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쇼핑갈때 옆지기를 데리고 가는거 아주 싫어하더만요.
좀 고를려고 하면 보통의 남편들은 대충 고르고 빨리 가자고 하도 성화여서 제대로 고를 수가 없다는...
근데 우리집은 어떻게 된게 좀 반대여요.
오늘 모처럼 휴일- 저만요. 옆지기는 출근했어요.
그래도 평소보다는 좀 일찍 왔기에 오랫만에 옷 사러 나갔습니다.
여름옷이 오래된 것 들 밖에 없어서 한 번은 사줘야 되겠다 싶어서요. (우리집에서 가장 아까워하는게 옷에 돈 들이는거여서 이런 일은 거의 연례행사라고나 할까요?)
평소에는 늘 마트에서 어쩌다 하나씩 사입는 정도.
해운대에 가면 로데오 거리라고 아울렛 매장들이 죽 들어서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둘 다 아주 좋아하는 곳이예요.
옷의 품질 좋고, 가격 저럼한 편이고...(이놈의 가격도 백화점 비교하면 그렇다는거죠 뭐...)
평소대로 저는 밖에서 매장을 한 번 대충 둘러보는데 몇 집 안가서 맘에 드는 옷이 걸려있는 집이 있습니다.
들어가서 입어보니 밖에 있는건 맘에 안들지만 괜찮은게 있어서 그냥 샀습니다.
제가 옷을 사는 패턴은 그냥 맘에 든 첫집에 들어가면 거기서 거의 해결을 해버립니다.
여기 저기 둘러보며 옷입어보고 하는거 귀찮고, 다 거기서 거기다 싶더라구요.
오늘 제가 옷 골라 사는데 든 시간 약 15분.
근데 우리집 옆지기는요.
겨우 남방이랑 셔츠 청바지 고르는데도 엄청 고릅니다.
주로 제가 대충 고르라고 난리를 부린다지요.
오늘도 가는곳 마다 이옷 저옷 다 입어보고 5번째 집에서야 겨우 남방 하나 티셔츠 하나를 고르는군요.
그것도 고르는 것 따라다니는 것이 지겨워진 제가 엄청 좋다고 과대 칭찬을 한바탕 쏟아주고 나서였습니다.
옆지기 옷고르는데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ㅠ.ㅠ
하여튼 옷 하나 고르는데 뭘 그리 따지는지...
근데 웃긴건 결과가 항상 비슷하다는 겁니다.
늘 파란색 계통의 옷들이 낙점을 당한다는...
옛날에 김나경씨의 만화 "빨간머리 앤"이 있었죠.

거기에 보면 어느날 앤이 꽃나경에게 새옷 샀다고 자랑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래서 꽃나경이 집에 가서 옷장을 열어보니....
똑같은 원피스에 똑같은 장화가 한 열개쯤 쭉 늘어서 있는 그림요.
그 때 그거보고 막 웃었었는데....
우리집 옆지기 옷들이 거의 그렇네요.
남들은 아마 모를거예요.
맨날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것 같은 사람이 얼마나 공을 들여서 옷을 고른건지.... ^^
우리집 옷장에도 파란색 남방, 파란색 티셔츠들이 줄줄이 줄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