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를 어쩌란 말이냐.
질투에 대한 이렇게도 잡학다식하고 풍부한 사례를 가진 사전은 본 적이 없다.
이제 백 페이지 정도 읽었지만,
그가 그녀의 책에서 옛남자들의 흔적을 찾는 게임을 하는 장면을 보고
혀를 내두를 지경이 되었다.
얼마나 더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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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
줄리언 반즈 지음, 권은정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0월
절판


어떤 여자들은 오른쪽 왼쪽을 구별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그의 첫번째 여자친구 앨리슨은 차 안에서 어느 방향이냐고 물으면 그냥 주먹을 쳐들어 보인 다음 손등에 좌우라고 써 붙인 스티커가 있는 것처럼 그걸 보고 말해주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두뇌에 손상을 입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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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내 얘기네. 난 허공에 대고 오른손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시늉을 해보고서야 오른쪽을 알아낼 수 있는데... 이런 여자들이 많은가 보네.. 그치만 두뇌에 손상을 입은 건 아니니, 처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던 걸까나.-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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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본다."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구절이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말이다. 이따금 빠져버릴 듯한 심연을 곁눈질하며 살고 있기 때문일까.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을 들여다 보고 어둠이 되어버린 사람들. 매혹적인 상자 속을 들여다 보다 상자에 갇혀버린 사람들.
구보 슌코, 미마사카 고시로, 구스모토 요리코, 아메미야 노리타다...
그들 모두, 아니 우리들 모두 그 심연의 경계에서 그 상자의 끝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러므로 그 경계에서 우리를 현혹하고 있는 망량이란 존재는 언제나 우리의 그림자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책장을 막 덮었을 때의 상념이다. 그리고 지금은 왠지 모를 분한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을 읽고 나면 밑도 끝도 없이 분하단 말이지. 아차, 또 속았구나 하는 후회랑은 조금 다르다. 에이씨, 또 넘어가버렸잖아 하는 애석한 마음.
교고쿠도의 궤변에 넋을 놓고 있다 보면 분명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어느샌가 질질 끌려가고 있다. 7할 정도를 오르면 현기증을 느낀다는 현기증 언덕을 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에이 짜증나.
얼추 이해한 것 같았는데 내 말로 정리하려 하면 논리가 전혀 없는 막무가내말이 되어버려서, 분하지만 교고쿠도에게 '유 윈'하고 씁쓸히 말하게 되는 것이다. 허참. 이런 형국이니 세키구치에게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되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원숭이로 때로는 거북이로 온갖 구박을 다 받아도 역시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건 세키 군뿐.

가만히 생각해 보면, 토막살인이라거나 사체 유기, 근친상간 등 보기만 해도 눈이 아픈 엽기적인 이야기인 교고쿠도 시리즈를 계속 읽는 이유는 이 분한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고야 하는 세키 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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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2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코쿠도의 말발이 장난이 아니잖아요^^;;;

애쉬 2006-06-2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망량의 상자>에서는 마지막에 너무 교고쿠도가 다 말로 풀어줘서 좀 싱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감탄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망량의 상자> 에서 말하는 '교고쿠도와 친구들' (부제 : 친구들의 증언)

교고쿠도, 추젠지 아키히코

 (츠츠미 신이치)
- 비뚤어지고 꼬치꼬치 따지기 좋아하고 세상과 동떨어진 고서점 주인 (기바. 上52)
- 대개는 일상생활과 관련 없는 지식을 방대하게 가지고 있는 비뚤어진 친구 (세키구치. 上131)
- 장사에 의욕적인 기색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이유 없이 가게를 쉬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세키구치. 上256)

세키구치 타츠미

(나가세 마사토시)
- 우울증에 대인공포증까지 있는, 시원찮은 풍채의 소설가 (기바. 上52)
- 그는 언제나 진지하잖아? 대충 대할 수 없는 타입이지. (검시관 사토무라. 上451)
- 변함없이 둔하군. 세키 군. 자네는 꼭 거북이같네. 이 거북이 같으니. (에노키즈. 下14) 

기바슈, 기바 슈타로

(미야사코 히로유키)
- 바늘처럼 굵은 머리카락. 이상하게 튀어나온 아래턱. 네모난 얼굴에 탄탄한 몸. 바라건 바라지 않건 상관없이, 외모가 기바를 그에 어울리는 남자로 키워냈다.(기바. 上 51)
- 기바는 말이지요, 분명하지 않은 것은 모르는 놈이란 말이오. 바보니까. (에노키즈. 下324)
- 그 놈은 단단한 두부 같은 놈이니 사흘만 지나면 말짱할 걸세. 말짱. 집념이 깊으면서도 맷집이 세단 말이야. 게다가 실연에는 엄청나게 익숙하고. (교고쿠도. 下496)

장미십자탐정사무소 소장, 에노키즈 레이지로

(아베 히로시)
- 거물들 사이에 인맥이 있고, 게다가 탐정이라는 부정한 장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으면서 이렇게 입도 싼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네. (교고쿠도. 上504)

츄젠지 아츠코

(다나카 레나)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boricha12 , 영화 <우부메의 여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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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01.jpg
뭔가 내공이 느껴지는 얼굴이네~

kyougoku2.jpg
멋진 서재. 한치의 틈도 없이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뭔가 기묘한 느낌.

sun050710-2.jpg
<우부메의 여름> 친필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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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가 느껴집니다 ㅜ.ㅜ

애쉬 2006-07-1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하게 보이는 사진들도 많았는데,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