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소여 비행 클럽 -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
하라다 무네노리 지음, 임희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에 쓸 공상에도 분량이 있다면 그 대부분은 시험기간에 소진된 느낌이다. 시험기간에는 시험공부를 제외한 온갖 것들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마음을 굳히고 시험공부를 시작하려는데 해야 할 범위가 너무 넓으면 시작도 전에 암담해진다. 시계의 재깍거리는 소리가 크게만 들리고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혹은 하지 않아도 아쉬운 시험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한 가지 공상이 머리를 메운다. 출제자의 머릿속을 그대로 읽고 싶다는 것이다. 나올 부분만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생각을 범죄형으로 바꾼다면 시험지를 훔친다는 발상이 될 것이다. 정확히는 차마 해보지도 못한 엉뚱한 발상이었다. 제도에 순응해서 열심히 하거나 포기하거나 중에 하나를 골라왔던 것이다 공상조차도 출제자의 머릿속을 훑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해봤어도 그런 생각은 미처 못한 터라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이 책 <톰소여 비행클럽>은 시험지를 훔치려는 3인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만화 <백귀야행>에서 요마에 시달리느라 현실의 문제에는 초연한 모습을 보이는 리쓰조차 수험생이 되니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끝내는 자신이 부리는 요괴에게 시험문제를 훔쳐오라는 지령을 내리기도 했었다.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일 자체는 놀랍도록 나쁜 것이었지만 <톰소여 비행클럽>의 3인조는 덫에 걸린 짐승처럼 몰려 있었다. 수험생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겠지만 말이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노무라 노부오는 수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지만 자신의 능력에 눈을 뜬 이후로는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에 비례해서 어머니의 잔소리도 늘어갔고 어느새 사이비 종교에 광적으로 빠져버린 어머니는 그에게 간수처럼만 느껴졌다. 집을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은 단 하나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머니가 그를 걱정하는 것처럼 느꼈을 수도 있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노무라의 몸에는 반항심이 끓고 있었고 남들에게는 없는 자신의 능력에 푹 빠져 버린 터였다. 그는 다른 사람과 달리 유난히 촉각에 민감했다. 보지 않고 손으로 만져서 그 지폐가 얼마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손의 능력이 중요한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중학교 때 부터는 소매치기를 하게 되었다. 어디에 소속된 것도 아니고 용돈이 필요할 때마다 반 재미로 하는 일이었다. 차마 어머니한테 반항도 하지 못하고 밖에서는 엇나가는 생활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노무라의 시간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수학이라고 불리는 괴짜 가부라기를 만나 이후였다.

가부라기는 대뜸 노무라를 협박해 온다. 그가 소매치기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는 것이다. 가부라기는 외톨이처럼 남은 소년으로 세상에 가시를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은 녀석이었다. 가부라기, 일명 수학은 노무라에게 범죄 행각이 알려지는 것이 싫다면 팀에 들어오라고 한다. 명문 대학의 시험지를 훔치기 위해 모인 팀이었다. 미모의 사립 여고생 기쿠치, 괴짜 수학, 소매치기 노무라가 묶인 것은 그렇게 해서였다. 야쿠자 두목이 자신의 아들을 명문대에 붙게 하기 위해서 시험지를 빼돌릴 것이고 그것을 중간에 훔쳐 내려는 위험천만한 계획이었다. 그 모든 일은 노무라의 능력에 달려 있었다.

브레이크 선이 끊어진 차에 몸에 실은 것 같은 처지가 된 노무라는 이제 멈추어 설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성장소설인데도 범죄소설에 가까운 느낌이 나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우정을 쌓아가야 할 대상인 수학이 마음에 들기는커녕 협박을 하는 녀석이라 혐오감까지 들었다. 자신이 겪는 일이 아니지만 부글부글 짜증이 끓어 넘칠 것 같았다. 물론 노무라가 소매치기를 한 것으로 시작된 것이니 자업자득이지만 말이다. 엉뚱한 소동이라고 하기는 규모가 큰 범죄에 휘말리고 그 과정에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등 수험생 3명의 주변은 소란스럽기만 했다. 그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위태위태해서 불안했고 주인공의 능력이 기이하기도 해서 긴장감 있게 읽어 나갔다. 뛰어난 손의 능력도 일종의 초능력이라면 초능력인 셈이지만 이색적 소재라 특히 신선했다. 이렇게 부럽지 않은 초능력은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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