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일어났더니 그나마 한쪽밖에 없는 쌍꺼풀이 또 사라졌다.
어제 울고 잤게 화근이었나 보다.
에이씨, 많이는 안 울었는데. 에이씨 안 울 수가 없어서 운 건데.
어제 오스카가 드디어 꽃병 속 열쇠의 주인을 만났다.
그동안 책이 너무 수다스럽고 산만해서 꾹꾹 참고 있었는데, 어젠, 결국 울었다.
9월 11일은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해서, 세계 무역 센터의 부서진 모습이라던가, 돌진해 오는 비행기라던가, 먼지가 무성하게 무너앉은 아비규환의 현장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거기서 죽어간 사람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연인을 거라는 점에 대해서도 지극히 무디게 느끼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오스카, 아들을 잃은 할머니, 남편을 잃은 아내의 이야기를 마음편히 볼 수 있을리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나 보다.
모쪼록 그들이 잃어버린 사랑 때문에 지금의 사랑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책의 기본 줄기와는 별도로, 작가가 시도하고 있는 많은 독창적인 시도들이, 그다지 나에겐 효과적이지 않았다.
꼬마녀석은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산만하고 돌출적이어서 감정 이입을 서걱거리게 만들었고, 할아버지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자기중심적인데다 도망만 다니는 인간이라 가끔은 정이 떨어지기도 했다. 과.유.불.급.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