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때문에 세상이 참 시끄럽다. 하기야 대한민국에서 이놈의 학교가 언제 문제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나만 요즘의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는 온 사회가 한목소리로 척결(좀 살벌하군?)을 외친다.

드디어는 학교에 경찰을(전직이긴 하지만) 배치하잔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 아니면 다 잡아들여서 학교를 건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며칠전 밤에 이 문제로 100분 토론 벌이는걸 보면서 혼자 씨근덕거렸다.

학교폭력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얘기된건 물론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이 워낙 선정적으로 떠들어 대긴 하지만 뭐 실제로는 그렇게 까지는 아니라고 할 생각도 없다.

문제는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하고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인데 정작 이문제의 당사자들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은 없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나 학교폭력을 상습적으로 행사하는 아이나 똑같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대부분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사랑받지 못하고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기에 방치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가정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있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두가지 중에 하나는 반드시 해당된다. 특히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아이의 경우는 대부분 가정적 안정도 같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마음은 상처투성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할 능력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냥 일반적인 나같은 어른들이 얘기하면 의사소통 자체가 잘 안된다. 흔히 하는 말로 말이 안통한다. 학교에서 매일 그들을 만나는 나조차도 이런데 사회의 다른 어른들은 어떨까? 학교에 경찰이 상주한다면 그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결국 경찰을 상주시키자는건 깨놓고 말해서 아이들을 협박하자는 거다. 너희들 이제부터는 주먹쓰면 경찰에서 잡아갈테다라는 식의....결국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처하겠다는건데

이세상 어디에서도 폭력이 폭력으로 완전히 제압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가 폭력에 의해 치유될리는 만무하다. 결국 이건 안그래도 사랑받지 못해 세상에 적대성을 품게된 아이들을 완전히 사회로부터 내치겠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그럼 그들은 어디로 갈까? 갈곳이나 있을까?

경찰배치를 얘기하기 전에 전문상담교사 배치의 문제를 얘기하고 공론화시키지 않는지....지금 이 폭력적인 대한민국의 사회구조를 바꿀수야 없겠지만 그나마 미봉책이라도 될 수 있는건 학교에 한 명 이상의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해주는게 될거다. 대충 60시간 연수받고 수업다하고 업무다하는 그런 상담교사 말고, 수업과 업무에서 완전히 자유롭고 자신의 근무시간을 100% 학생 상담에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교사 말이다. 왕따인 아이에게도 삥을 뜯고 아이들을 때리는 아이들에게도 말문을 열어줄 수 있는 전문 상담교사의 배치를 주장하는 사람은 왜 없을까

아마도 역시나 돈문제겠지? 상담교사의 배치보다는 전직 경찰을 배치하는게 훨씬 돈이 적게 들테니까.... 하지만 오늘의 학교폭력을 정말 걱정하고 그 아이들을 걱정한다면 우리 학교가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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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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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서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궁중암투의 주인공들, 아니면 황진이나 신사임당같은 잘 알려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대부분 남성의 시각에 의해 포장된 -팜므파탈의 이미지 아니면 박제되어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런 이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참 신선했다. 오랫만에 새로운 만남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신사임당이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신사임당은 더 이상 율곡의 어머니가 아닌 그녀 자신으로서의 신사임당이다. 남편에게 재혼의 필요성이 없으니 재혼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길 수 있는 여성, 마음에 들지않는 시집 식구들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 여성으로서의 신사임당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아도 자신의 삶과 권리를 당당히 선언하고 있는 여성이다.

나는 아내의 도리를 다했으니 당신은 사위로서의 도리를 다하라고 맹렬히 꾸짖을 수 있는 송덕봉, 금강산 관광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장을 하고 길을 떠난 김금원, 조선시대의 열녀신화에 편승하지 못한 자신을 용감하게 드러내는 풍양조씨의 인간적 기록들.....

모두들 시대의 제약에 어쩔 수 없이 얽매여 있지만 나름대로 그 제약을 뚫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들은 한편으로 눈물겨우며 한편으로 통쾌하다.

욕심이 있다면 이 14명의 여성들의 삶을 14권의 책으로 부활시키고 싶다는 것이지만 아마도 싶지 않을터... 이들의 역사마저도 많은 부분 그 자신의 기록보다는 남자들의 기록에 의지하고 있기에.... 이만한 기록을 찾아내고 복원해내는 것도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 노력에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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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크레파스와 요술기차 웅진 세계그림책 3
나카야 미와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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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된 딸래미가 전작인 까만크레파스를 너무 좋아해서 이 책도 나오자 마자 샀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럴 때 엄마는 뿌듯하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크레파스와 버스 배 기차들이 등장하면서 우리 아이는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면서 본다. 그리고 기차가 다치는 장면에서는 한껏 걱정스런 표정이되어 '어떡해'를 연발한다. 하지만 기차가 찰흙으로 만들어졌다는걸 알고서는 다시 신나하며 매일밤 읽어달랜다. 표지에서 마지막 겉장까지 크레파스 친구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스스로 얘기를 만들어 내는 모습까지 그리고 없는 색깔의 크레파스 친구들까지 걱정한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전작 까만 크레파스 보다는 못하다. 전작이 나와 다른 친구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는 따듯함이 담겨있었다면 이건 그저 사이좋아진 크레파스 친구들이 여전히 재미나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약 이 책을 산다면 꼭 전작인 까만 크레파스부터 사서 읽히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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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7-21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모든 그림에 까만 크레파스로 덧칠을 해놓진 않나요? 우리 꼬맹이 크레파스통엔 까만색이 꽁지만 남아 있어요.^^
 
금빛 기쁨의 기억 - 한국인의 미의식
강영희 지음 / 일빛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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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왜 품절일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봤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출간된지 오래된 책도 아니고....가끔 다른 서점에서는 구할 수 있는 책들이 알라딘에서는 품절일 때가 있다. 아니 좀 많다. 이유가 뭘까?

표지의 자물쇠가 근사한 책, 책을 펼쳐서 날개부분을 펼치면 '어 이게 뭐야' 저자 소개에 한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한옥의 문을 빼꼼히 나서면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멋있다. 저자 사진으로 어릴 때의 자신의 사진을 내다니... 그런데 책을 읽어가다보면 이 사진을 낸게 단순히 편집상의 문제는 아니었다는게 밝혀진다. 저자는 자신의 미의식의 원천을 어릴적 한옥이었던 외가에서 형성된것으로 파악한다. 그의 한국적인 미적 심상의 원형말이다. 한국인의 미의식-취향이 어떤 것일까를 탐구하는 주제에 아주 걸맞는 사진이다. 저자의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편집자의 생각이었을까 어쨌든 성공적이면서 기발한 생각이다.

책의 시작은 백남준을 예로 들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흔하디 흔한 조금은 식상한 논조로 시작된다. 그러나 글의 전개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건 식민지시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한국의 미 인식을 논박하는 2부이다. 한국미술사에서 야나기 무네요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어쩌면 오늘날에도 한국인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 미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거의 그의 손에서 창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백의 민족의 이미지, 한과 애상의 미로서의 한국미술의 이미지같은 것 말이다. 물론 학계에서는 이러한 야나기의 미술관을 논박한바가 많았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깊게 뿌리박은 관념을 완전히 바꿔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야나기는 일제 식민지시대 한국인에 대해 동정적이었던 일본인, 그리고 한국미술의 가치를 부각시켜 주었던 일본인으로 기억되고 있고 더구나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1984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보관(寶冠) 문화훈장까지 받은 사람이다. 

저자는 야나기의 한국미에 대한 인식이 철저한 일본인의 미의식에 기준하여 이루어진것임을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이었음을 논리적으로 비판한다.

"흔히 무의식의 미, 무작위의 미, 무기교의 미로 표현되는 야나기의 한국 예술론의 핵심은 일본인의 미의식을 한국인의 미의식에 덮어씌우면서 그것을 미의식에 미달하는 무의식으로 격하시킨 것이다."(본문 63쪽)

"미의식에도 위계질서가 적용되며, 일본인에게는 윗자리의 미의식이, 한국인에게는 아랫자리의 무의식이라는 '저마다의 알맞은 위치'가 주어진다. ...이같은 미의식의 위계질서는 한국의 미를 '타력의 미'로, 일본의 미를 '자력의 미'로 규정하는 논리를 통해 체계적인 틀거리를 갖춘다. ... 나아가 이들은 위계질서에 의해 서로 다른 위치와 역할을 부여받은 다음 하나의 체계로 통합된다"(본문 67쪽)

결국 야나기의 미의식은 정치적 식민주의의 문화적 변용에 다름아니었음을 설파하며 그가 일본인의 눈으로 파악한 한국미가 결국 허구임을 맹렬히 논파하고 있다. 문화의식에 있어 식민주의의 잔재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에서 한단계 발전하여 이제야 제대로 청산되는 느낌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저자는 그렇다면 한국인의 미의식이란건 뭘까를 3부에서 본격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밖으로 보이는 형(形)이 아니라 그 너머의 상(象)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따라서 형태미를 넘어서는 정신미의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서 모든 논의를 출발한다. 그속에서 흔히 말하는 고졸미가 발휘되며 해학과 신명역시 마찬가지로 파악될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이의 입증을 위해 저자는 박수근과 한국의 각종 미술품들과 민속, 음식, 한국인의 색감, 현대미술까지를 종횡무진 누비며 논의를 전개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2부에서 보였던 만큼의 훌륭한 논리성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 느낌이다. 이걸 느낌이라고 하는건 딱히 뭐라고 반박할 말은 없지만 뭔가 지나치게 강박적이지 않나 하는 혐의이다. 하나의 준거틀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맞춰나가려 애쓰는 모습같은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은 2부의 글만으로도 한국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의 품절 두글자도 지워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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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김성보, 기광서, 이신철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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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린 시절의 풍경들 몇가지

1. 초등학교 운동장 웅변대회 - 잔뜩 폼잡고 조례대에 올라간 꼬마 연사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허공으로 휘두르며 '공산당을 때려잡자'고 외친다. 말들은 다 엄청 원색적이고 초등학교생에게서 나올 수 없는 과격함으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아무도 과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 박수치는 나!(와 멋있다. 나도 하고싶다. 이런생각을 하며 동경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나)

2. 초등학교 교과서 - 무슨과목인지는 기억 안난다. 아마도 도덕책이었으리라. 포스터가 하나 그려져 있다. 시커먼 악마로 묘사된 북한 공산당. 그 아래에서 검은 실루엣으로 표현된 쇠고랑 차고 쟁기들고 삽들고 일터로 끌려가는 북한 사람들. 다들 삐적 말랐다. 그리고 설명 글들(같은 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사람들은 자유도 없이 매일 강제노동에 시달리고(천리마 운동이랬다) 엄마들은 아이를 탁아소에 빼앗기고 일을 해야 된다는 둥...

3. 악몽 - 밤에 악몽을 꾸게 되면 꼭 북한 공산당이 쳐들어오는 꿈이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대학 때 만난 내 친구는 닭을 무지 무서워했는데 악몽 중에 가장 무서웠던 것이 북한공산당이 굉장히 살찐 닭을 뒤뚱뒤뚱 앞세우면서 쳐들어왔던 꿈이래나 뭐래나

나는 가끔 현대사 부분 수업할 때 이 이야기들을 써먹는다. 그러면 거의 교실은 코미디 분위기다. 아이들은 내가 뻥치는줄 안다. 전혀 이해를 못한다.  참 그랬다. 코미디같은 일들을 하고 그런 속에 살면서도 그게 코미디인줄 몰랐다.

이런 나에게 대학시절 북한도 사람이 사는 땅이라는 사실을 알게된건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곳을 한번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기에....

이후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까지 참 많이도 변해왔다. 요즘이야 더 이상 북한을 옛날의 내가 아니 우리가 봤던 식으로 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감정적인 반감이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잠재적인 적으로 북한을 꼽는 사람들도 많이 남아있고, 아니면 북한을 못살아 나를 괴롭히는 불쌍한 친척 보듯이 보는 사람들은 더 많고...그래도 여러 부문에서 교류도 많이 이루어지고 여행기들도 나오고 세상이 참 많이 변하긴 했다. 하지만 감정적이고 동정적인 북한론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이성적으로 북한을 볼 수 있게 하는 시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연구서나 논문들이어서 학생들이나 비전공자가 볼 수 있는 글들은 거의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아니면 있는데 내가 몰랐거나)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몇가지 결점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1945년 이후 북한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쉽게 잘 정리해놓았다.

북한 정권의 성립과정과 한국전쟁 이후 김일성의 권력독점과정, 폐허위의 복구과정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인력동원을 위한 수많은 운동들(대표적인게 천리마운동) 주체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과 확립되어 가는 과정, 그리고 최근의 경제 위기의 원인들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북한의 여러가지 모습들 -대표적인게 아마도 북한의 권력승계과정이나 북한 사람들의 수령숭배같은 것일 것이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받아들이는건 개인의 몫이지만 적어도 그걸 무조건 우리의 관점에 비추어 비웃을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의 역사속에서 이해해 볼 수 있는 단초도 제공하고 있다. 감정적인 북한에 대한 동정론이나 통일론 아니면 반대의 적대론 모두 이제는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이성적으로 통일문제에 접근해가는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기에 그 출판 자체가 큰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

몇가지  단점들 - 서술 자체가 굉장히 교과서적이다. 요즘은 학교 교과서도 칼라판이다. 책이 편집이나 서술형태나 모두 꼭 교과서 같다. 고등학교 북한사 교과서라고 하면 될까? 책은 쉽기는 하지만 별로 재미있지는 않다. 나와 비슷한 어린시절의 경험을 공유한 세대라면 궁금증 하나만으로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세대에게는 어쩔지 잘 모르겠다. 두번째 단점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한계인데 그 파란만장했던 50년의 역사를 책 한권에 다 담으려다 보니 지나치게 개괄적이다. 모든 궁금증을 다 풀수는 당연히 없고 좀 더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싶은 대목들이 많다. 앞으로 한 세권쯤으로 늘려서 재출판할 의사는 없는지....(책이 잘 안팔릴려나...) 세번 째, 참 너무도 조심스럽게 서술했다. 북한사 자체가 워낙 민감한 부분이다 보니 저자들이 조심 조심 또 조심한 면이 많이 느껴진다. 명확한 관점의 제시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에 대한 해석 같은건 이 책에서 기대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하기야 국보법의 망령에서 누군들 자유로우랴?)

단점들을 썼지만 이 책에서 단점들이 그리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시도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기에... 지금 근현대사를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이나 나와 같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요즘의 풍경하나 - 아직도 학교는 국민의례 참 열심히 한다. 국기에 대한 맹세도...이건 예나 지금이나 참 안 변했다. 가끔 국민의례가 끝난 후 아이들에게 묻는다. "야 너 진짜 조국을 위해 목숨바쳐 충성할거냐?" 아이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안할건데요, 싫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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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3-1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신가 봅니다.
"안할건데요, 싫은데요"가 무지 맘에 드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