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몇 권의 책들이 어지러이 머리속을 흩뜨리고 지나갔다.

김연수의 <꾿빠이 이상>은 진짜와 가짜의 사이에서 헤메다, 진짜가 다 무어냐, 가짜는 또 무어냐 싶은 마음만 남았다. 경계도 국경도 핏줄도 무색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나 평탄하게 살아온 나는 가짜 공감만 할 뿐이다.
조르주 심농의 <갈레씨, 홀로 죽다>는 글도 글이지만,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읽기보단 쓰다듬은 책이라 해야 맞다. 하, 책 느낌이 이렇게 착 들러붙을 수도 있나 싶어 읽다가 새삼 감탄하곤 했다. 글도 물론 즐거웠다.
어쩌다 읽고 보니 1930년대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느낌이었다.
짬짬이 읽고 있는 차유진의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에도 이광수의 <흙> 이야기가 나왔다.
남편이 쓰고 있는 첫 글은 약간 시기가 비껴가지만 신민회의 이야기였다.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써, 새삼 근대사의 한 풍경에서 울고 웃다 갔을 사람들의 모습들이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는 순간에 희열을 느낀다.
시대의 우울과 맞물리거나 혹은 벗어나려 하며 일상을 꾸려갔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생명을 가지고 머리 속을 어지러이 뛰어다닌다.
이 느낌을 아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지만, 역부족일 때가 많다.
그래서 김연수라는 작가가 더 고마운지도 모르겠다.
학계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바퀴를 굴려보려 하는 남편의 작업도, 더욱 응원하고, 응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