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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평점 :
<그 책은> 재밌다.
농담이 조금 구린가 싶은데도 막 웃고 있는 나는 뭐냐?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책을 아무도 읽을 수가 없어서 치타를 달리게 했는데 그 치타가 읽은 책제목을 어떻게 알아낼지 고민하는 인간들
경찰에 쫒기는 7권 책을 8권 책의 집 근처에서 찾아내는 엄청 훌륭한 경찰
아 진짜 이런거에 웃는 나 좀 한심하지 않나?
<그 책은> 의외로 삶의 진실을 찔끔 알려주기도 한다.
나의 모든 신상이 다 적힌 책이 발간되어 공포에 휩싸였는데 진짜 공포는 그 책이 출간되고 3개월이 지나도록 나의 신상에 아무 변화가 없다니.....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절망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어느날 내가 책이 되어버렸는데, 이게 의외로 제자리로 돌아온듯한 느낌이 드는 것 - 나는 인간인가 책인가를 고뇌하게 되는 이야기 - 우리는 모두들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 늘 부정하거나 부정하고싶거나 하지 않나?
<그 책은> 때로는 좀 슬프고 또 때로는 좀 감동적이다.
근데 굳이 말로 하기는 좀 부끄러운게 좀 신파거든.
그래도 가끔은 신파가 감동을 주기도 한다는걸 알았단말이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빠가 미래에 결혼할 딸을 위해서 행복해라라고 하며 트럼펫을 부는 영상을 담은 책이라든가,
초등학교 시절 비밀일기를 교환하던 친구가 사라진 미스터리 - 이유가 짐작이 가서 슬픈 이야기.
이런건 뻔하지만 마음이 뭉클해지는건 어쩔수가 없어
<그 책은> 심지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그 책은>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좀비가 되면 좀비 따위는 하나도 안 무섭다. 오히려 좋아하게 된다"라고 말이다. 심지어 좀비가 된 후의 마음가짐까지 알려주니 이 얼마나 실용적인가. 자매편으로 유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굳이 읽지는 않아도 된다.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에 모두 나오니 응용력 또한 기가 막히게 굉장한 책이다.
<그 책은> 그런데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책이다.
영웅이 패배하는 책으로 평이 안좋은 책이지만 되는 일 하나 없는 내게는 계속 지기만 하는 영웅을 보면서 큰 위로를 얻고,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냄비 받침으로 쓸지도 모르는 책을 완성하는 어떤 소설가도 있고,
삶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그런 책이다.
아니면 그 책이 아니라 저 책일 수도 있는......
리뷰가 왜 이 꼬라지냐고?
그건 결단코 내 탓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이 두 남자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두 남자 포승줄에 묶여 있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