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라이프
윌리 블로틴 지음, 신선해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밤에 잠을 잘 수 없게 된 남자는 잠을 되찾기 위해 일에 몰두한다. 낮에는 회사의 정식 직원으로 밤에는 같은 회사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했다. 그러자 집은 별 필요가 없는 공간이 되었다. 간단한 샤워는 회사에서 가능했고 짐을 둘 곳 정도가 필요할 뿐이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집을 세를 주고 집이 없는 생활을 해나갔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이상 깨어 있기 어렵다. 방전이 된 몸은 재충전을 위해 잠을 청한다. 안전하게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 그것이 집의 가장 큰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목돈이 생겼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사람들에게 보통 물어보면 대개 집을 사겠다고 말한다. 호시 신이치의 소설 속의 남자가 아닌 이상 일정 주거지가 필요하고 안전하게 잠을 잘 곳이 필요하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직업을 구해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일정 주거지가 없다면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안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소인 집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자 자신이 보내고 보낼 시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모텔 라이프>의 주인공인 플래니건 형제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과거에 대한 따스한 추억도 희박한 편이었다. 그들에게는 집이 없었다. 도박 중독이었던 아버지가 떠나버린 이후의 집은 서글펐지만 차라리 편안했었다. 새로운 빚쟁이의 위협을 받을 염려는 최소한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그들을 버렸다는 원망은 남아 있었지만 형제의 어머니는 굳건하게 그들을 지켰다. 병마가 그녀를 덮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형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그들의 어머니는 죽음을 맞는다. 공부에 특별히 취미가 있던 것도 아닌 형제는 가능한 어머니의 유언대로 학교를 마치려 했지만 금세 학업에 흥미를 잃는다.

앞으로의 앞날이 두려웠을 수도 있고 그저 하기 싫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형인 제리 리는 그림에 재능이 있었지만 막일을 하는 직장을 구하고 동생인 프랭크는 야구를 할 동안은 다녔지만 억눌린 분노를 폭력 사건으로 터뜨린 뒤 학교를 그만둔다. 이후 형제는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며 모텔 생활을 이어간다. 가진 것도 살 집도 특별한 기술도 없이 살아가는 형제는 천천히 타락의 길을 걷는다. 그렇다고 해도 범죄에 손을 댄 것까지는 아니었고 술에 젖어 사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정도였다.

형인 제리 리가 술에 절은 프랭크를 깨우던 어느 날까지는 말이다. 제리 리는 여자 친구와 싸우고 무작정 차를 몰고 있었다. 그때 한 소년이 나타났고 소년은 그 자리에서 차에 치여 사망했다. 병원에 데려다 주려 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프랭크는 소년의 시체를 병원 근처에 내려놓고 멍청하리 만큼 착한 형을 차에 싣고 그대로 동네를 떠난다. 모텔을 전전하는 형제들, 그들에게 미래도 갈 곳도 없다. 형제의 현재와 과거가 오가며 그들이 모텔에서 겪었던 일들이 되살아난다.

유일한 희망이라면 동생인 프랭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한다. 형제는 원하는 미래에 기반한 환상적이되 서글픈 이야기를 말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책 <모텔라이프>에는 불운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덕분에 그들에게 있는 것은 희망도 꿈도 아니다. 그저 다음 날이 되면 깨지 않았으면 할 정도의 절망 속에서의 공허한 환상이다. 바라는 미래를 말해보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뿐이라고 되뇌어 봐도 그들의 앞날에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있는 것이라고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뿐인 것 같은 터널 속에 갇힌 그들의 인생은 현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욱 씁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