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무당집 1 - 공포의 방문객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여름이 되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귀신에 대한 이야기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본 귀신부터 학교에 등장하는 귀신까지 등장 범위가 넓기도 하다. 그런 시간이 되면 피해 다니기 바쁜 편이라 여름 극장가도 별로 즐겁지 않다. 다른 영화를 보러 들어가도 공포 영화 예고편이 나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스티븐 킹이고 짜증스러울 때는 공포소설을 집어 든다. 공포소설을 읽게 하는 것이 호기심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감정을 대신 폭발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어느 이야기나 그렇지만 공포소설은 분위기가 중요한 터라 스산한 겨울보다는 장마철의 습기를 빨아들인 늦여름이 적격이다. 늦여름에 무더위가 감정을 고조시키고 그것이 정점에 달했을 때 등장하는 귀신은 여태껏 쌓인 긴장감과 다른 감정들을 일순간에 폭발시킨다. 그리고 오싹함만이 남는 것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대상들은 사악함의 총체 같은 느낌이지만 우리나라 공포소설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부정적 감정들이 모인 집합체 같은 느낌이라 원한처럼 개인적 감정들이 잘 녹아든다. 그 부의 감정에 읽는 사람이 품고 있던 어두운 감정들이 전부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다만 대체로 공포소설은 통쾌하다기보다 음습하고 찝찝한 결말을 맞는 것이 보통이기는 하다. <붉은 벽돌 무당집>도 공포 소설의 도식적인 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위험이 분명한데도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그에 따른 저주나 귀신이 달라붙어서 그것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우울하거나 후련한 결말을 맞는다는 전개 말이다. 하지만 읽을 때의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밤에 혼자 읽기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싹했지만 책을 덮은 다음에 그 이미지가 따라올 정도로 무섭지도 않았고 기분 전환용으로는 충분했다.

이야기는 두 가지가 교차된다. 자살시도 후 몇 달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던 한 소녀가 깨어난다. 가족들은 무작정 기뻐하지만 동생만은 누나의 행동이 석연치 않다. 자신을 귀여워하던 누나의 모습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그 곳에 있는 것은 엉뚱한 사람 같았던 것이다. 그나마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그것은 누나의 모습을 한 섬뜩한 존재로 보였다. 진규는 누나의 비밀을 풀기로 결심한다.

한편 동아리 모임으로 모였던 학생들은 우연히 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흔한 학교 괴담처럼 대학교 구 도서관 건물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흔한 괴담들과 달랐던 것은 귀신을 목격한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를 했고 실질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던 점이었다. 시험공부를 하던 고등학교 여학생 세 명이 귀신을 보았고 무서워서 차마 귀신을 쳐다보지 못한 한 명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더구나 귀신을 직접 본 두 명은 의문의 죽음을 맞았으며 또 한 명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평소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있던 우민은 그 도서관에 방문해보기로 한다. 아무 일 없을 줄 알았지만 귀신은 실제로 나타나고 같이 간 은정은 사라지고 만다.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오랜 시간 식물인간이었다가 의식을 찾았지만 오싹함만을 주게 된 누나를 조사하는 동생의 이야기와 구 도서관을 조사하다가 짝사랑하던 여자 친구를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긴장감을 더한다. 두 사람에게는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 반전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결말을 맞지만 그로 인해서 공포감은 반감되었다. 전설의 고향에서 급하게 훈훈한 마무리를 보는 기분이랄까. 앞서 잡아 놓은 긴장감이 무뎌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비오는 밤 혼자 읽기는 부담스러웠고 책을 읽는 동안에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을 맛보는 것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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