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밀린 게 책만이 아니다. 음악은 더 많이 밀렸는데,
오죽하면, 버스커버스커와 존박을 이제야 들었다.
(사실 버스커버스커는 따로 찾아 들을 필요가 없었지만...
TV만 틀면 나오고, 라디오만 켜도 나오던걸)
버스커버스커의 음반은 전체적으로 때묻지 않은 수수함이 좋았다.
살짝 어설픈 연주들과 단조롭지만 촌스럽지는 않은 곡들.
전곡을 관통하는 설레는 정서와 머뭇거리는 느낌.
브로콜리너마저를 처음 들었을 때를 잠시 떠올리게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왜 이렇게 전국적으로 난리인가, 싶었다.
역시 사람의 힘이 크구나, 하고 결론을 냈다.
어쩜 저렇게 순박하고 착하게 생겼느냔 말이지. 하나같이.
존박의 음반은 오래 준비한만큼 역시 말끔한 음반이었다.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 그거.
사운드도 세련되고 목소리와 말할 필요도 없고, 워낙 좋은 곡들을 받아서.
말이야 바른말이지, 김동률하고 앤디 플랫츠에게 곡을 받았으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 아닌가~
모르고 들어도 딱 김동률이 만들었군 하는 곡보다는 이 곡이 확실히 좋다.
존박인지 모르고 처음에 들었을 때, 도입부에서 부터 어, 이거 무슨 노래지, 하고 고개를 돌렸으니까.
일단 여기까지는 버스커버스커와 존박 모두 기대 이상은 한 셈인데, 문제는 이 다음부터 겠지.
존박, 얼른 자신의 목소리와 분위기에 딱 맞는 곡들을 만들어내길.
잘 부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좀 못부르지만 잘 만드는 사람은 못 이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