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떴냐고???
학교에 교육감님께서 떴다. 참 내.....

일반적으로 중학교는 각 학군별 교육장의 관할이기에 중학교에 교육감이 뜨는 일은 잘 없다.
교직생활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뭐 고등학교는 일년에 한번쯤씩 뜬단다.)
아침에 출근해서 입학식 업무로 바빠 죽겠는데 갑자기 교감샘이 난리가 났다.
교육감님 오신다고....
한 번도 이런일을 당해본적이 없어서(?) 나야 그냥 저건 교장 교감샘 나가서 인사하고 얘기하고 끝나느줄 알았다.
그래서 자리에 퍼져앉아 하던 일 계속하는데
전 교사들(그래봤자 20명이다) 다 내려가자고 채근이다.
몰이 당하듯이 어이없어 하며 끌려내려간 우리들.
현관에서 교육감이 올때까지 대기해야 한단다.
바로 도착하는줄 알았더니 한 15분쯤이나 기다려야 했다.
누군가 빈정거리는 어투로 "교사는 전학가면 안되냐?"하면서 좌중을 웃겼지만
어르신들은 초긴장이다.
한편 교사들은 한 편의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분위기....

드디어 교육감 도착.
줄 서서 박수치고 꽃다발 증정하고(왜?????) 기념사진 찍고....
뭐 이런 코미디가 다 있냐?

그래 뭐 잠시니까 참자 했는데 또 회의실로 들어가서 전부 차마시며 얘기를 나누잔다.
바빠 죽겠구만....
바쁘다니 한 5분 하고 갈줄 알았다.
근데 한 30분을 넘게 떠들더만....
처음으로 가까이서 그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 생각했던 그대로 참 정치적인 발언에 능숙한 사람이다라는 생각!!!

어느덧 시간은 흘러 9시 반부터 강당에서 아이들 입학실 연습시켜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다 되었다.
그럼에도 교육감의 말은 끝날줄 모르고....
결국 비서가 다음 일정이 바쁘다고 재촉을 한 연후에야 웃기는 시간은 끝이 났다.

이런 상황을 뭐라고 이해해야 할까?
어쨌든 오신 손님이니 학교의 어르신들이 나가서 맞이하고
우리는 일하고
그러면 교육감은 우리가 일하는 현장에 와서 잠시 둘러보고 악수나 한판 하면서 격려해주고
뭐 이런 풍경이 정상적인 풍경 아닌가?
현과에 도열해서 박수치고 난리 부르스라니.....
이 전근대적인 희극적 상황에 할말이 없다.

그냥 세대차이라고 생각해주자.
뭘 이정도에 군사문화가 어떻고 권위주의가 어떻고 지껄여봤자 내 입만 아플테고....
유난히 예의범절이 깍듯한 어르신들과 나와의 생각의 차이라고 해두자...... 라고 생각하면서도 찝찝한 기분...

이후 열나게 3층 강당으로 올라갔더니 아이들은 거의 다왔고
학부모들도 생각보다 많이 와서 의자가 모자란다.
다시 노가다. - 100개의 의자를 다른 곳에서 다시 날라왔다.
어제 오늘 10여명의 교사들이 의자 500개 정도를 3층강당으로 날랐다.
팔에 알 배겼다.

입학식 끝나고 나니 그 수많은 의자들이 끔찍하다.
저거 내가 안 치운다.
입학식 하루 대접해줬으니 아가들 풀어서 치워야지....
난 나쁜 선생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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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3-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솔직히 좀 어이없어 보여요;;;;
입학식 하셨으니 한동안 바쁘시겠어요. 좋은 학교에서 새로운 시작 잘 하시길 바랄께요.

국경을넘어 2007-03-04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교육혁신위에 있던 그 양반아니던가요? 승진제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보궐 선거에서 교육감 당선되고 방문하는 첫 학교 일것 같기도 한데... 하여튼 웃겨요. 조용히 교장-교감 샘이나 만나고 갈 것이지. 그러면 존경받을텐데

홍수맘 2007-03-04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그러네요 뭐라 할 말이...........

Mephistopheles 2007-03-0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저는 제목보고 작은 물고기들부터 큰물고기까지
나란히 입 벌리고 있는 먹이사슬 그림이 생각났어요..^^
아이들은 "학주 떴다.!!"
선생님은 "교육감 떴다!!"
교육감은 "내부감사 떴다!"

Mephistopheles 2007-03-0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 국방색 물은 언제쯤이나 말끔하게 희석이 될까요..

글샘 2007-03-0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교육감님께선 대단하신 분 아닙니까? 늘 시도교육청평가 1위를 이끌어 내시고,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열심히 일하셔서 교육감을 직선제로 바꾸어 당당히 15%의 투표율의 단연 선두로 세번째 교육감을 해먹으시며... 중학교까지 방문하는 열성을 보여주시니...
고등학교도 제가 있을 땐, 한번도 온 적 없습니다. 연구학교 발표때나 오죠.^^
암튼 졸개가 없어서 대장들이 고생하셨네요. 이제 졸개들이 생겼으니 청소 지휘하고, 모든 걸 무에서 유로 만드실 일만 남았습니다.^^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chika 2007-03-0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제가 학교댕길땐 '교육감 뜬다'면 선생님들의 초긴장으로 끝나지 않고 청소도 대청소였고... 복장검사도 하고...그랬던거 같은데요?
글고 입학, 졸업식때 의자를 쓴다면 몽창 학생들이 움직였는데...(전 이 글에서 그런것만 보여요. 와따~ 선생님들이 의자를 날라? 정말 세상 많이 변했네... ^^;;;;;;;;;;)

날개 2007-03-04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언제쯤되면 그 사람들 사고 방식이 바뀔까요?
지금 젊은 선생님들이 모든걸 맡을 무렵이면 좀 바뀔라나요?

바람돌이 2007-03-0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당연히 어이없는 일이죠? 근데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해요. 평생을 그게 당연하다고 살아온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지금 와서 바뀌겠어요. 그나마 아랫사람들한테 위압적이지 않은 것도 많이 바뀐거죠 뭐....(뭐 그런 사람들도 여전히 있지만 지금 제가 있는 학교 어르신들은 그렇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폐인촌님/왜 아니겠어요. 바로 그분이죠. ㅎㅎㅎ 교장 교감샘은 우리 학교가 바로 그 첫방문 학교라는데 무한히 감동하는 것 같던데 한마디로 그냥 웃겨요. 이 사람 얘기 길게 하면 열받죠?
홍수맘님/세상이 바뀌는 것보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게 더 오래 걸리는것 같네요. 아주 더뎌요. 갑갑할 정도로....
메피스토님/저도 그림이 상상이 가네요. ㅎㅎㅎ 아직은 희석이 완전히 되려면 좀 멀었다는 느낌이...
글샘님/당당히 15%의 투표율. ㅎㅎㅎ 대단한 배짱이에요. 권력욕은 정말 물불을 안가리는게 맞는것 같더만요. 직선제로 바꾸면서 들인 비용을 들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것 같던데... 맨날 예산없다고 난리면서 말예요.
치카님/세상이 변한게 아니고요. 없어서 할수없이 한건데요. ㅠ.ㅠ 요즘도 책걸상 아이들이 다 옮겨요. 지금도 누가 뜬다 하면 대청소하고 해요. 옛날보다 좀 강도가 덜한것 뿐이지...
날개님/전 완전히 물갈이가 될거라는 생각은 안듭니다. 주변의 젊은 사람들을 봐도 나이가 젊다는 것 뿐이지 사고방식은 노친네들하고 똑같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으니까요. 뭐든지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의 희생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거지 저절로 되는건 없는것 같아요.

드팀전 2007-03-0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감...^^ 저희 동네에서는 '설감' 이렇게 불러요...교육감 직선제는 꼭 설감이 교육혁신위원장이어서 된건 아니라고 봐요.지방자치제가 시작될 때부터 48개 지방자치 추진사항이 있었는데 그 중에 교육자치도 들어 있었습니다.교육자치를 위해서는 주민직선이 맞긴 하지요.부산시의 경우 임기가 빨리 끝나서 예외조항으로 먼저 시작해서 투표율이 어마어마했지요.다음번 부터는 총선과 같이 할 거기때문에 투표율은 높을거에요.^^ 대신 교육감에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물론 교육계 출신의 정치인들이어야 아무래도 시민들 앞에 나대기가 좋겠지요.대학교수 출신 정치인들 많잖아요.^^ 선거 비용은 원래 부산시 교육청이 전부 부담하기로 되어 있지만 선거전부터 50% 수준은 중앙정부에서 주기로 했지요.현재 시 교육청 예비비를 전부 동원해도 나머지를 채울 수 없으니..아마 중앙정부에서 추경으로 어느정도 해결해버릴 걸로 보입니다.
설감...장기 집권이야...생긴것도 박통 비슷하게 생겨서.

바람돌이 2007-03-0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설감이라? 땡감이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ㅎㅎㅎ 원칙적으로 보면 주민직선이 맞다고 할수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실제 교육자치란게 어느정도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득보다 실이 많은게 지금의 위치가 아닐까 싶거든요. 뭐 현행대로라고 해서 나을 것도 없지만.... 설감은 지금도 3선이니 충분히 장기집권입니다. 처음 선거 나왔을때 딱 든 생각이 자기가 무슨 박통이야 뭐야 하는 거였으니.... 에휴.....ㅠ.ㅠ

sooninara 2007-03-07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 교육부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들도 교육청 다녀오면 머리를 흔드시죠? 그쪽 들어가면 다 그렇게 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