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별 토끼 찬찬이 너른세상 그림책
에몬 유코 글, 야마나카 쇼시로 그림, 이영미 옮김 / 파란자전거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다섯마리 토끼가 엄마토끼 뱃속에서 삼실일이 지나 세상으로 나온다. 한 배에서 나온 토끼들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갖고 태어난다. 그 중에서도 찬찬이는 귀에 황금별 무늬가 있는 토끼다. 엄마 뱃속에도 제일 먼저 들어왔고, 다른 형제 토끼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도와준 다음에야 힘겹게 세상으로 나왔다. '천천히 깊이 생각하고, 하나씩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므로 '천천히'라는 뜻의 찬찬이라는 이름을 가진 토끼다.

 

안타깝게도 찬찬이는 다른 토끼형제들과는 달리, 심장도 약하고 뒷다리도 힘이 없다. 엄마 뱃속에서 다른 토끼들을 받치고 있으면서, 다른 형제토끼들이 뱃속에서 무사히 잘 자라고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토끼들이 모두 세상으로 나가고 찬찬이 혼자 뱃속에 남았을 때, 너무 힙이 들어 태어나는 걸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다른 토끼형제들의 응원과, 무슨 일이 있어도 태어나겠다는 믿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만큼 찬찬이는 자신이 태어난 걸 너무나 기쁘게 생각하였다.

 

살면서, '내가 왜 태어났을까?'라는 절망에 빠질 때가 있다. 남과 비교해서 자신이 한참 모자라다고 여겨질 때, 혹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때 그러하다. 사람은, 아니 살아있는 것들은 그 자체로도 소중하다. 때로는 너무 힘이 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찬찬이처럼 엄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디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내가 태어난 것을, 내가 살아가는 삶을 사랑해야 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찬찬이는 비록 심장이 약하고 뒷다리가 약해서 밖에서 뛰어놀지 못할만큼 약하지만, 그런 찬찬이 옆에는 든든한 아빠 엄마가 있고, 찬찬이를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형제들이 있다. 그런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찬찬이는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이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남보다 내가 못하기 때문이 아니란 걸 알아야한다. 찬찬이가 엄마 뱃속에서 다른 형제토끼들을 도왔듯이, 다른 형제토끼들도 찬찬이를 도와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그 고마움까지도 모른척 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남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남보다 못하거나, 낙오자여서가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한다.

 

엄마가 목숨 걸고 낳은 생명이기에 내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생명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존재는 없다. 하늘 아래 인간이 평등한 것은 바로 그래서이다. 찬찬이도 몸은 다른 토끼들보다 약했지만, 위기의 순간에 다른 형제들의 목숨을 구해낼 용기와 지혜를 발휘한다. 그런 찬찬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솔이는, 토끼가 엄마토끼의 뱃속에 있다가 태어난다는 것과 사람이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는 것이 같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했다. 엄마 토끼의 뱃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토끼들의 그림을 보면서 "한솔이도 엄마 뱃속에서 이만큼 컸어요?"하고 묻는다. 토끼가 힘들게 태어났지만, 밖에서 놀 수 없는 장면에서는, 자기는 다른 친구를 도와줄거라고 말한다.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한솔이가 대견스럽기도 하다.
 



책을 읽은 후 한솔이에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떠오르는 것을 그려보라 하였더니, 스케치북에 찬찬이를 그렸다. 아무래도 찬찬이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어서일 것이다. 제법 진지하게 그린 그림을 들어보이는 한솔이. '토끼 찬찬이'라고 글까지 써놓았다. 지금은 간단하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보게 했는데, 앞으로는 그림일기형식으로 써보게 할 참이다. 한솔이가 요즘 자기 의견을 글로 표현하는 재미가 들었기 때문에 가능할 듯하다. 

 

집에 있는 토끼 인형을 가지고 찬찬이와 다른 형제 토끼들 놀이를 해보았다. 토끼 뒷다리를 다른 토끼가 잡아주는 모습을 기가 차게 만들어놓았다. 책을 읽은 다음에 토끼인형을 가지고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

 

한솔이가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를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가슴으로부터 도와줄 수 있고, 용기와 지혜로 어려운 일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한솔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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