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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브리지
캐런 헤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모든 이야기에는 시작이 있다. 공포소설은 대개 작가가 소름끼치는 꿈을 꾼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의 시작은 다른데서 시작되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 <브루클린 브리지>의 작가 캐런 헤스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애틀랜타의 컨퍼런스에서 한 작가를 만나고 그녀는 그 작가의 책을 사서 돌아온다. <만물의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그 책 36페이지에 테디 베어가 나오기까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미국에서 처음 만든 테디 베어에 대한 것과 그 테디 베어를 만든 모리스 미첨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든 캐런 헤스는 거기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이 책 <브루클린 브리지>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러시아 이민자 가족으로 사탕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미첨 가족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신문에 실린 만화 때문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상처 입은 새끼 곰을 총으로 쏘길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에도 사탕말고 인형도 팔던 미첨 부인은 남편과 함께 귀여운 곰인형을 만들어 낸다. 우악스러운 곰이 아니라 팔 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며 사랑스럽고 귀여운 곰인형이었다. 첫 번째 만든 인형은 막내 벤자민의 품에 떨어진다. 아기가 그 인형을 보자 놓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부는 2번째 인형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가장인 모리스 미첨은 사탕가게를 열기에 앞서 막내아들의 방에 들른다. 살그머니 곰인형을 빼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탕으로 탑을 쌓고 그 위에 곰 인형 2개를 올려 둔다.
그런데 벤자민이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곰 인형이 없어졌음을 알고 울음을 터뜨린다. 모리스는 별수 없이 아들을 아래층 가게로 데려온다. 사탕 탑 위에 곰 인형이 있는 것을 보자 아이는 그것을 잡으려 버둥거린다. 그런데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진열창 밖에는 아이들이 가득 몰려 있었다. 여태 껏 본 적 없는 귀여운 곰 인형에 대한 열망의 시선들이었다. 모리스가 2개의 곰 인형 중 하나를 집어 들자 아이들은 그 인형을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그렇게 미첨 가족은 대박을 터뜨린다. 사탕 가게를 접고 곰 인형 공장을 열어야 할 정도였다.
가족들이 대체로 만족하는 가운데 단 한 명만 불만을 품고 있었다. 크게 반항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난한 동네에서 대박을 터뜨리니 이웃들과 멀어진 데다가 아버지가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자 큰 아들 조셉은 골을 부린다. 그렇다고 해도 동생들을 돌보기도 하고 곰 인형 사업을 돕고는 있었다. 조셉이라는 이 독특한 소년은 부자가 된 것이 탐탁치도 않고 철이 들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조셉은 좋은 형이고 착한 아들이었다. 가끔 사고를 치지만 장애가 있는 소년인 제이콥에게 친절하기도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소년의 내부에는 비밀이 있었고 그것은 각 장 끝에 짤막하게 묘사되는 다리 밑의 아이들과 관련이 있었다. 가족 내부에 숨어 있던 비극과 아이의 성장이 교차하면서 비밀은 새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우울하게 전개되는 것은 아니고 기분 좋게 달리는 악동을 보는 기분이다. 유쾌하지만 감동적이고 비밀이 터져 나오는 순간에는 오싹하기도 하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정경 묘사도 좋고 독자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솜씨도 뛰어난 편이었다. 거기에 조셉은 자신의 죄책감과 집착의 대상을 동생 벤자민의 테디 베어에 비유하는데 자신이 갖고 있는 곰은 어떤 것일지까지 생각하게 한다. 과연 그 곰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