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의 운동화 봄봄 어린이 4
원유순 글, 김병하 그림 / 봄봄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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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 피해상황을 보면서, 자연의 엄청난 위력과,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에 한숨이 길게 나왔다. 자연재해의 경우 (환경 파괴나 난개발 등으로 인한 피해도 물론 크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일이 많다. 그래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긴급구호가 절실하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자연재해가 아닌데도 인간의 목숨이, 아이들의 팔다리가 찢겨져 나가는 일이 있다. 바로 인간이 일으킨 '전쟁'과 그 전쟁이 남긴 결과들 때문이다. 여기 이 책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석이의 운동화이다. 어느날 주인에게 버려진 운동화가 모르는 나라의 아이에게 가면서 겪은 이야기를 운동화의 시선으로 풀어간다. 일단 화자가 '운동화'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야기를 담담하게 끌어가는 느낌은 있으나, 감정적인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찾아가지 않는 물건들이 점차 늘어간다.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다보니 아까운 줄 모르는 세대이다. 그러나 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구하기가 어렵고, 아이들도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해야 하는 곳이 많다. 석이의 운동화가 새 주인을 만난 곳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전쟁 때문에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나라지만 아이들은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석이의 운동화는 모하메드라는 아이의 운동화가 되었다. 축구도 제대로 못하는 석이랑 있을 때보다 공도 뻥뻥 차며 운동화로서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모하메드가 쇳덩어리를 줍던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모하메드는 다리 하나를 잃게 된다.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였던 모하메드는 다리 하나를 잃은 후 방에서만 지낸다. 희망도 없고 살아갈 기력도 없다. 그런 모하메드에게 삼촌은 목발을 구해주고 목발을 짚은 모하메드는 운동화를 잃어버렸던, 아니, 다리 하나를 잃어버렸던 그곳으로 간다.

 

모하메드에게 운동화는 살아가는 활력소였을 것이다. 다시는 신지 못할 신발이지만 그것을 찾아 든 모하메드는 자신의 꿈이 축구선수였다고 말한다.

 

지는 해를 바라보고 앉은 모하메드의 등이 가엾다. 누가 이 아이들의 미래를 짓밟았을까? 전쟁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게임이나 스포츠라면 이긴 자든 진자든 그 자체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만, 전쟁은 우리에게 고통과 아픔, 슬픔만을 안겨줄 뿐이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사람들이 벌인 전쟁으로, 그리고 그 전쟁이 낳은 결과때문에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전쟁은 그 어떤 명분을 갖다댄다해도 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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