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방학과제로 식물을 키우는 것이 있었다. 토마토와 고추 묘목을 사서 키우기 시작했다. 과제로 내려는 것은 고추, 갔다가 충동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토마토였다. 자라나는 모습도 고추 쪽이 더 예뻤다. 그런데 과제로 제출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학교에서 다시 가지고 돌아왔을 때는 다른 고추 묘목에서 옮겨 온 진딧물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진딧물이 너무 많아서 이쑤시개로 하나씩 잡아서는 끝도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열린 빨간 고추만 물김치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옆에 있던 토마토에는 진딧물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고추를 더 좋아했던 이유가 모양도 있었지만 기묘한 냄새가 없다는 점에 있었다. 하지만 그 냄새 탓인지 토마토에는 진딧물이 옮겨가지 않았다. 소설 <비밀의 요리책>에도 토마토에 대한 언급이 있다. 토마토를 러브 애플이라고 불렀으며 악마의 식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은 건강식품의 상징이 된 토마토에 독이 있다고 두려워했다고 한다. 열매뿐만이 아니라 식물도 그랬다. 스칠까 두려워 접근도 안하는 보조 요리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새로운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법이지만 음식에 한해서는 그 보수성이 더하다고 이 책 <미식견문록>에서 말하고 있다. 유명한 통역가, 에세이스트, 다독가, 대식가인 저자 요네하라 마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제목만 보면 저자가 세계 진미 여행을 다녔던 것 같지만 그녀가 말하는 음식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맛이 없는 통조림부터 감자까지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정감이 넘쳤다.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로 일했던 요네하라 마리는 통역해야 하는 말에 '아브 오보'라는 말이 있자 알아듣지 못했다. 러시아어가 아니라 라틴어였던 것이다. 쉽게 말하면 처음부터라는 뜻이지만 그 시작은 '레다의 알'이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것부터 '알에서 과일까지'라는 로마 연회에서 나온 것이라는 다양한 주장이 있었다. 어쨌든 그녀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달걀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린 시절 아주 좋아했던 달걀을, 사 온 병아리 12마리가 전멸하면서 한동안 못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카스텔라를 맛있게 먹는 참에 엄마가 카스텔라에도 달걀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면서 울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르지만 요네하라 마리는 카스텔라를 꼭꼭 씹어 삼켰다. 대식가에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려고 노력하는 식생활이 그렇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곰의 왼손, 사슴의 코를 먹어봤다고 하고 시베리아에서 메마른 입으로 샌드위치 2인분을 집어 삼키는 식성을 가진 냠냠공주의 이야기는 분명 흥미로웠다. 더구나 가족 역시 대식가 집안이라 음식에 대한 경쟁을 하기도 하고 유언이 음식을 추천하는 것이기도 했다고 하니 놀라운 것 이상이었다. 그 외에도 선악과가 실은 사과가 아니라 감자여서 굶주림에도 먹기를 거부했던 농민들의 이야기,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말에 무조건 웃음을 터뜨리는 러시아인의 이야기, 환상의 과자 할바를 추적하는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을거리가 많았다. 그나저나 할바가 먹고 싶은데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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