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문학은 참 생경하다. 아무데서나 웃통을 훌훌 벗어던지고 다니는 중국남정네들의 투박함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나서, 선뜻 손에 집어들기가 어려웠다. 간혹 부드럽고 간간히 쉴 여유가 느껴지는 중국문학을 만나 좀 다르다 생각할 참이면 어김없이 해외에 살고 있는 중국계 작가들의 글이곤 했다. 그래서 내 책장에는 중국 문학이 가장 적고, 집어들었다가도 포기한 책들이 꽤 된다. <변신인형>도 몇번을 집어들었다 놓았다 했던 책인데, 결과적으론 읽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중국문학 특유의 펄떡대는 날것의 느낌이 농후하긴 하지만, 그 리듬감과 장단이 매우 좋았다. 말그대로 글을 읽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중국어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온갖 사투리에 비속어, 게다가 온통 호소에 한탄에 하소연에 저주 투성이라서 번역이 참말로 쉽지않았겠다 걱정되는 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얼쑤하고 흥이 나도록 옮기다니 번역가에게 박수가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느라 시간을 오래도 잡아먹었다. 주인공이 하는 물리적 여행보다 의식의 여행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그걸 따라가기는데 숨이 찼던 거 같다. 그래도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여행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이국의 언어, 한 장의 사진이 가슴을 후려칠 수도 있다는 것에 백번 공감하고,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무언가 다른 삶의 궤적을 쫒는다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그 여행길 어딘가에 또다른 둥지를 틀고 내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지만.
내용과는 상관없이 포르투갈 문법 책을 잠시 들어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이 회화가 되고, 여기가면 프랑스어 저기가면 영어, 돌아오면 스위스어 맘대로 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