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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크로스 섹션 - 37가지 사물이 만들어지는 놀라운 과정을 본다 ㅣ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스티븐 비스티 그림, 리처드 플라트 글,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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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슈퍼맨 드라마를 TV에서 종종 해줬다. 지금이야 슈퍼맨에 대해 먼저 떠올리라면 어쩐지 약점인 크립토나이트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그때는 슈퍼맨이라고 하면 부러운 것투성이였다. 흑연을 손에 쥐고 압축하면 다이아몬드가 번쩍 튀어나오질 않나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오고 심지어 하늘까지 붕붕 날아다니질 않는가. 물론 그때도 쫄쫄이는 안 부러웠지만.
그런데 슈퍼맨의 다른 능력 중 하나가 엑스레이 시야여서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 게 다 들여다보이는 거다. 설계도를 보면 대충이야 알아 볼 수 있지만 그거랑은 또 느낌이 다르니까. 그래서일까. 사물이 형성되는 과정을 세밀화로 보여준다고 했을 때 머릿속에서 슥 슈퍼맨의 투시 능력이 떠올랐다.
어떤 물건, 건물을 볼 때 사람이 볼 수 있는 건 완성품의 겉면뿐이다. 거리에 널린 자동차를 지나며 TV뉴스에서 파업 관련해서 지나갔던 조립 장면도 머릿속에서 잘 떠올리지 못 했으니까. 그런데 만들어지는 과정을 비롯하여 단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니 궁금했던 부분은 충족되고 궁금해 할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자동차 페인트가 잘 붙도록 오븐에 굽는다니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처럼 37가지 사물을 들여다보는 만큼 평소 알고 싶었던 초콜릿이나 만화 '백성귀족'을 보면서 대충을 알게 된 우유, 공룡 모형, 경주용 자동차 같은 것들은 군침을 흘리면서 봤다. 경주용 자동차의 엔진을 한 번 쓰고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든지 카레이서를 끌어내기 쉽게 옷의 어깨 부분을 보강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나올 때는 세밀한 부분이 뚫어져라 빤히 들여다보며 굉음을 내며 달리던 카레이싱을 떠올렸다.
반면 보잉 777처럼 평소 딱히 궁금해 하지 않았지만 엔진에 새가 말려 들어가면 당연히 고장 나는 줄 알았던 잘못된 상식은 충격적 사실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처박혔다. 엔진 테스트 실험으로 실제 오리를 던져 넣어 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혹은 엔진 3개 중 한 개 만으로도 비행이 가능하다고 해서 어떻게 거대한 쇳덩이가 날 수 있는지 현대 기술의 놀라움을 실감했다.
단지 비행기의 부식이 대체로 화장실 소변 때문이라거나 그냥 그 상태로 튀어나올 거라고 무심결에 생각하고 있던 CD가 원판을 시작으로 아들판, 플라스틱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우주 비행사의 옷이 손바느질로 점차 두툼해진다든지 겉만 봤던 많은 것들이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의 발명품을 소비하고 살아간다는 걸 이토록 실감하게 된 적이 없었다. 이번 '놀라운 크로스 섹션'을 보면서 조금씩 굳히며 만들어가는 현수교 같은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뭐, 도넛이 롤러에 눌리면서 또 칼날로 모양이 입혀진다는 걸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겠지만 알면 아는 대로 또 재밌었달까.
단지 이것저것 신기한 게 많아서 두근두근하고 책을 넘기려니 이게 또 크기가 제법 커서 누워서 뒹굴거리며 보기보다 앉아서 보는 쪽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13페이지의 로켓은 안 그래도 큰 책 4페이지를 소요한다. 사령선부터 발사되면 떨어져나가는 부분까지 그려져 있는데 누워서 보다가 고개가 조금은 길어진 느낌이 들 정도였다. 또 한 번에 꼼꼼히 다 보려면 눈이 피곤하니 서너 가지씩 두고두고 골라보면 그것도 나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