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탐정이 되다 인형 탐정 시리즈 1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의 꽃이 살인사건이라면 그 꽃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안내자는 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탐정역을 맡은 인물이 보통 주인공이고 그들은 보통 명석한 두뇌를 자랑한다. 홈즈나 포와로처럼 직업이 사립탐정이고 그들의 추리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모두 아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미스 마플이나 콜롬보처럼 주변 사람들이 방심하는 틈에 온갖 정보를 모으고 범인이 실수를 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간에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 기이한 탐정이 있다. 야마구치 마사야의 소설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의 탐정은 이미 죽은 시체였지만 이번 탐정은 사실 살아있던 적도 없다. 바로 인형 탐정이기 때문이다. 복화술사 토모나가 요시오의 복화술 인형인 마리오는 토모나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토모나가 자체도 뛰어난 복화술을 구사하는 인물이니 만큼 화술에는 꽤 자신이 있을 터지만 마리오의 독설은 따라가지 못한다. 선량한 토모나가와 소년의 목소리로 독설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선보이는 마리오 콤비는 이 책 <인형, 탐정이 되다>에서 네 가지 소소한 사건을 만나 그 진상을 파헤친다.

그 과정을 유치원 선생인 세노오 무츠키가 함께 한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에는 묘한 데가 있다. 인형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정말 가능하며 왜 콤비로 되어 있는 남자가 복화술사일까 하는 것이었다. 처음 읽을 때는 다른 이야기에서 복화술 인형에 사람의 혼이 깃든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모습을 본 뜬 형체는 원래 사람의 혼을 깃들게 하기 위한 물체였고 주술적 행사의 도구로 쓰이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인형 탐정 마리오는 말 그대로 인형이다. 실상 그 안에는 아무 것도 깃들어 있지 않다. 오히려 마리오가 있는 본체는 인형이 아닌 복화술사 토모나가 요시오의 몸 쪽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복화술사 토모나가 요시오는 어떤 순간을 기점으로 인격이 분열되었던 것이다. 주인격은 원래 그의 인격이던 토모나가 요시오지만 부인격으로 마리오라는 날카로운 성격을 가진 소년, 혹은 인형의 인격이 살아나고 말았다.

덕분에 모든 사건을 풀어나갈 때 맹점은 거기 숨어 있다. 마리오는 인형이고 그 비밀을 아는 세노오 무츠키는 인형 마리오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실 그 인형은 토모나가가 움직이지 않으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고 마리오의 말은 사실 전부 토모나가가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인격이라서 서로 기억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으며 토모나가가 모르는 것을 마리오는 알고 있다. 하지만 몸은 공유하고 있기에 토모나가가 보지 못한 것은 마리오 역시 볼 수 없다. 즉, 토모나가가 눈을 통해 봤으나 인식하지도 추측하지도 못한 부분을 같은 몸을 사용하는 마리오는 인식하고 추측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런 마리오조차 마리오라 불리는 '인형'이 없으면 깨어나지 않는 기이한 인격인 것이다. 인형 탐정을 내세우고 있는데다가 복화술사 토모나가와 유치원 선생인 세노오의 연애 라인까지 그리고 있는 터라 언뜻 생각하면 부드러운 느낌의 코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지만 곰곰이 곱씹어 보면 음침하기 그지없는 섬뜩한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말이 인형 탐정이지 사실 이중인격 탐정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이다. 그 부드러운 즐거움과 오싹한 깨달음의 중간부에 위치한 터라 읽는 맛이 남다르기는 하다. 사건 자체도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것이지만 긴장감이 잘 살아있고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두 개의 인격을 가진 복화술사와 그 인형의 활약, 앞으로도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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