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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ㅣ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기본적 욕구를 가지고 있고 그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다른 감정으로 눈을 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때로 어떤 감정은 그 기본적 욕구를 뛰어넘는다. 예전에 유태인 수용소에서 잔혹한 실험이 진행되었을 때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를 끌어다가 한 방에 가두었다. 그 방은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고 바닥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끓어올랐다. 맨발로 아기를 안고 있던 엄마의 발은 타들어갔다. 그리고 한계를 넘고만 아기 엄마는 미쳐버리자 아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발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그때 실험을 한 자들은 그녀의 모성은 별것 아니고 자신의 안위를 더 중요시 했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살이 타들어가 미칠 지경이 될 때까지 아이를 포기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반한 행동이었고 그 감정은 '사랑'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 책 <헝거게임>에서는 공포 정치 아래에서 자행되는 잔인한 게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 주인공을 움직이는 동기는 생존이 아닌 다른 것일 때가 많다.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점은 헝거 게임에 참여하게 될 소년 소녀를 뽑게 되는 날이다. 주인공 캣니스는 평소대로 몸을 움직여 출입이 금지된 숲으로 들어간다. 경계 지역에 사는 그녀는 엄마와 동생을 부양하고 있었고 밀렵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평소대로 숲에 들어가자 익숙한 듯 게일이라는 청년이 그녀를 반긴다. 헝거게임에 참가하게 될 조공인을 뽑게 된 날이라 긴장했지만 그들은 평소대로 움직이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게일의 입에서 도망쳐서 둘이 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금지된 숲에서 숱하게 사냥을 했으며 온갖 먹을거리들의 위치와 풍부한 지식을 품고 있는 그들이라면 정부에서 주거지로 정해놓은 12구역을 벗어나 살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접근하기도 두려워하는 숲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사냥터이자 식량의 조달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캣니스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거절한다. 설사 헝거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어린 동생 프림을 두고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오후가 되자 캣니스와 게일은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추첨 장소로 모여든다. 정부에 대한 반란과 그 진압의 기억을 잊지 말라는 이유로 12구역의 소년 소녀를 뽑아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게 하는 헝거 게임의 추첨장으로 말이다. 정부는 그것을 축제와 교훈을 얻는 장소로 거대한 쇼가 일어나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그곳에 끌려간다면 사형 통지서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2,4 구역 같은 곳은 헝거 게임에 참가해 우승하는 것을 영예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에 대비한 전사를 키우는 것이 보통이었던 것이다. 반면 캣니스같이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굶주려 아사하는 일도 다반사였고 살아남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이지 전투에 대한 지식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운명은 뒤틀리고 캣니스는 헝거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그것도 잊을 수 없었던 소년과 함께 말이다. 소녀는 그때부터 수많은 선택과 성장을 거듭하며 헝거 게임의 경기장이라고 불리는 전장을 누빈다. 수도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경기를 보면서 환호하지만 그녀가 진정 원했던 것은 살아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카메라에 잡힐 때 거짓 표정을 짓고 머릿속에서 수많은 전략을 짜며 유리한 것은 뭐든지 이용해야 했다. 24명 중 단 한 명이 살아남는다는 것, 헝거 게임이 단순한 게임이 아닌 정치적 놀음판이라는 것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누군가를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허나 우습게도 아무도 믿을 수 없어서는 결코 살아서 돌아갈 수 없었다. 상대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개가 반복되면서 마지막 부분을 미리 훑어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동시에 아껴보고 싶은 마음도 금할 수 없어서 최대한 빨리 읽어나간 책이다. 누군가가 연출한 가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그 속에서 성장해가는 소년 소녀의 교차하는 감정이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