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5 - 리듬 편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5
최승호 지음, 윤정주 그림 / 비룡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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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놀이동시집 1을 본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말놀이동시집5가 나왔다. 같은 형식의 동시집이 다섯 권이나 나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말놀이 동시집 1권을 보고 말도 안 되는 '말장난'같은 느낌을 받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기능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동시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이후에 나온 책들은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말놀이 동시집5를 보게 되었다. 1권을 볼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아이가 3살에서 5살이 되었다는 것. 아이의 연령이 높아지고, 한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쓸 수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 책은 다르게 보인다. 물론 다섯 권의 동시집이 제각각 중점을 둔 부분이 다르기에 1권을 보았을 때와 5권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말놀이’를 어떤 관점에서 다가가야 할이지 아직도 혼란스럽기는 하다. 이 책을 아이의 한글공부를 위해 선택하는 부모가 있을 것이고, 동시집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라며 선택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5권은 '리듬'에 중점을 두고 쓴 책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 후자에 해당하는 편이어서 이 동시집을 통해 아이가 시의 리듬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책에 실린 동시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게 되는 동시들이 몇 개 눈에 띈다. 시의 운율, 시의 리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시를 읽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백배 나은 것이리라. 내가 한번 읽어주고 아이가 한번 읽고 하는 사이에 [삽살개], [똥파리], [증기기관차], [뚱딴지], [장맛비]와 같은 몇몇 시들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엄마 말놀이해요.’하고 책을 들고 와서는 저 시들만 찾아서 읽는다. 다른 시들은 시큰둥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시는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삽살개의 재미난 모습을 연상하거나, 똥파리라는 단어만으로도 웃기거나, 증기기관차의 ‘부글부글 칙칙, 부글부글 확확’같은 소리를 좋아하거나, [뚱딴지]나 [장맛비]의 리듬감을 즐긴다. 엄마의 생각으로는 [삽살개]나, [뚱딴지], [다슬기], [동굴], [숨바꼭질] 같은 시들도 괜찮은 것 같다. 반전이 돋보이는 [황금털 사자]나, [번데기]같은 시도 괜찮은데 [개개비와 개], [고등어], [퓨마], [재규어]같은 황당한 시들도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시들의 개성보다는 전체적으로 획일한 느낌을 갖고 있어서 제목만 보고도 이렇게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삽살개]가 ‘삽살 삽살 삽살개’로 시작하듯, [똥파리]는 ‘파리 파리 똥파리’로, [달팽이]는 ‘달, 달, 달팽이’로, [오뚝이는 왜]는 ‘오뚝 오뚝 오뚝이’로, [황금털 사자]는 ‘사자 사자 수사자’로, [아지랑이]는 ‘랑이 랑이 아지랑이’로, [목도리]는 ‘도리 도리 목도리’로, [다람쥐]는 ‘람쥐  람쥐 다람쥐’로, [번데기]는 ‘뻔 뻔 뻔데기 데기 데기 번데기’로 시작한다. 아이는 목차에 있는 제목만 보고도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왕이면 각각의 시들이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는 형식과 내용을 갖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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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1-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점에서 한 번 보고 태은이에게 사주어야겠네요

하양물감 2010-01-26 09:09   좋아요 0 | URL
엄마의 관점에 따라 분명 이 동시집은 호불호가 갈려지는 동시집이에요.

미설 2010-01-2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리즈 한 권 있는데... 사실 예상했던 것 보단 별로였어요. 너무 황당하다고 해야할까요. 동시라기 보다는 좀 말장난 같아서 많이 실망했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은지 시리즈가 계속 나오더라구요.

하양물감 2010-01-26 09: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말놀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동시같은 느낌은 아무래도 안들어요.

같은하늘 2010-01-26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권 있는데 정말 동시라기 보다는 말놀이~~ 딱이지요.^^
5권은 리듬에 중점을 두었다니 다시한번 봐봐야겠네요.

하양물감 2010-01-26 09:10   좋아요 0 | URL
^^;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었구나...싶네요.
 
모하메드의 운동화 봄봄 어린이 4
원유순 글, 김병하 그림 / 봄봄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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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 피해상황을 보면서, 자연의 엄청난 위력과,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에 한숨이 길게 나왔다. 자연재해의 경우 (환경 파괴나 난개발 등으로 인한 피해도 물론 크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일이 많다. 그래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긴급구호가 절실하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자연재해가 아닌데도 인간의 목숨이, 아이들의 팔다리가 찢겨져 나가는 일이 있다. 바로 인간이 일으킨 '전쟁'과 그 전쟁이 남긴 결과들 때문이다. 여기 이 책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석이의 운동화이다. 어느날 주인에게 버려진 운동화가 모르는 나라의 아이에게 가면서 겪은 이야기를 운동화의 시선으로 풀어간다. 일단 화자가 '운동화'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야기를 담담하게 끌어가는 느낌은 있으나, 감정적인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찾아가지 않는 물건들이 점차 늘어간다.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다보니 아까운 줄 모르는 세대이다. 그러나 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구하기가 어렵고, 아이들도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해야 하는 곳이 많다. 석이의 운동화가 새 주인을 만난 곳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전쟁 때문에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나라지만 아이들은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석이의 운동화는 모하메드라는 아이의 운동화가 되었다. 축구도 제대로 못하는 석이랑 있을 때보다 공도 뻥뻥 차며 운동화로서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모하메드가 쇳덩어리를 줍던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모하메드는 다리 하나를 잃게 된다.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였던 모하메드는 다리 하나를 잃은 후 방에서만 지낸다. 희망도 없고 살아갈 기력도 없다. 그런 모하메드에게 삼촌은 목발을 구해주고 목발을 짚은 모하메드는 운동화를 잃어버렸던, 아니, 다리 하나를 잃어버렸던 그곳으로 간다.

 

모하메드에게 운동화는 살아가는 활력소였을 것이다. 다시는 신지 못할 신발이지만 그것을 찾아 든 모하메드는 자신의 꿈이 축구선수였다고 말한다.

 

지는 해를 바라보고 앉은 모하메드의 등이 가엾다. 누가 이 아이들의 미래를 짓밟았을까? 전쟁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게임이나 스포츠라면 이긴 자든 진자든 그 자체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만, 전쟁은 우리에게 고통과 아픔, 슬픔만을 안겨줄 뿐이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사람들이 벌인 전쟁으로, 그리고 그 전쟁이 낳은 결과때문에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전쟁은 그 어떤 명분을 갖다댄다해도 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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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여도 괜찮아 - 끈기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2
강여울 글, 박로사 그림 / 소담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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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에게 물어보자. "정말 내 아이가 꼴찌여도 괜찮을까요?" 그렇다고 대답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일단, 이 책에서 말하는 '꼴찌'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꼴찌'라고 했을 때 떠올렸던 이미지와 이 책 속 주인공들의 이미지는 조금 다르다.

이 책은 저학년 아이들의 인성을 위한 책으로 '끈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게 네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웬만한 어른만한 미련 곰탱이 진규, 게임을 좋아해서 겜신이라 불리지만 2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온 동희,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그림 그릴 때는 행복해지지만 그림은 잘 그리지는 못하는 연두, 그리고 몸이 불편해 뒤뚱거리며 걷는 남우의 이야기이다.

비만때문에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진규는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데, 배만 고프고 살은 빠지지 않아 포기상태에 이른다. 거북이는 하루 세끼 꼬박 먹기, 고기 반찬 많이 안 먹기, 기름진 음식 참기, 걸어다니기, 농구하기 등등을 추천한다. 끈기란 바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쉬운 일부터 천천히 해 나가는 거'란 걸 알게 해준다.

게임을 너무나 좋아하는 동희는 중학생들과 온라인게임을 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 그런데 2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들고 온 날, 엄마로부터 수학시험에서 70점 받을 때까지 컴퓨터사용금지라는 벌을 받는다. 그래서 동희는 공부를 시작하는데 일주일 뒤 수학점수는 35점. 자신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동희에게 거북이는 게임을 오래, 꾸준히, 열심히 한 것처럼 공부도 그렇게 하면 성적이 좋아질 거라고 말한다. 물론 지금 당장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석달 뒤 동희는 목표를 달성한다.

연두는 그림그리기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연두가 그린 그림은 언제나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곤 한다. 연두는 그림을 그릴 때면 행복했는데, 소질이 없다는 생각에 그림그리기를 포기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거북이는, 연두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그림 그리는 것이고, 그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면 계속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끈기의 비밀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진규나, 수학공부를 시작한 동희는 천천히, 꾸준히, 열심히 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면, 연두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고려하게끔 한다. 어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연두처럼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판단될 때 과연 그것을 연두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계속 하게 할 부모가 몇이나 될까? 아이들은 이런 책을 통해 희망을 얻겠지만, 어른들의 생각이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오히려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

마지막은 몸이 불편한 남우가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거북이가 토끼와 달리기를 한 것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니라 도전하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챔피언에게도 열광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도 열광한다. (학교, 성적, 시험 이런 것에서도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 박수 칠 어른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아이들에게 끈기라는 덕목을 통해 끝까지 하고자 하는 마음,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과정을 중시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게 해주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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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1-1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기의 비밀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정말 정답같아요. 다만 부모들은 아이가 많은 걸 좋아하길 바라겠지요?
 
눈 속에 핀 연꽃
곤살로 모우레 지음, 김정하 옮김 / 소담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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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나는 티벳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달라이라마의 존재와 가끔 눈길을 끄는 티벳여행에 관한 정보, 하나의 국가이지만 독립국가가 아니며 중국에 의해 군사적으로 점령된 상태이다. 내가 아는 티벳은 여기까지다. 다른 이들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눈 속에 핀 연꽃]을 읽기 전에 티벳을 다룬 어린이 책을 한 권 읽었는데 그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산맥을 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이고자 하는 책의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까?

 

마르코스는 다리 하나를 잃은 아버지와 매일같이 걸어서 소풍을 다닌다. 마르코스가 처음으로 카라멜로 봉 가까이에 갔을 때 폭설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을 때 본 아르스를 만나게 되고 마르코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르코스가 그날 밤 겪었던 일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이야기를 읽고 있는 우리에게 믿으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마르코스라는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산에 올랐다가 눈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곳에서 만난 본 아르스. 마르코스는 눈 속에 갇힌 채 환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일을 경험한다. 마치 몸 속 영혼이 하늘로 날아오르듯 떠올라 오두막을 발견하기도 하고, 과거에 보거나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인데도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본 아르스와 함께 오두막을 찾아 나섰다 눈사태로 눈 속에 파묻힌 본 아르스를 구해내는데, 이 일로 본 아르스는 자신의 비밀이 담긴 노트를 마르코스에게 전달하게 된다. 거기에는 본 아르스가 티벳의 소년 강셍과 만났던 경험을 기록해놓고 있다. 강셍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티벳의 현실을 보게 된다. 중국에 의해 점령된 마을, 티벳 전통문화를 없애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전통의상입기를 고집하다 죽음을 맞이한 강셍의 용기. 강셍이 본 아르스를 구해내고,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그를 구해내는 장면은 티벳 불교의 윤회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하다.  

티벳의 현실을 교육적(?)으로 설교하지도 않았고, 티벳의 전통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지도 않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 아닐까. 드러내놓고 가르치려드는 이야기는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가 낯설 수도 있지만, 낯선 만큼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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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별 토끼 찬찬이 너른세상 그림책
에몬 유코 글, 야마나카 쇼시로 그림, 이영미 옮김 / 파란자전거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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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마리 토끼가 엄마토끼 뱃속에서 삼실일이 지나 세상으로 나온다. 한 배에서 나온 토끼들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갖고 태어난다. 그 중에서도 찬찬이는 귀에 황금별 무늬가 있는 토끼다. 엄마 뱃속에도 제일 먼저 들어왔고, 다른 형제 토끼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도와준 다음에야 힘겹게 세상으로 나왔다. '천천히 깊이 생각하고, 하나씩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므로 '천천히'라는 뜻의 찬찬이라는 이름을 가진 토끼다.

 

안타깝게도 찬찬이는 다른 토끼형제들과는 달리, 심장도 약하고 뒷다리도 힘이 없다. 엄마 뱃속에서 다른 토끼들을 받치고 있으면서, 다른 형제토끼들이 뱃속에서 무사히 잘 자라고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토끼들이 모두 세상으로 나가고 찬찬이 혼자 뱃속에 남았을 때, 너무 힙이 들어 태어나는 걸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다른 토끼형제들의 응원과, 무슨 일이 있어도 태어나겠다는 믿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만큼 찬찬이는 자신이 태어난 걸 너무나 기쁘게 생각하였다.

 

살면서, '내가 왜 태어났을까?'라는 절망에 빠질 때가 있다. 남과 비교해서 자신이 한참 모자라다고 여겨질 때, 혹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때 그러하다. 사람은, 아니 살아있는 것들은 그 자체로도 소중하다. 때로는 너무 힘이 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찬찬이처럼 엄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디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내가 태어난 것을, 내가 살아가는 삶을 사랑해야 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찬찬이는 비록 심장이 약하고 뒷다리가 약해서 밖에서 뛰어놀지 못할만큼 약하지만, 그런 찬찬이 옆에는 든든한 아빠 엄마가 있고, 찬찬이를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형제들이 있다. 그런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찬찬이는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이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남보다 내가 못하기 때문이 아니란 걸 알아야한다. 찬찬이가 엄마 뱃속에서 다른 형제토끼들을 도왔듯이, 다른 형제토끼들도 찬찬이를 도와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그 고마움까지도 모른척 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남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남보다 못하거나, 낙오자여서가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한다.

 

엄마가 목숨 걸고 낳은 생명이기에 내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생명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존재는 없다. 하늘 아래 인간이 평등한 것은 바로 그래서이다. 찬찬이도 몸은 다른 토끼들보다 약했지만, 위기의 순간에 다른 형제들의 목숨을 구해낼 용기와 지혜를 발휘한다. 그런 찬찬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솔이는, 토끼가 엄마토끼의 뱃속에 있다가 태어난다는 것과 사람이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는 것이 같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했다. 엄마 토끼의 뱃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토끼들의 그림을 보면서 "한솔이도 엄마 뱃속에서 이만큼 컸어요?"하고 묻는다. 토끼가 힘들게 태어났지만, 밖에서 놀 수 없는 장면에서는, 자기는 다른 친구를 도와줄거라고 말한다.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한솔이가 대견스럽기도 하다.
 



책을 읽은 후 한솔이에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떠오르는 것을 그려보라 하였더니, 스케치북에 찬찬이를 그렸다. 아무래도 찬찬이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어서일 것이다. 제법 진지하게 그린 그림을 들어보이는 한솔이. '토끼 찬찬이'라고 글까지 써놓았다. 지금은 간단하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보게 했는데, 앞으로는 그림일기형식으로 써보게 할 참이다. 한솔이가 요즘 자기 의견을 글로 표현하는 재미가 들었기 때문에 가능할 듯하다. 

 

집에 있는 토끼 인형을 가지고 찬찬이와 다른 형제 토끼들 놀이를 해보았다. 토끼 뒷다리를 다른 토끼가 잡아주는 모습을 기가 차게 만들어놓았다. 책을 읽은 다음에 토끼인형을 가지고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

 

한솔이가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를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가슴으로부터 도와줄 수 있고, 용기와 지혜로 어려운 일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한솔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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