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적에 그니까 내가 처음으로 초임발령받아 간 학교의 교장선생님!
사실 선생님이라 부르기도 뭣하지만 하여튼 참 돈을 좋아했었다.
그 때 같이 나랑 같은 신규 교사가 4명이었는데, 우리들은 어쩐 일인지 모두 미운털이 박혔더랬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다.
왜 나를 교장실에 불러 "그 반 애들은 왜 쉬는 시간에 화장실 앞에서 떠드느냐"고 나무라면,
나는 순진하게도 "그건 교장선생님, 저희 교실이 화장실 바로 옆이라서 그런데요."라고 대답하곤 말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왜 쉬는 시간에 떠드는 것 까지 나무랄까?'라고 생각하고 곧 잊어버렸다.

어쨌든 저런 말도 안되는 트집을 정말 많이 잡혔었다.
그것도 우리 4명 모두 말이다.
우리는 그게 그냥 신규교사 기선제압하기정도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나와 같은 신규였던 00선생님!
복도에서 교장을 딱 마주쳤는데 그러더란다.
"요즘 선생님들은 참 인사를 할 줄 몰라, 쯧쯧~~"
우리의 순진한 00선생님 "예? 저 인사 잘하는데요."
그러고는 너무 너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교무실로 와서는 이 얘기를 하자....
우리같은 신규들은 모두 같이 어리둥절.
근데 그 옆에 있던 아줌마 선생님들이 깔깔깔 넘어가는거다.

결국 그 인사란 돈, 즉 뇌물의 문제였던 것.
우리는 몰랐는데 처음 발령받고 첫 월급 받으면 얼마를 모아서 교장한테 선물이라는 형식으로 주는게 있었더랜다.
우리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지만 어쨋든 그랬단다.
결국 우리는 그 교장 퇴임할 때까지 2년간 쭈~~~욱 미움받았었다.
그 중 가장 성질 팍팍했던 나는 그 이후 부당한 트집에 대해서는 막 대들었던 덕분에 좀 더 빨리 그 마수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근데 우리들한테 그런 사람이 다른데는 오죽했겠는가?
아이들 코 묻은 돈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나도 너무 뭘 잘 몰랐으니 어디로 어떻게 돈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 교장이 한 번 아주 개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다.
체육선생님 중에 말없고 완전 군인 스타일 내지는 옛 선비같은 스타일의 선생님이 있었는데,
어쨌든 이 분이 아이들 체육복 리베이트 받던걸 다 없애버렸다.
그 학교가 워낙에 가난한 동네에 있던 학교라 한 푼이라도 싸게 깍아주는데 독단적으로 계약을 해버린 것.
교장이 난리가 나서 그 이후 체육과 하는 일마다 장난 아니게 브레이크를 걸었나보다.
어느 날 아침 조례시간에,
그 체육 선생님 갑자기 일어나셔서
"저 오늘 교육청으로 출장갑니다. 업무는 교장선생님 뇌물 수수 및 비리 고발 업무입니다. 그에 대해서 더 정보가 있으신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완전히 모든 교사가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개망신을 당한 것!!!
어찌나 고소하던지.....
어쨌든 그 이후로는 노골적인건 없어졌는데, 뒤로는 무슨 짓을 햇는지는 사실 아무도 알수 없을거다.

근데 참 이런 사람도 절대 안 짤리더라...
그 분 그 학교 다음으로 바로 승진격인 좋은 학교로 가고, 퇴직 잘했다가 건강악화로 돌아가셨더만.

그래도 그 교장, 공개적으로 들키면 아! 조심해야 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상식은 있었다

그런데....
지난 22일 감사원에 의해 발표된 결과에 의하면
조사대상 124개교 중 90여곳이 비리가 적발됐단다.
학교 돈 횡령, 공사관련 리베이트 수수, 학교 재산 임의처분 등.....
그 중 22개 학교는 형법상 범죄혐의가 있단다.
뭔 말인지 어렵지만 어쨌든 비리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뜻이겠지....

비리 학교 72%
심각한 비리학교 18%

그런데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번 조사를 통해 정부가 생각한 것보다는 대부분의 사학이 건전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감사원 발표정도 비리라면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단다.

뻔뻔함도 이 정도면 프로급이라고 해야 하나?

어른들이 흔희 뚫린 입이라고 다 말인줄 아나라고 하는 말을 왜 하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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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교육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시다가 정년퇴직을 하셨지요..
말씀은 안하시지만, 대한민국 교직계는 너무 심하게 썩었어요...
교장, 교감도 돈으로 사는 세상 이잖아요...쩝..
그리고, 한나라당의 대변인의 입에서 나온 소리이기 때문에 별반
놀랍지도 않습니다..

세실 2006-06-2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역시 멋진 분이군요.
헛 결론은 비리학교가 90%라는 건데...대부분의 사학이 건전하다니...
공사관련 리베이트도 하루빨리 없어져야 겠습니다. 부실공사의 시작이잖아요...

미미달 2006-06-2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자로서 정말 그런 사람이 있나요?
놀랐어요. 헐_

건우와 연우 2006-06-2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어머나...
좋은선생님이시군요. 그리고 뭐 한나라당하는일이야 어련하겠어요. 사학재단이사장이신분들이 꽤 많을텐데요 뭐...

sooninara 2006-06-2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등학교를 사립을 나와서 아는데..북한이 따로 없어요.ㅠ.ㅠ
동토의 왕국이라고 불렀었죠. 딴나라당이 정신을 못 차려서...

물만두 2006-06-2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도 사과상자가 오고간다지요. 촌지 안 받는 샘들을 공공연히 미워하는 샘들 계시죠. 소신지킬려면 교감, 교장할 생각도 말아야 한다지요. 그러니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거겠죠.

국경을넘어 2006-06-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나라당 참 기가 맥히죠

지난 번 울 학교 교장 샘은 제가 지나가면 눈이 파르르했답니다.
전 대단히 부드럽고 온순한 사람인데
제가 무슨 말을 하면 갑자기 판단력 흐려지고...

그분이 켕기는 게 하도 많아서...
양같은 샘들 잡아서 그분들한테 분풀이 하데요.

그나저나 사학법 개정 여론이 많다는 언론 보도도 골 때립니다.

클리오 2006-06-2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혹시 저 신규발령 났을 때 교장이 그리 절 미워했던 이유가 혹시 그것 때문이었을까요? 그랬을 수도 있겠어요.. 그 교장도 능력없이 돈 몇 푼 엄청 밝히는 놈이었거든요. 저는 섬같이 동떨어진 신규여서 하도 구박받고 그 이후론 학교가 두렵다는... --;;

BRINY 2006-06-2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립도 그런단 말이죠? 하긴 저 중학교 공립 나왔는데, 거기서도 교장이 기른 분재 판매회해서 학부모들에게 거의 강매하다시피 했고, 그 분재를 다시 학교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교장이 돈 걷었다고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하고 어머니가 말씀하시더라구요.
저는 사립에 근무하는데, 교장 선생님보다는 고참 여교사들의 텃세가 심해서...첫 월급 받을 때 대놓고 메뉴까지 지정해서 다과회 마련하라고 '충고'하더라구요. 그리고 환영회 회식 2차 비용도 신참들이 분담해서 냈구요. 그리고 신참들 집 얻고 차 살 때마다 뭐 돌리라는 압력. 아니, 거기서 번 돈으로 얻은 집도 아니고, 산 차도 아니건만!

아영엄마 2006-06-2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감이 되어야 할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그러시니 선생님들이 뭘 보고 배울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면 나라가 어떻게 굴러갈 지 안 봐도 그림이네요. 에효...ㅡㅜ

마태우스 2006-06-2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추천만...

바람돌이 2006-06-3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글쎄요. 저는 잘 모르지만 요즘은 돈으로는 교장 교감 자리를 사기가 힘든것 같아요. 사립은 몰라도....공립은 어쨋든 받아야 할 점수와 자격이란게 정해져있고, 나갈 순서도 어느정도 정해져 있으니..... 물론 연줄같은건 저런 자격을 딸때는 중요하겠죠. 글구 저는 한나라당이라도 놀라워요. 저런 생각이 놀랍다는게 아니라 저걸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공식석상에서 저렇게 뻔뻔스럽게 할 수 있다는게 너무 놀라워요. 사람이라면 좀 부끄러운 생각은 숨기고 싶지 않나요? 그게 정상인 것 같은데....
세실님/맞아요. 리베이트라는건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지는거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공간에서 거의 하루종일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다 받게 되는거구요. 근데 저 리베이트라는건 다른거 하고 달라서 밝혀내기가 참 어렵다는게 문제인것 같아요.
미미달님/세상 어디에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놈들이 있잖아요. 교육계도 마찬가지죠. 뭐.... 그래도 전 학교에서 나쁜놈들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살아보니까요. ^^
건우와 연우님/역시 그게 문제겠죠. 자신의 재산권 침해다 이거!!! 근데 사학법에는 그 뿐만이 아니라 여기서 밀리면 이데올로기에서 결정적으로 밀린다는 그런 위기감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리도 뻔뻔스런 발언도 서슴치 않는게 아닐까싶어요.

바람돌이 2006-06-3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저는 정말 다행인게 한번도 사립을 다녀본 적이 없어요. ^^(다 추첨의 운이라고나 할까?) 근데 사립도 사립 나름이겠죠. 공립보다 나은 사립도 없으란 법은 없잖아요.
물만두님/사과상자까지는.... 진짜 사과가 든 사과상자는 명절 같은 때 본적이 있지만....근데 승진에 대해서 딱 끊어버리면 자기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수도 있어요. 무서울게 없거든요. ^^
폐인촌님/정말 그런 나쁜 교장들의 더 나쁜 점. 순하고 착한 사람만 잡는다는.... 저도 전에 제 일인데도 저한테는 한마디도 안하고 주변 사람들만 불러서 막 뭐라하더라구요. 참 비겁해요. ㅠ.ㅠ
클리오님/아마 그럴 것 같군요. 옛적에는 그런게 늘 있었다 하더라구요. 요즘이야 거의 없지만..... 근데 예정일이 내일이네요. 두근 두근..... 건강하게 출산하세요.
브리니님/이런.... 차라리 교장 교감과의 대립은 싸우기가 쉬운데, 같은 교사끼리 저런건 정말 힘들것 같아요. 매일 얼굴보고 살아야 하는데.... 왜 그런대요? 저는 그래도 운이 좋아서인지 선배면 무조건 하나라도 더 사줄려고 하던데.... 뭐 저희도 집사고 차사면 뭘 내긴 합니다만 그건 알아서 음료수나 수박정도.... 뭐 안내도 상관없구요.
아영엄마님/한나라당 집권이라 생각도 하기 싫지만, 그렇다고 지금 정권도 잘하는게 하도 없는지라 뭐 비슷할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님/저는 추천이 좋아요. ^^ 고로 마태님이 좋아요. ^^

2006-06-30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