자기안에 갇힌 다자키에게 어느날 다가온 하이다라는 청년

그리고 하이다가 말해주는 사람들의 색채를 볼 수 있는 신비한 사람의 이야기와 어느날 사라져버린 하이다

다자키로 하여금 순례를 시작하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라의 등장, 하지만 사라 역시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닌 뭔가 비밀을 간직한 여인이다.

거기에 알 수없는 이유로 자살한 시로까지 명확한 인물은 누구도 없다.

어쩌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라는 명명이 보여주듯 다자키 자체가 모호한 인물이다.

이런 모호함들이 은근히 이야기의 힘을 만들어내고 독자를 유혹한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하루키는 인물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의 힘이 아니라 인물과 인물간의 디테일함이 독서를 이끌어가고 있으니말이다.

 

다자키 쓰쿠루는 자신만이 색채가 없다 생각하지만 하나의 색채로 명명될 수 있는 인간이 어디 있을까?

어떤 색채를 가지는가는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의 소통에서 이루어지는 것.

그러므로 인간의 색채는 언제든지 다양하게 변모할 수 있는 것일게다.

다자키가 순례를 통해 자신에게 다른 색을 입혀나갔듯이......

 

처음 만난 하루키,

와! 하는 함성은 없지만 그래그래 고개를 끄덕여본다.

거꾸로 그의 책을 거슬러 올라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 순례가 끝까지 거슬러올라갈지 중도에 벗어던질지는 가봐야 아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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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1-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반가워요~~~~~ 얼마만이어요^^
전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쉬우면서도 친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만들어주었고^^
다자키...평범하면서도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지요.

바람돌이 2013-11-05 16:25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안녕하시죠? 이젠 글도 좀 써고 자주 와야지 했는데 맘만큼 안되네요. ㅠ.ㅠ
다자키라는 인물이 본인은 아무런 특색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존재만으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들 꼭 친구들 중에 하나쯤 있잖아요. ^^ 인물은 매력적이고, 하지만 왜 그렇게 열광하는가까지는 잘 모르겠고 그래요. ^^
 

로맹 가리의 책들이 좋다.

하나씩 하나씩 읽어가면서 아직은 읽어야 할게 더 많음을 기뻐한다.

처음으로 읽었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임펙트가 워낙 강해 찾게 된 로맹 가리

은근 중독증세를 보인다. 아직은 이렇게 본 책 보다 봐야 할 책이 더 많아 행복한 작가!

 

 

 

 

 

 

 

 

 

 

 

 

 

 

 

 

 

지금 유럽의 교육을 읽고 있는데 제목만 들으면 완전 무슨 교육서적 같아 평소와 달리 역자 후기를 먼저 봤다.

그리고 봤다.

자살하면서 남긴 로맹 가리의 유서를.....

 

 

 결전의 날.

 진 세버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상심한 마음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다른 데다 호소하도록 초대받는 법이다.

 사람들은 아마 신경쇠약 탓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 신경쇠약이라는 것은 내가 성인이 된 이후 계속되어왔으며, 내 문학적 작업을 완수하게 해주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인가? 아마도 <밤은 고요할 것이다>라는 내 자전적 작품의 제목과, '사람들이 달리 더 잘 말할 줄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내 마지막 소설의 마지막 말 속에서 대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로맹가리

 

 

아 젠장!  멋지잖아.

내가 이 세상에서 할 건 다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저 당당한 자신감.

저런 유서를 남겼는데도 사람들은 왜 1년 전에 자살한 진 세버그때문이라고 말들을 했을까?
(진 세버그는 영화배우였으며 로맹 가리의 전부인이기도 했다.)

 

 

 

 

김학철 선생님이 예전에 갈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시면서  스스로 곡기를 끊고 영면에 드셨다.

멋있었다.

 

 

며칠 전에 본 역사e에서 이회영 선생이

예순 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라고 했다.

머리가 띵 울릴 정도로 멋있었다.

 

 

 

 

 

 

 

 

지난 달에 영화 <지슬>을 봤다.

가장 슬펐던건 이들의 죽음이 너무 허무해서였다.

왜 죽는지도 모르고, 뭔가 의미를 남기지도 못하고,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 하나도 없이 그냥 그냥 죽어갔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죽음.....

 

 

깨놓고 말하면 나이가 든다는 건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다.

아! 죽을 때 멋있고 싶다.

로맹가리처럼, 김학철, 이회영처럼........

사는 동안 멋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던 나같은 사람이 죽을 때 멋있어 보이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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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깝죽 2013-06-2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이가 66세라면 완전 청춘이구먼 그 아까운 나이에 자살을 하다니
나 같으면 뭔가 큰 물건 하나 만들어 놓고 가겠다.
 
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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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e의 인기에 힘입어 EBS에서 역사e를 만들었다.

지식e만큼의 임펙트에는 조금 미치치 못하는듯 하지만, 자료로 쓰기좋아 관심있게 보고 있다.

결국 지식e와 같은 컨셉이다.

 

숨은 인물과 사건을 발굴하고, 뻔해 보이는 사건을 뒤집어보고, 낯설게 하고 그속에서 새로운 시선을 만드는 것

지식e나 역사e가 기여하는 바는 바로 이런 면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식e나 역사e에 열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고....

 

역사e는 독립운동가 이회영으로 시작한다.

인상적인 시작이다.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예순 여섯 살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 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18 -19쪽)

 

 

조선의 유서깊은 양반가였으며 떵떵거리는 부자였던 이회영 일가는 일제에 의해 주권을 잃어버리자 집안의 재산을 정리해 간도 삼원보로 떠난다. 집안의 6형제가 함께 떠났으니 집안의 가풍을 짐작할만하다.

이 집안의 돈이 간도에 독립운동기지를 만들었고, 신흥무관학교를 만들어 무수히 많은 독립군을 배출해냈으며 상해임시정부에 쓰이고.... 돈만이 아니다. 함께 간도로 떠난 6형제 중 해방 이후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건 다섯째였던 이시영 한 사람뿐이었다.

예순 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라......

얼마나 당당하고 오만한 자신감인가?

하지만 이회영이라면 수긍이 간다.

40대에 가진 모든 것을 바쳐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개화적인 양반에서, 계몽운동가로, 50대에 아나키스트로 자신의 사상을 새롭게 정립해나가며 민족의 독립을 위해 전생을 바친 사람의 삶 자체가 답이 될 수 없다면 무엇이 답이 될 수 있겠는가?

나이 50에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고 온몸을 바쳐 투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범인의 경지를 벗어나는 것이리라....

내 나이 60은?

음.... 생각하기 싫다......`

 

 

 

 

 이부자리 개기, 아침인사, 요강비우기, 집안청소.... 할아버지의 시중을 들며 익히는 바른 습관

 단정한 옷차림, 바른 몸가짐, 남을 대할 때의 예의범절... 할아버지를 보며 깨치는 '선비'의 덕목

 봇짐장수, 일가친척, 방랑객... 사랑채에 드나드는 사람들, 사랑채에 앉아 듣는 '세상 공부'

 ........

 할아버지가 손자를 직접 가르치는 최고의 교육법 '격대교육'

 

 

바쁜 부모를 대신해 세대를 건너뛰어 조부모를 통해 이루어지는 가정 교육.

16세기의 사대부 이문건은 손자를 기른 일종의 육아일기 <양이록>을 남긴다. 사화에 휘말려 귀양살이를 하던 이문건이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손자를 기르면서 쓴 육아일기다.

손자는 뜻대로 자라주지 않는다.

일기의 마지막은 "할아버지와 손자 모두 실망하여 남은 것이 없으니 이 늙은이가 죽은 후에나 그칠 것이다. 아, 눈물이 흐른다"로 맺어진다. 대충 보니 이 때 손자가 딱 사춘기다. 부모 모두 잃고 혼자 남아 귀양살이 하는 할아버지 품에서 자란 손자의 사춘기가 얼마나 극심했을까? 근엄한 성인의 이미지 밖에 없는 율곡 이이도 사춘기때 새어머니와 맞지 않아 가출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자식은 부모의 모습을 닮는다. 아니 조선에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닮았을까?

이후 손자는 할아버지의 뜻대로 과거에 급제하지는 못하였지만, 임진왜란때 의병을 일으키고 그에 대한 상도 당연한 일이었다며 사양했단다.

결국 부모 또는 조부모의 삶이 자식의 본보기인 것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진짜 사는게 만만찮다. 잘 살아야 한다. 내 아이가 올바른 삶을 살게 하고싶다면.....

 

 

 

 나는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서 있는 조선 비석을 발견했다.

 .........

 강제로 빼앗긴지 꼭 100년이 되던 해

 "남과 북은 일본으로부터 북관대첩비를 반환받기로 하고 이를 위한 실무적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제15차 남북장관급 회담 공동보도문)

2006년 북관대첩비는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오랫만에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당국 회담이 결국 무산되었다.
예상한바라 하더라도 안타까운건 어쩔수 없다.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는 공방전, 대화의 의지 자체가 없으면서 책임은 피하고 싶은 작태는 가소로울뿐이다.

 

1592년 임진왜란, 일본은 부산에 상륙한지 겨우 20일만에 서울을 함락시키고 60일만에 평양을 함락시킨다.

당시 서울까지 가는 길이 급하게 걸어가면 20일정도가 걸렸던 걸 감안하면 말이 안되는 속도다.

이러한 전세를 뒤집은 것은 이순신의 해전과 곳곳에서 일어난 의병들이었다.

함경도로는 한번도 진 적이 없어 전쟁의 신이라 불리던 가토 기요마사의 부대 2만 2천이 진격해온다.

의병장 정문부는 다른 의병부대와 곳곳에서 연합작전을 벌이며 일본군을 괴롭힌다.

이 책에서는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부대 2만 2천 VS 정문부가 이끄는 의병 200 이라고 하지만 이건 엄밀히 말하면 과장이다.

함경도 지역 곳곳에서 일어났던 전투를 통틀어 북관대첩이라 하는데 2만2천대 200이라고 하면 마치 전면전을 벌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전면전은 불가하다. 정문부의 의병부대를 비롯한 여타 의병부대가 상황에 따라 연합해가며 기습전을 벌였던 것으로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그럼에도 가토 기요마사의 정규군을 맞아 싸워 결국 그들을 패퇴시키고 함경도를 수복했다는 것은 엄청난 공적임에 틀림이 없다.

 

바로 이 북관대첩의 공적을 기록한 것이 북관대첩비, 정식명칭 '조선국함경도임명대첩비'이다.

그런데 이 비석이 1905년 러일전쟁 중 북상하던 한 일본장교에 의해 "이것은 일본역사의 수치다"라는 선언으로 강제로 떼어져 일본으로 건너가 결국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내팽개쳐지게 된 것이다.

 

1979년부터 한국정부는 북관대첩비의 반환을 일본에 요구하였으나 난항을 거듭하다가 2000년대 들어 남북공동외교활동에 의해 결국 2005년, 강제로 빼앗긴지 꼭 100년만에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남북이 같이 함으로써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북관대첩비의 글을 읽는 날, 남북회담의 무산이 더욱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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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6-1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 인사를 드린적이 있는 지 모르지만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넘 반가와요!!!!^^
이 책은 저도 세실님께 받아서 갖고 있는데 [린 인] 다 읽고 읽어야겠어요~~~.^^

바람돌이 2013-06-13 14: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시아님. 음... 저도 인사를 드린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시아님 서재 가서 해든이란 이름을 보니 분명 인사를 했던듯해요. ^^
닉네임이 원래 시아님이었나요????
하여튼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해요. ^^
 

 

팟캐스트 방송 중에 창비에서 만든 라디오 책다방 을 즐겨 듣는다.

김두식씨와 소설쓰는 황정은이 진행을 하는데 이번 9회 방송에서는 엄기호 한윤형 두 사람과 함께 방송이 진행되었다.

이 두 사람은 이름은 처음 듣는데 지은 책들의 제목은 모두 익숙하다. 제목만.... ㅠ.ㅠ

 

 

 

 

 

 

 

 

이번 편은 주로 세대론을 다뤘는데 듣다보니 속으로 뜨끔한 얘기들이 제법 있다.

그중에서도 386세대의 교육관을 얘기하는 부분은 정말 앗 뜨거다.(여기서 386세대라는 말의 폭력성이나 경계들의 의미는 잠시 재껴두자.)

 

나는 흔히 말해지는 대로 한다면 딱 386세대다.

대학시절 나는 세상이 이제 뒤집어질 줄 알았고, 그 기대가 어긋났을때도 이 세대가 사회의 주도층이 될 때쯤에는 세상이 확 달라져있으리라 기대했다.

그게 얼마나 순진하고 멍청한 기대였는지는 지금 현실이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먼 옛날 손자병법의 이 명언을 깨닫지 못한 우리 세대는 적의 강고함을 얕봤고,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소위 386세대들은 이제 대부분이 10대 이상의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부모세대가 됐다.

이들은 이제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기르고 있을까?

 

 

 

 * 자신의 아이가 초등학교는 대안학교를, 고등학교는 특목고를 가기를 바란다.

 * 유사 이래 아이들은 가장 똑똑한 부모를 뒀다. 그래서 아이들의 책을 부모가 고른다. 좋은 책만....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좋은 책 나쁜 책 고를 기회가 없다. 오히려 부모덕분에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된다.

 *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을 비판하다보면 자식교육에 올인 - 기러기아빠가 된다.

 *속마음 - 아이가 별로 공부안하고도 서울대갔다고 얘기하고싶어한다.

 * 최고 히트 - 학교 공부를 못하는 자식은 괜찮지만, 똑똑하지 않은 자식은 참을 수 없다. 학교를 때려치더라도 멋지게 때려치워야 한다.

 

 

여기에 내가 하나 덧붙이자면

* 사회문제에 관심많고 진보적인 부모가 집에서까지 진보적이고 완전히 민주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 집에서는 그냥 게으르고 아이들 심부름 시키기 좋아하는 그냥 평범한 부모다. 즉 말만 진보적이다.

 

이러고 보니까 아!

애들 정말 이런 부모밑에서 산다고 고생이 많겠구나!!

똑똑해야 되고, 공부도 잘하면 좋고, 멋지기까지 해야 하고....

거기다 말빨은 세서 말로는 부모한테 절대 못이기는데 딱히 수긍은 안가고....

 

남 얘기가 아니다.

딸 둘을 키우고 있는 나의 은밀한 욕망이 이런식으로 까발려지니 뜨끔하다가 민망하고 딸들한테 미안해진다.

저 말들이 내 마음과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70%이상이다.

특히나 학교공부는 못해도 똑똑하기는 해야 한다는데서는 빵 터졌다.

세상에는 똑똑한 아이보다는 똑똑하지 않은 아이가 더 많은데 어떡하지?

 

우리집 애들을 비롯해서 요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냥'이다.

왜 그랬어? 왜 좋아? 왜 싫어?
무수히 쏟아지는 왜, 왜, 왜?에 아이들은 그저 그냥이란다.

부모세대의 말빨에 아이들이 눌려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386세대가 아이들을 기른다면 무지 반듯하게 멋지게 잘 키울 것 같았는데.....

관념의 진보는 이렇게 현실과 부딪히면 백전백패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가 미래에 행복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래의 행복이 지금의 행복을 저당잡아서 이루어질 수는 절대 없는 것!

딸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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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6-1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딸도 그냥 이란 말을 잘 해요
그런데 가만 보면 전 그 그냥을 추궁하는거 같아요 왜인지
사실 말하기 싫어서일수도 있는데
하지만 저야말로 그냥 불쑥
이런 경우가 많은데요
전 그냥 아무 이유없이를 아주 생활화했던 사람인데
저도 점점 아이들 세계와 멀어져 가는 사람 같네요
아이입장 부모입장
같아질 날은 오지 않겠지요

바람돌이 2013-06-13 12:24   좋아요 0 | URL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특히나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죠.
아이입장 부모입장 같아지면 오히려 큰일 날 것 같아요. ^^
어른은 어른스럽게 아이는 아이스럽게.... ^^;;

순오기 2013-06-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는 저도 뜨끔합니다~ 그래서 동의하고요.ㅠ
부모 노릇을 잘하기는 어려우니, 그냥 친구같은 부모가 되면 좋겠다 생각해요.
물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하는 말이지, 어릴 때는 친구같은 부모를 생각만하고 실천은 못했어요.ㅜㅠ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글.사진 / 예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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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글!

만약 작가를 모르고 봤다면 여자가 쓴 글이라고 생각했을듯도 하다.

남자들의 글속에서 감성은 곧잘 모자라고, 여자들의 글에서 감성은 곧잘 지나치게 넘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물론 모든 남녀가 그런것은 당연히 아니다. 언제나 예외들은 존재하는 법!)

그러나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간다는 어쩌면 낭만적일 수 있는 여행길에서 자신의 감성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풀어낸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만 못하다지만 어디 그것이 쉬운일인가 말이다.

 

이 책에서 다니는 여행지는 이미 말한대로 영화의 촬영지들이다.
그런데 영화는 모두 유명세가 대단한 영화들이지만 그 촬영지들은 영화가 아니라면 절대로 관심이 가지지 않을 것같은 곳들 - 외지고 한적하고 그래서 가려면 죽도록 고생해서 가야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소중하다. 이동진 이사람이 아니라면 언제 이런 곳을 책으로라도 보겠는가 말이다.

 

호주의 에어즈록에서 작가는 말한다.

"서로 몸을 맞대고 반갑게 비비기라도 하듯, 평상에 드러누워 끝없이 속살거리기라도 하듯, 별들은 일제히 소리를 냈다. 별이 별을 부추기고 별이 별을 흔들어 깨우는 압도적인 풍경을 올려다보고 있다니 현실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 밤, 나는 별의 잔해였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바위 에어즈 락, 그 바위외에는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과 하늘 외에는 없는 그곳의 밤이 나를 감싼다. 이 순간 나 역시 별의 잔해가 된다.

 

"사막에서는 모래 바람이 끊이지 않고 불어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이는 모래는 고체이고 액체이며 기체였다..... 사막에서 모래는 무형의 형질로 그 모든 것이 되었다. 그렇게 세상을 이룬 모래는 잔바람에도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속삭였다. 이제 어둠이 사막을 완전히 삼킨 후에도, 모래는 잠들지 않고 오래도록 수군댈 것이다."(스타워즈의 촬여장 - 튀니지) 모래는 바람의 잔영일테다. 아마도 나 역시 잠들지 못하고 모래의 수군거림을 내내 듣고 있었으리라....

평이한 문장들 속에서 이토록 깜찍하게 튀어나오는 문장들은 갑자기 나를 공간이동시킨다. 그저 평범한 여행이 특별함이 되는 보석같은 순간들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촬영지 피지 모누리키섬을 찾은 것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머감각이 빛나는 곳이다.

아니 도대체 영화의 촬영지라고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1박2일동안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아보겠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톰행크스처럼 불을 피워보려다 결국은 포기하고 라이터로 불을 피우고, 야자열매를 따서 목마름을 해결하겠다고 나무를 오르다 실패하고.... 농담 한마디 없이 웃기는 것도 가능하구나... 이 정도면 21세기 톰소여에 그대를 임명할 수 있겠구나... ^^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가의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세계적인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무덤이 있는 스웨덴 포러섬이었다. 고인의 뜻에 따라 세계적인 거장의 겉을 모두 빼고 자연인 잉마르 베리만 하나만 남은 흙무덤 하나 보겠다고 스웨덴까지 날아가다니....

하지만 글을 따라 함께 가다보면 작가가 왜 이 곳을 굳이 가야했는지가 수긍이 간다. 무지 어려울것 같은 분위기와 명성에 압도되어 그의 영화를 하나도 못본, 그래서 잉마르 베리만이라는 영화감독에 대한 존경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그의 무덤은 신성한 성소처럼 느껴졌다. 한 사람의 삶이 마지막조차도 이렇게 비장하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또 하나 이 책의 마지막 아름다움은 여행의 본질을 잊지 않음에 있다.

"여행이라는 것 역시 나그네에게는 삐걱대는 삶을 수리하는 기간일 것이다."

"누군가 잠깐 들른 휴식 공간이 다른 이에게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 여행자는 종종 죄책감의 삯으로 환상을 소비한다."

"전경을 찍기 위해 사진기를 들이댈 때, 멀리서 나를 알아본 테오의 엄마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순간에는 사진 찍는 것보다 마주보며 나도 손을 흔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감성이 얼핏 평범해보이는 여행에세이를 비범하게 빛나게 한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며 그와 함께 한 여행이 끝났을 때 내 입가에 미소 한자락을 머물게 한다.

 

(글 속의 붉은 글씨는 책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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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6-0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전문기자로 여자로는 김혜리를 좋아합니다.금요일 밤 10시 문화방송 FM 성시경의 푸른밤에 고정출연하는데 아주 해박한 지식과 감칠맛나는 언변으로 영화이야기를 해줍니다.목소리가 좋아서 매주 듣습니다.추천!

바람돌이 2013-06-04 23:22   좋아요 0 | URL
김혜리씨의 책도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챙겨놔야 하겠네요. ^^
라디오를 따로 챙겨듣지는 않는데 혹시 팟캐스트로 떠있는지 확인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