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2 : 출장 편 -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명탐정 홈즈걸 2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시절 잘 다니던 곳에 오랜만에 갈 일이 생겼다. 학교나 빌라 같은 것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많은 가게들이 다른 업종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히려 그대로 있는 금은방이 반가울 정도였다. 그런 흐름에 밀린 것인지 시장 옆에 있던 작은 서점도 복덕방으로 변해 있었다. 그 서점에서 선물로 줄 책을 사기도 했었고 책을 고르다 도둑이 잡힌 걸 보고 놀라기도 했었다. 게임기 대신 책을 사달라고 부모님의 손을 잡아끌었던 곳, 익숙해서 사라진다는 것이 놀라운 곳이라 그 서점이 문을 닫았다는 것도 몰랐다는 데에는 꽤 충격을 받았었다.

서점은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저 책을 사는 곳이지만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대개 그렇듯 각 서점마다 느낌의 차이가 있다. 그러니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걸 볼 때마다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 책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에서도 홈즈걸들이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 물론 그들의 직장인 세후도 서점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방에 있는 마루우도라는 고풍스러운 서점에 유령이 나타난다. 지방에 있는 중소서점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에도 마루우도는 굳건하고 주민들을 반기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유령이 나타나고 주민들 자체는 그리 동요하지 않지만 마루우도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점주가 흔들리고 만다. 그 유령의 존재가 유별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나타난 유령이 옛 사건과 관계있다고 말한다.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7년 전 그 지방에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친 작가가 살고 있었다. 제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 편집자, 예술가들이 몰려들었고 작은 도시도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작가가 자신의 집에서 참혹하게 살해되고 만다.

유력 용의자로 몰렸던 사람은 그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체포되어 죄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다가 정황증거만으로 유죄가 확정되고 2년 간 옥살이를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 제자가 마루우도 서점에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그 제자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눈치인지 진범이 잡히지 않아 억울해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고, 자신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한다. 이 모든 소동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홈즈걸을 교코의 전 동료인 미호가 호출한다.

명탐정이 와서 사건을 풀어 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유서 깊은 서점 마루우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목이었다. 모처럼의 휴일에 타 지방으로 가서 사건을 해결해달라니 모르는 척 하려던 교코였다. 문제는 미호가 내려오지 않으면 직접 나타날 기세인데다가 편지가 계속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데에 있었다. 더구나 다에 마저 그 사건에 호기심을 품는다. 유령의 출현과 서점 존폐의 위기, 27년 전의 옛 사건이 더해지자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이제 홈즈걸은 기차를 타고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출장에 나선다.

첫번째 권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이번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는 홈즈걸의 다른 지방으로 원정을 가는데다가 심지어 장편으로 되어 있다. 책을 기반으로 했고 서점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라는 기반을 다르지 않다. 소설을 시작하자마자 홈즈걸이 책을 실마리로 한 사람의 알리바이 수수께끼를 풀어내기도 해서 전작의 느낌이 잘 살아있었다. 다만 단편에 비해서 장편은 다소 처지는 느낌이 남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새로운 등장인물 미호라든지 기차역에 아예 명탐정을 환영하는 인파가 나타나는 것처럼 소도시 특유의 가족적인 느낌이 살아있어서 따뜻한 느낌은 더 강했다. 현재의 유령 사건이 과거의 사건을 다시 떠오르게 하고 그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소재도 매력적이었고 홈즈걸의 출장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다음 권은 단편집이라는데 빨리 홈즈걸의 활약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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