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던 - 나의 뱀파이어 연인 완결 트와일라잇 4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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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은 유한해서 그 시간이 더 아름답다지만 가끔은 영원을 탐하고 싶어진다. 타나토스는 여신에게 불멸을 청해서 얻었지만 영원한 젊음을 청하지 않아서 계속 늙어갔다. 도리안 그레이는 젊음을 누렸지만 그의 그림은 그를 대신하여 늙어갔다. 인간으로 있는 이상 늙어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죽음에서 도망칠 수도 없다. 그래서 인지도 모른다. 뱀파이어의 영원한 젊음에 열광하는 것은 말이다. 영혼을 잃은 악마일지도 모르고 끝없는 갈증에 시달릴 텐데 그런 삶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소년 뱀파이어와의 로맨스를 그린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꽤 인기를 끌었다. 뱀파이어의 탈을 썼다 뿐이지 이상의 연인을 그렸다는 말이 있는데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트와일라잇>의 남자 주인공인 에드워드는 기존의 뱀파이어와 다르다. 햇빛에 나가지 않는 것은 타버리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몸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서 정체가 탄로 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리석처럼 단단하고 차가운 피부, 갈증의 정도에 따라 변하는 눈동자의 색과 아름다운 미모가 두드러진다.

그에 따라 여주인공 벨라는 무기력하거나 자기희생적 면모를 가진 인물로 그려졌다. 이번 <브레이킹 던>에서는 그 연장선상에서 시작하여 그 선을 넘어선다. 누구에게도 준 적 없는 마음을 그녀에게만 바치는 충실한 연인 에드워드와 벨라는 결혼을 하게 된다. 에드워드와의 계약에 따라 그녀를 뱀파이어로 바꾸어주는 것은 결혼을 한 이후가 될 것이었다. 그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은 어린 딸이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된 찰리와 제이콥 정도였다.

찰리는 어린 아이로만 생각했던 벨라가 결혼을 한다고 선포하자 당황한다. 반면 제이콥은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청첩장을 받자 그것을 그녀가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의 일원이 되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선택을 한 벨라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볼투리 가가 압박을 하고 있기도 했지만 자신의 무력한 처지에서 벗어나 에드워드와 동등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자신의 연인이 영원한 열일곱 살에 멈추어 있는데 자신만 늙어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인간으로써의 삶을 놓을 준비를 한다. 그간 에드워드에 대한 집착과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느라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어서 거기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찰리와 르네는 이야기가 달랐다. 자신의 결혼이 인간으로써의 죽음을 말한다는 것을 그들에게는 결코 알릴 수 없었다. 알게 된다면 그들도 볼투리 가의 제거 대상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에드워드의 손을 놓을 수 없었고 결혼식의 준비는 진행된다. 격노한 제이콥이 변수로 남은 가운데 이야기는 전개된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은 그들의 말대로 사자와 양의 사랑 같은 것이었다. 뱀파이어 입장에서는 그들을 보고 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먹잇감이 되는 인간이 그들에게 반한다는 것은 좀 기이했다. 묘하게도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가장 기묘한 존재는 숱하게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이 아니라 여주인공인 벨라다. 그녀는 에드워드를 만나자마자 그에게 반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최소한의 경계도 없고 뱀파이어로써 그의 옆에서 살아갈 날만을 바란다. 거기에 자신의 목숨을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던진다. 그것이 좋아 보이기보다는 자신의 목숨에 대한 집착이 거의 없어보여서 인간이 아닌 이질적인 무언가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책의 후반부에 위화감이 없었다. <브레이킹 던>이라는 제목대로 흘러가고 끝나가는 이야기, 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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