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핀 연꽃
곤살로 모우레 지음, 김정하 옮김 / 소담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티벳, 나는 티벳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달라이라마의 존재와 가끔 눈길을 끄는 티벳여행에 관한 정보, 하나의 국가이지만 독립국가가 아니며 중국에 의해 군사적으로 점령된 상태이다. 내가 아는 티벳은 여기까지다. 다른 이들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눈 속에 핀 연꽃]을 읽기 전에 티벳을 다룬 어린이 책을 한 권 읽었는데 그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산맥을 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이고자 하는 책의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까?

 

마르코스는 다리 하나를 잃은 아버지와 매일같이 걸어서 소풍을 다닌다. 마르코스가 처음으로 카라멜로 봉 가까이에 갔을 때 폭설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을 때 본 아르스를 만나게 되고 마르코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르코스가 그날 밤 겪었던 일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이야기를 읽고 있는 우리에게 믿으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마르코스라는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산에 올랐다가 눈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곳에서 만난 본 아르스. 마르코스는 눈 속에 갇힌 채 환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일을 경험한다. 마치 몸 속 영혼이 하늘로 날아오르듯 떠올라 오두막을 발견하기도 하고, 과거에 보거나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인데도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본 아르스와 함께 오두막을 찾아 나섰다 눈사태로 눈 속에 파묻힌 본 아르스를 구해내는데, 이 일로 본 아르스는 자신의 비밀이 담긴 노트를 마르코스에게 전달하게 된다. 거기에는 본 아르스가 티벳의 소년 강셍과 만났던 경험을 기록해놓고 있다. 강셍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티벳의 현실을 보게 된다. 중국에 의해 점령된 마을, 티벳 전통문화를 없애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전통의상입기를 고집하다 죽음을 맞이한 강셍의 용기. 강셍이 본 아르스를 구해내고,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그를 구해내는 장면은 티벳 불교의 윤회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하다.  

티벳의 현실을 교육적(?)으로 설교하지도 않았고, 티벳의 전통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지도 않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 아닐까. 드러내놓고 가르치려드는 이야기는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가 낯설 수도 있지만, 낯선 만큼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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