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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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공포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기는 하지만 특히 거울이나 휴대 전화처럼 일상생활 속의 소재를 공포의 대상으로 바꾸는 경우 더욱 질색을 하게 된다. 스티븐 킹의 소설 <샤이닝>이 두려운 것은 가족을 지켜야 할 가장이 공격자로 변하고 안전해야 할 집이 공포의 장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삶이 피곤한 만큼 사람의 마음속에서 집만은 안락한 장소이길 바란다.

그렇기에 위층에서 소란스럽게 뛰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더욱 짜증스럽고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시간에 초인종을 눌러대는 잡상인이 불쾌하게 느껴진다. 인간이 여느 짐승처럼 굴도 없이 적당한 그늘이 쉼터가 되는 생물이었다면 이런 감성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착하면서 살게 된 인간은 안전한 울타리로 감싸인 안심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었고 비, 바람을 피해 안락한 휴식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집은 가격대가 부담스러워서 차부터 장만한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대개 거액의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은 집을 사는 일이다. 시끄러운 이웃, 좋지 않은 공기, 때로 부담스러울 때도 있는 가족들을 떠나 나만의 안락한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꿈속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셸터>는 흥미로운 책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집을 언젠가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터라 관심의 대상이 되는 집을, 그것도 세계 각국의 집뿐만이 아니라 짐승들의 셸터, 직접 짓는 집을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가며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75세의 목수인 저자 로이드 칸은 여러 가지 독특한 집을 소개하는 동시에 비싸지 않은 재료로 어렵지 않게 지을 수 있는 집을 보여준다. 사막 지역 여성들이 다른 집안일을 하면서 어렵지 않게 뚝딱 만들어내는 30분 완성의 천막집이나 초원의 유목민 남자들이 모여서 만드는 유르트까지 이동이 가능한 간편한 집부터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목조 주택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더구나 마사이 족의 집 같은 경우에는 출입구에서 침실로 쓰는 공간까지 가는 길을 급커브로 만들어서 하이에나나 침입자가 집에 침입하는 속도를 줄이게 만들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머리맡에 항시 칼을 둔다는 부분에 집이 원래 재테크용이 아니라 침입자를 막고 안전하게 쉬기 위한 공간이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 와중에 간단히 지을 수 있는 오두막 투쿨을 보여주니 그때부터 각국의 집이 소개될 때마다 이 집은 어떻게 짓는 것일까 손이 근질근질하게 되었다. 평생 동안 집을 지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렇게 읽어 나가다보면 굽지 않고 말려서 벽돌을 만든다는 어도비 집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얼마 전 분쟁 지역에 다른 재료를 들일 수 없어서 흙벽돌로 집을 지었다는 것이 어도비 집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하이힐을 신지 않은 이상 튼튼하게 오래 쓸 수 있는 흙바닥이 흙을 붓고 몇 번이나 진흙으로 틈을 메우고 기름을 바르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었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 쪽으로만 지붕이 기울어진 셰드 지붕 집을 짓는 방법을 알려준 부분이었다. 간단히 지을 수 있고 살아본 이후 계속 새로 붙여서 확장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음 내킬 때마다 조금씩 확장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셸터를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거기에 돔이나 다면체 돔인 좀처럼 독특한 양식의 집, 자동차 집 등 온갖 집들을 보고 환경과 집의 진짜 모습을 생각하다보면 있는 줄도 몰랐던 숨은 건축 본능마저 깨어나는 것 같았다. 누구나 바라는 안식처를 자신의 손으로 짓는다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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