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눈물 - 한니발보다 잔인하고, 식스센스보다 극적인 반전
라파엘 카르데티 지음, 박명숙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어느 소설가가 이런 말을 했다. 독자들의 눈을 끌고 싶다면 글의 첫 머리에 강렬함을 남기라고. 액션이든 유혈극이든 집어넣어서 독자가 다음 장을 읽지 않을 수 없게 하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마키아벨리의 눈물>은 성공한 셈이다. 책이 시작하자마자 한 남자가 깨어난다. 남자는 자신이 어느 컴컴한 지하실에 묶여 있음을 깨닫는다. 딱히 유명하지도 않지만 근근이 들어오는 일감에 먹고 사는 화가였다. 그가 왜 알 수 없는 지하실에 묶이게 된 것일까. 남자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몸은 단단한 죔쇠에 조여져 있었고 입에는 강철 재갈이 물려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간다. 자신이 왜 이런 곳에서 있게 된 것인지 떠올려보는 것이다. 얼마 전 남자는 뜻하지 않은 큰 일감을 받았다. 평소라면 유명한 화가를 부를 만한 고객이 그에게 일감을 맡긴 것이다. 그래서는 그는 자신의 모든 재능을 짜냈다. 쇠락해버린 자신의 꿈을 되살릴 기회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손질에 여념이 없던 그 때에 자신의 아틀리에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자신이 그것을 확인한 순간 침입자가 그를 공격했고 화가는 의식을 잃었다. 거기까지가 그가 기억하는 부분이었다. 남자는 낙담한다. 자신이 잡혀 온 이유도 알 수 없었던 데다가 구원의 희망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내려온다. 화가는 온 힘을 다해 도와달라고 외치려 했지만 금세 깨닫는다. 지하실로 내려오는 자들은 구원자가 아니라 납치범 일당이라는 것을 말이다. 당혹하고 겁에 질린 화가에게 내려온 남자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이후 잔혹한 고문이 계속된다. 화가가 죽는 것이 낫다고 여길 때쯤 한 남자가 그에게 무언가를 묻는다. 정직한 답의 대가는 신속한 죽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화가는 답하고 그의 심장에 비수가 파고든다.

무고한 한 남자가 납치되고 고문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덕분에 팩션을 그리 즐기지 않는데도 계속 다음 장을 넘겨 나갔다. 화가에게 구원의 손길이 오기를, 최소한 범인들이 합당한 대가를 치르길 바라게 되었기 때문이다. 화가의 시체는 조각조각 나서 강에 버려진다. 하지만 범인들은 시체를 굳이 숨길 생각이 없었고 시체는 곧 발견된다. 메디치가가 떠난 피렌체를 다스리고 있던 소데리니 장관은 자신의 수하와 함께 이 의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살인은 이제 시작되었고 꽃의 도시 피렌체는 음모의 그림자가 드리운 채 피로 물들어간다.

첫 머리는 너무 잔혹했고 전개 과정은 긴장감이 넘쳤다. 주인공으로 등장한 니콜로 마키아벨리를 압도할 정도의 시작이라서 잠시나마 마키아벨리가 모략의 대가라는 것을 잊게 되었다. 책에서 등장한 마키아벨리는 흔히 생각하는 악의 대명사나 위대한 사상가 이전에 아직 공부중인 청년 서기관이다. 친구들과 소박한 술집에서의 담소를 즐기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음모의 한복판에 뛰어든다. 몇 번이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연쇄살인과 피렌체 공화국을 뒤흔들 음모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작가는 영리하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키아벨리적' 면모를 숨겨 놓는다. 잔혹한 범죄가 음모와 이어지고 이야기가 반전을 거듭하는 터라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르네상스의 수호자 같았던 메디치가가 몰락한 이후의 피렌체는 어둠으로 뒤덮여 있다. 권력의 그림자가 항상 그렇듯 그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와 빼앗는 자가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싸움이 연쇄살인으로 드러났고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마키아벨리와 친구들이 탐정 노릇을 하면서 그 한복판에 휘말리게 된다는 설정이 좋았다. 단지 언제나 역사는 이긴자의 것이라는 점이 서글프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