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 찻집 미스터리 2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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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꽃은 살인 사건이다 보니 대개 시체가 등장한다. 처참하게 살해된 사람을 발견한 탐정역이 관계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서고 마지막에 자신이 생각한 추리를 검증하면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이야기라도 소재가 살인이다 보니 때로 추리 소설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남성적인 매력을 듬뿍 뿌려대는 탐정 소설의 경우 잔혹한 유혈극으로 번지기 쉽다.

그런 면에서 코지 미스터리는 추리소설은 즐기고 싶지만 지나친 유혈극을 피하고 싶은 사람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호기심 많은 여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정보를 모으는 인맥과 체력이지 추리력은 해당사항이 아니다. 그들은 덤덤탄이 무엇인지도 죽은 피해자의 사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대략적으로 죽은 시간이나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지만 참혹한 내용을 자세하게 번복하는 일은 필요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은 기존의 정통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코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본업이 따로 있는 여주인공이 우연히 사건에 말려들고 호기심에 사건에 발을 들인다. 그들이 수사에 나서는 시발점은 아는 사람이 용의자로 몰렸거나 지인이 사건 해결을 부탁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지인이라고 할 수 있는 형사들보다 정보에서는 항상 앞선다. 다만 사건 추리는 엉성한 편이라서 코 앞에 있는 범인을 눈치 채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 위험에 빠져든다.

그 위험에 빠진 여주인공을 주변 사람들이 구하고 범인을 체포하면 사건이 완료되는 것이다. 찻집을 경영하는 시어도시아 역시 눈앞에서 살인을 목격한다. 요트 대회에서 골인을 알리는 총을 발사하던 올리버 딕슨이 총기 폭발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 사고라 보기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았고 전작 <다질링 살인사건>으로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있던 시어도시아는 사고가 아닌 살인 사건이 아닐까 의심한다.

그녀가 넌지시 한 조언은 형사가 유력 용의자를 점찍는데도 도움이 된 터였다. 문제는 유력 용의자의 누나가 나타나서 시어도시아와의 옛 인연을 말하면서 동생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부탁했다는 점이었다. 시어도시아는 이제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 아닌 옛 인연을 위해서 사건 수사에 나선다. 찻집 경영을 병행한 수사였기에 간간이 차에 대한 지식을 선보이는 한편 찻집 식구들이 총동원된 수사가 전개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범인은 코앞에 있었으며 그녀의 수사는 사자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코지 미스터리 중 인기 있는 것은 음식의 레시피를 같이 하는 것이 많다. 여주인공의 직업이 쿠키 가게의 주인이거나 출장 요리업체의 대표 등 요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미스터리에 맛깔 나는 요리를 더해서 눈길을 끄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서 때로 이것이 추리 소설인지 요리 소설인지 묘할 때가 많다.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도 제목에 등장하는 독특한 녹차를 시작과 마지막에 배치하고 있는데 단순한 소재를 넘어서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하는 터라 전작보다 더 기억에 남는 편이었다. 차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편이라 주석을 따라가기 바쁠 때도 있지만 한가로운 풍경을 상상하게 하는 묘사, 여유를 즐기는 와중의 수사라는 느낌이 강해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소재가 살인인데도 따뜻한 미스터리가 있다면 이 책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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