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는 틈틈이 컴퓨터를 마주하고 글을 쓰면서 음악을 듣는다.
머리 속 한 구석에서는 백제 사비성의 함락을 앞두고 신라군이 가열차게 싸우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당나라를 보며 작은 나라의 힘없음을 가슴으로 삭히는 중이다. 쓰고 있는 글의 이야기이다.
또 한편에서는 사라진 데인인의 자취를 찾아 낡은 첨탑을 뒤지고 있다. 비밀스런 기사와 그의 종사와 함께. 이건 읽고 있는 책 얘기다.
또 저 구석에는 열심히 바락이 전투를 하고 탑을 쌓아 활을 쏘고, 마법을 쏘아대며 쏟아져 오는 마물들을 막고 있다. 이건 자기 전에 하는 게임 얘기.
고개를 돌리면 아무리 제대로 눕혀도 엎드려 자고야 마는 아기가 보이고,
머리 저 너머론 작업실을 얻어 나간 남편이 글을 잘 쓰고 있나, 혼자 밥은 맛잇게 먹었나 잠시 생각. 요즘 괴물꿈을 자꾸 꿔서 무섭다는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잘 놀고 있나 잠깐 걱정.
그러다가, 마마스건의 노래로 돌아와서, 감탄을 하며 음악에 빠진다.
입을 살짝 벌어지고 눈이 스르륵 감긴다.
망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