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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 스타를 부탁해
박성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책 <죽기 위해 사는 법>에서 기타노 다케시는 사람은 누군가를 부양하거나 부양을 받으면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매니저와 자신의 관계도 자신이 부양을 하는 대신 그에 필요한 조력을 받는다 부부와 같은 관계라고 했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매니저와 담당 연예인의 관계는 모호하다. 누가 부양을 하고 부양을 받는 것인지 서로의 관계는 돈 문제 이전에 얽히고 설힌 밀접한 것으로 보여서 기타노 다카시가 말한 부부같다는 말에는 공감이 갔었다.
예전에는 신문에 난 외국의 어느 할머니가 우리나라 배우에 열광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게 생경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게 열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열정이 부러울 때가 있다. 덕분에 누군가에게 열광하고 그것에서 활력을 얻는 사람들, 그것을 가능케 하는 위광을 가진 스타 그리고 그 뒤에서 그 위광의 조력자인지 조정자인지 때로 알 수 없는 매니저까지 가끔은 관심이 갈 때도 있다.
이 책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스타의 뒤가 아닌 옆을 지키는 매니저에 관한 책이다. 텃세가 심한 남자들의 세계처럼 보였던 매니지먼트의 세계에, 운전도 하지 못했으면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여성 매니저의 이야기다. 김혜수와 15년 동안 동반자로 함께 했고, 영화 <접속>이후에 전도연을 만나 '징글징글'하다면서도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잘생긴 청년 지진희를 배우 지진희로 인생을 바꾼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카리스마가 넘치는 유형의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들어가는 회사마다 전부 망했다면서 자신의 불운을 의심하기도 하는 사람이다. 매니저 생활 역시 처음부터 그 일을 선택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처음 입사한 회사가 망해서 퇴사하고 일자리를 찾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입사지원서를 넣었던 곳이 합격해서 매니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인의 말에 따라 지원했던 곳이라 운전가능자야 했다는 것도 몰랐고 염정아의 매니저로 일하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이 알려져서 회사가 발칵 뒤집어 졌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랬기에 운전사가 따로 있는 김혜수의 매니저로 낙점되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았고 거기서 김혜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첫 만남에서 저자가 워낙 튀게 입고 가는 바람에 유독 냉담했던 김혜수와의 관계는 그들이 같은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고 동갑이라는 부분에서 술술 풀려나갔다. 회사가 망한 이후에도 김혜수의 매니저로 그리 어려운 것 없이 해나갔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불러주는 사람이 있고 친한 척 구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지 시행착오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김혜수 어머니와 부딪히자 자신이 손을 털고 나왔는데 그때부터는 사람들이 그녀를 피해 다니기 바빴다고 한다. 누가 도와달라고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후 수없이 고생했고 실패하고 깐깐한 동생 전도연을, 잘생기고 어딘가 신비해 보이는 지진희를 배우로 만들면서 그녀는 점차 성공한 매니저의 길을 걸어간다. 그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배우들, 미처 붙잡지 못했던 배우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가장 성공한 시점에서 재충전을 위해 떠났다는 부분에 이르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스타에 둘러싸였고 정점을 찍으려는 참에 또 한 번 손을 털고 나온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후회하면서도 다시 부딪힐 각오를 한다. 매니저 일에 대해서 부모 자식과 같다고 자신의 동반자인 연예인은 그녀가 일을 잘해서 성공적인 길을 걷게 할 수록 아티스트와 비즈니스맨이라는 본질 때문에 멀어져만 간다고 말한다. 수없이 실패하고 부딪혔으며 만나고 이별했던 사람의 이야기라 읽으면서 놀라기도 많이 했고 공감도 꽤 했다. 스타에 대한 흥미 이전에 매니저라는 일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 개인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