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방송 중에 창비에서 만든 라디오 책다방 을 즐겨 듣는다.
김두식씨와 소설쓰는 황정은이 진행을 하는데 이번 9회 방송에서는 엄기호 한윤형 두 사람과 함께 방송이 진행되었다.
이 두 사람은 이름은 처음 듣는데 지은 책들의 제목은 모두 익숙하다. 제목만.... ㅠ.ㅠ
이번 편은 주로 세대론을 다뤘는데 듣다보니 속으로 뜨끔한 얘기들이 제법 있다.
그중에서도 386세대의 교육관을 얘기하는 부분은 정말 앗 뜨거다.(여기서 386세대라는 말의 폭력성이나 경계들의 의미는 잠시 재껴두자.)
나는 흔히 말해지는 대로 한다면 딱 386세대다.
대학시절 나는 세상이 이제 뒤집어질 줄 알았고, 그 기대가 어긋났을때도 이 세대가 사회의 주도층이 될 때쯤에는 세상이 확 달라져있으리라 기대했다.
그게 얼마나 순진하고 멍청한 기대였는지는 지금 현실이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먼 옛날 손자병법의 이 명언을 깨닫지 못한 우리 세대는 적의 강고함을 얕봤고,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소위 386세대들은 이제 대부분이 10대 이상의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부모세대가 됐다.
이들은 이제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기르고 있을까?
* 자신의 아이가 초등학교는 대안학교를, 고등학교는 특목고를 가기를 바란다.
* 유사 이래 아이들은 가장 똑똑한 부모를 뒀다. 그래서 아이들의 책을 부모가 고른다. 좋은 책만....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좋은 책 나쁜 책 고를 기회가 없다. 오히려 부모덕분에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된다.
*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을 비판하다보면 자식교육에 올인 - 기러기아빠가 된다.
*속마음 - 아이가 별로 공부안하고도 서울대갔다고 얘기하고싶어한다.
* 최고 히트 - 학교 공부를 못하는 자식은 괜찮지만, 똑똑하지 않은 자식은 참을 수 없다. 학교를 때려치더라도 멋지게 때려치워야 한다.
|
여기에 내가 하나 덧붙이자면
* 사회문제에 관심많고 진보적인 부모가 집에서까지 진보적이고 완전히 민주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 집에서는 그냥 게으르고 아이들 심부름 시키기 좋아하는 그냥 평범한 부모다. 즉 말만 진보적이다.
이러고 보니까 아!
애들 정말 이런 부모밑에서 산다고 고생이 많겠구나!!
똑똑해야 되고, 공부도 잘하면 좋고, 멋지기까지 해야 하고....
거기다 말빨은 세서 말로는 부모한테 절대 못이기는데 딱히 수긍은 안가고....
남 얘기가 아니다.
딸 둘을 키우고 있는 나의 은밀한 욕망이 이런식으로 까발려지니 뜨끔하다가 민망하고 딸들한테 미안해진다.
저 말들이 내 마음과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70%이상이다.
특히나 학교공부는 못해도 똑똑하기는 해야 한다는데서는 빵 터졌다.
세상에는 똑똑한 아이보다는 똑똑하지 않은 아이가 더 많은데 어떡하지?
우리집 애들을 비롯해서 요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냥'이다.
왜 그랬어? 왜 좋아? 왜 싫어?
무수히 쏟아지는 왜, 왜, 왜?에 아이들은 그저 그냥이란다.
부모세대의 말빨에 아이들이 눌려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386세대가 아이들을 기른다면 무지 반듯하게 멋지게 잘 키울 것 같았는데.....
관념의 진보는 이렇게 현실과 부딪히면 백전백패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가 미래에 행복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래의 행복이 지금의 행복을 저당잡아서 이루어질 수는 절대 없는 것!
딸들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