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남자, 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했으면서도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그러면서도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을 버리질 못한다. 매너리즘에 빠진 선배 작가를 조소하면서도 어느새 자신이 모습이 그와 닮아 있음을 너무나 냉철하게 깨닫고 있다. 차라리 단순하게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정하고 살든지. 여기 한발 저기 한발, 그렇다고 선한 척 옳은 척 하는 것도 아니면서 모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는 거. 싫다.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자기위안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진짜 인간적인 걸. 그렇게 후회하고 또 실수하며 다시 후회하고 다시 실수하는 것을. 그러니 그에게 이 인생의 비밀스런 사건들이 보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사체가 아니라 사진을 찍은 사람이므로,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속 사진들을 쳐다보면 사진을 찍은 사람이 보이겠지. 그와 똑같이 실수하고 후회하는 한 인간이.   

요네하라 마리의 경쾌하고 간결한 문장은 호흡이 무척 좋다. 시원하면서도 가볍지 않아 에세이에 딱 어울린다. 인간을 한 인간으로 규정짓는 많은 테두리와 경계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러시아의 일본인은 러시아적일까 일본적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공간적일까. 그럼 우린 어디까지 그들을 이해하고 어디부터는 이해할 수 없을까. 한국에도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 사람들이 한국이 아닌 공간에서 비슷하게 묶여지는 왜일까. 그런데 왜 우린 여기에선 이렇게 다를까.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장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 일반론만 경계한다면 언제든 누구에게든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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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6-1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의 한다스는 저도 추천이야요~. 제가 자칭 마리여사 팬이라는,,^^;;;
다른책은 첨 봐요,,,,읽고 싶어지는 글이에요,,,일단 보관함으로~

애쉬 2010-06-16 08:08   좋아요 0 | URL
<프라하의 소녀 시대>를 먼저 읽었었는데, 그 책보다 훨씬 경쾌하고 시니컬하고 화통해서 재밌었어요.
 

비가 오길 기다렸다. 

 아끼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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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6-1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목소리 좋아하시는구나!!!
첨엔 얼굴과 목소리가 따로 노는듯 하더니 여러번 들으니까 잘 어울려요,,,(이런 단순함이라니,,,)

애쉬 2010-06-16 08:1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웬만하면 음악을 귀로만 들으려고 하는데... 무척 섹시한 브릿팝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밴드 멤버 전체가 너무 단정해서 저도 첨엔 놀랐어요.^^ 저 두발단속하는 고등학교 신입생인 듯한 머리모양이라니..
 

유투브에도 없는 곡들이 너무 많다. 서재에 합리적으로 음악을 올릴 수 있는 길은 언제쯤?? 

언제들어도 좋은 쿠루리.
그 중에서도 이 라이브. 정말 좋다.  
思い切り泣いたり笑ったりしようぜ
마음껏 울거나 웃거나 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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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6-1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애쉬님은 제가 모르는 인디들을 넘 많이 아셔서 넘 좋아요~.>.<
전 주로 주류들을 많이 아는 편이죠~.(넘 일반적이라는,,ㅎㅎㅎ)
좋은걸요!!

애쉬 2010-06-12 12:28   좋아요 0 | URL
일반적이든 일반적이 아니든, 좋은 노래가 좋은거죠~~ 그쵸~
나비님 서재에서는 제가 잘 몰랐던 좋은 곡들 잘 듣고 있어요. 제 서재도 나비님께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덥다. 

워너뮤직에서 싱글앨범을 수입했다는데, 찾을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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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도 제라늄이 색색으로 피어 행복하고, 교실에 가져간 제라늄들도 색색이 꽃이 한창이다. 내가 제라늄을 손질하고 꽃을 만지고 있으면 아이들이 난리다. 으~ 제라늄 냄새~ 이러면서. 그래, 제라늄 냄새가 향긋한 꽃향기는 아니다만, 얘들아, 이젠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니. 

 

어제에 이어 <라이프> 앨범에서 골랐다. 론리 허스 밴드는 김C가 하는 프로젝트 밴드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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